'대선후보' 언급에 불쑥…증시침체 속 난데없는 테마株
'대선후보' 언급에 불쑥…증시침체 속 난데없는 테마株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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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정치인과 학연·지연 연관 이유로 주가 급등
실적 등 펀더멘털과 무관…"섣부른 투자 지양해야"
그래픽=서울파이낸스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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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남궁영진 기자] 증시 침체 국면이 수개월째 지속하는 가운데 별안간 정치 테마주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대통령 선거 후보로 특정 정치인이 언급되자, 이들과 학연·혈연으로 연관된 종목들을 발견했다는 소문이 주가를 무분별하게 끌어올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테마주는 대부분 실적 등 펀더멘털(기초체력)과 무관하다는 점에서 섣부른 투자를 지양할 것을 경고했다.

1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날 유가증권시장에서 소주 제조업 보해양조는 전 거래일 대비 290원(14.36%) 오른 2310원에 거래를 마치며 나흘 연속 상승 흐름을 지속했다. 장중에는 23.27%까지 급등, 2490원까지 치솟으며 52주 신고가를 갈아치우기도 했다. 이달 들어 오름폭만 82%에 육박한다. 지난 8월16일 기록했던 신저가(775원)과 비교해선 무려 200% 급등한 수준이다.

보해양조는 유시민 작가가 지난해 3월부터 사외이사로 재직하고 있는 곳으로, 대표적 '유시민 테마주'로 거론되는 곳이다. 최근 정두언 전 새누리당 의원이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유시민 작가의 지지율이 여야 통틀어 가장 높다"며 유 작가의 대선 출마 가능성을 언급한 것이 주가 급등 동력으로 작용했다. 

보해양조 외에도 최근 대선 후보로 거론되는 이들의 테마로 꼽히는 종목이 시장에서 활개를 치고 있다. 

이낙연 국무총리의 테미주로 분류되는 남선알미늄은 지난달 말 1685원이었던 주가가 전날 3235원으로 거래를 마쳐 12거래일 만에 두 배 가까이 뛰었다. 남선알미늄은 모그룹인 SM그룹의 계열사인 삼환기업 이계연 대표이사가 이 총리의 동생이라는 사실에 '이낙연 테마주'로 거론된다. 이 총리가 차기 대선 주자 선호도 조사에서 범여권 1위에 오르자 주가가 큰 폭으로 올라선 것이다.

차기 대선 주자 범야권 압도적 1위에 오른 황교안 전 국무총리의 테마주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백판지 전문업체 한창제지는 전날까지 나흘째 상승세를 지속, 2862원에 마감했다. 이는 지난 10월12일 터치했던 52주 신저가(861원)과 비교해 233% 치솟은 수준이다. 한창제지는 최대주주인 김승환 회장이 황 전 총리와 성균관대 동문이라는 이유로 관련주로 거론된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의 테마주인 진양화학도 지난 7월 신저가(1830원)와 견줘 230% 급등, 6050원까지 올라섰다. 지난달 말 정치 재개를 선언했던 오 전 시장은 차기 대선 선호도 조사에서 황 전 총리에 이어 2위에 올랐다. 진양화학의 지주사 진양홀딩스에 오 전 시장의 고려대 동문인 양준영 이사가 재직하고 있다는 이유로 '오세훈 테마주'로 불린다.

정치인 테마주의 향연이 이어지고 있지만, 거론된 기업들은 해당 정치인과 어떠한 이해관계가 없다며 연관성을 부인하고 나섰다. 한창제지는 김승환 회장이 황 총리와 성균관대 동문인 건 맞지만, 아무 관련이 없다고 밝혔고, 진양화학 역시 "사업 및 임원이 오 전 시장과 과거 및 현재 전혀 관련이 없다"며 공시한 바 있다. 하지만 투자자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시장에 떠도는 테마주에 적극 베팅하고 있는 모습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정치인 테마주가 유독 부각하는 것은 작은 인맥도 크게 여기는 풍토와 관련 있다"면서 "지지부진한 증시 흐름이 장기간 지속하는 중에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투자자들이 테마주로 시선이 옮겨가는 측면도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여기에 얕은 정보와 풍문을 내세우는 '가짜 전문가'들이 활개를 치면서 개인 투자자들이 낭패를 보기도 한다"면서 "과거 사례를 돌이켜 봐도, 소문이나 풍문에 의해 주가가 뛰었던 기업이 이후에도 상승 흐름을 지속했던 사례는 극히 드물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테마주들의 뚜렷한 상승은 실적 등 기업 펀더멘털(기초체력)과 무관한 경우가 대다수이기에 더욱 큰 우려를 낳고 있다. 

남선알미늄은 지난 3분기 영업이익이 2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6% 급감했고, 당기순이익도 30억원에서 2억원 손실로 적자 전환했다. 같은 기간 한창제지도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이 각각 27%, 45% 줄어든 30억원, 17억원을 거두는 데 그쳤다. 진양화학 역시 영업손실 3억5000만원, 당기순손실 2억3000만원으로 적자 폭이 각각 30%, 62% 확대됐다.  

자본시장 한 전문가는 "테마주 중에서도 정치인 관련 종목의 십중팔구는 기업 실적과는 무관하게 학연·지연 등 소문에서 비롯한 경우"라며 "급등락의 실체가 모호해 섣부른 투자는 반드시 지양해야 하지만, 일정 기간마다 악순환이 되풀이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항간에 떠도는 이야기에 좇지 말고 자신만의 투자 철학을 세워야 한다는 것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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