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뽑히고 보자"…재개발·재건축 무리한 혁신설계 '논란'
"일단 뽑히고 보자"…재개발·재건축 무리한 혁신설계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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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신반포15차 과도한 조망시설 안전 위해 삭제 권고
경기도의 한 신축아파트 공사 현장. (사진=이진희 기자)
경기도의 한 신축아파트 공사 현장. (사진=이진희 기자)

[서울파이낸스 이진희 기자] 재개발·재건축 시장에서 스카이 브릿지와 인피니티 풀 등 고급 특화설계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향후 집값이 오를 것이라는 조합의 기대감과 주민들의 만족도를 올려 시공권을 따내려는 건설사들의 전략이 반영된 결과다.

하지만 실현 가능성을 두고 우려하는 목소리가 크다. 최근 서울시가 무리한 설계안에 대해서 제동을 걸고 있는 데다 설계안 변경으로 인한 조합과 시공사 간 갈등이 잦아, 서로에게 자충수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 너도나도 특화설계…인피니트풀·스카이 브릿지·전기차 충전소까지

14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 수도권 재건축 최대어로 꼽힌 경기 성남시 중원구 은행주공아파트의 시공사로 GS건설·HDC현대산업개발 컨소시엄이 선정됐다. GS건설·HDC현대산업개발 컨소시엄은 984표를 얻어 대우건설(877표)보다 107표 앞섰다. 

GS건설 컨소시엄의 수주는 조합에 제시한 특화설계의 역할이 컸다. 층간소음 완화를 위해 완충재 두께를 늘리고, 건물과 건물을 잇는 구름다리인 스카이 브릿지와 넉넉한 주차장 층고, 전기차 충전소, 음식물 쓰레기 이송설비 설치 등을 제안해 조합의 마음이 기울었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특히 성남시 지구단위계획상 명시된 일대 최고 층수(30층)보다 상향한 '최고 35층 설계' 카드가 표심을 얻는데 주효했다. 계획대로 층수상향에 특화 설계까지 반영되면 조합은 일반분양을 통해 얻는 수입이 늘어날 전망이다.

최근 대구 수성구 만촌3동(수성32구역) 재개발 아파트 수주전에서는 GS건설과 한화건설의 맞대결 끝에 혁신설계를 앞세운 GS건설이 시공사로 선정됐다.

GS건설은 지진감지 승강기와 셀프스팀 세차장, 전기차 충전소, 친환경 에너지 절감 시스템 등을 약속했다. 서초구의 한 재건축 조합 관계자는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는 물론이고, 수도권이나 지방에서도 혁신·특화안이 필수로 자리잡았다"면서 "지역 랜드마크가 되길 원하는 주민들 사이에선 '특화설계를 적용해달라'는 요구가 거세지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 실현 가능성↓…"시공사 선정 무효 소송으로 이어질 수 있어"

문제는 건설사의 야심찬 계획과는 다르게 낮은 '실현 가능성'으로 설계안이 변경될 수 있다는 점이다. 

실제 성남은행주공아파트의 경우 최고 층수 35층 설계가 그냥 제안에 그칠 가능성도 거론된다. 성남시의 정비계획에 따르면 성남은행주공은 30층으로 층수 제한이 걸려있는 상황이다. 

컨소시엄 측은 인근 성남중1구역·도환중1구역이 21층에서 38층으로 층수를 높여 정비계획을 변경하는 것이 인정된 전례를 근거로 층수 상향이 가능하다고 판단했지만, 성남시의 입장은 사뭇 다르다.

성남시 관계자는 "정비계획 변경은 시공사가 하는 게 아니라 조합 사업 시행자가 하는 것"이라면서 "시행자 측에서 제안을 하면 여러 단계의 심의를 거쳐 논의할 부분이다. 하지만 은행주공의 경우 정비계획이 수립된 지 1년밖에 되지 않았고 35층으로 바뀔 타당한 이유가 없기 때문에 층수 상향은 어려울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서울시가 무리한 혁신·특화안에 대해 깐깐한 심의를 하고 있다는 점도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스카이 브릿지다. 스카이 브릿지 설계는 입주민들이 전망을 즐길 수 있고 외관특화 역할을 톡톡히 해 정비사업 수주전에서 단골로 등장하고 있지만, 안전 등을 이유로 서울시가 제동을 걸고 있는 것.

서울시는 지난달 13일 열린 건축위원회 경관 건축심의에서 서초구 반포동 '신반포15차' 재건축 정비안에 조건부 보고 결정을 내리기도 했다. 심의에선 도시경관상 위압감을 고려해 최상층을 각각 연결하는 스카이 브릿지의 규모를 줄이거나 삭제하라는 요구사항이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정비업계의 한 관계자는 "건설사 간 차별화 경쟁이 심해지면서 현실성이 다소 떨어지는 제안도 많아졌다"며 "스카이 브릿지와 같은 굵직한 설계는 시에서 반기지 않는 분위기이고 세부적으로는 이용률이 낮을 것으로 예상되는 시설도 많아, 향후 설계안을 수정하거나 시공사 선정에 불만을 가지는 조합원들도 늘어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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