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최저임금 인상, 소규모 제조기업 생산성·고용 '부정적'"
한은 "최저임금 인상, 소규모 제조기업 생산성·고용 '부정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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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2016년 최저임금 인상 기준…제조업 전반 생산성은 '향상'
소규모(5인 미만) 기업 대기업보다 6배 많은 30% 이상 영향 받아

[서울파이낸스 김희정 기자] 최저임금 인상이 제조업에 속한 기업 또는 산업 특성에 따라 생산성 제고 등 질적 측면에서 긍정적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결론만 보면 최저임금 인상이 제조업 전반의 생산성 향상을 가져왔다고 오해할 수 있다. 하지만 내용을 자세히 뜯어보면 생산성 향상은 최저임금 인상 영향력이 적은 대기업에 국한된다는 사실이 드러난다. 

최저임금 인상이 고용규모가 작은 소규모 기업에 미치는 영향력이 더 크며, 임금을 올리는 과정에서 고용과 생산성이 떨어졌다는 결론이 도출된다. 올해와 내년 가파른 최저임금 인상이 가뜩이나 어려운 중소기업이나 영세기업 사정에 직격탄을 날린 셈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14일 김규일 미시간주립대 교수와 육승환 한국은행 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최저임금과 생산성: 우리나라 제조업의 사례'를 통해 최저임금 인상으로 유발된 임금상승이 제조업의 생산성을 증가시킨다고 밝혔다. 최저임금 상승이 초래하는 노동비용 증가와 이에 따른 잠재적 고용 감소와 같은 부정적 효과를 생산성 확대로 일정 부분 상쇄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최저임금 상승과 이에 수반한 일정 규모의 임금수준 상승은 근로자의 사기 진작과 이직률 감소를 가져올 수 있고 이러한 이직률 감소는 고용안정으로 이어져 노동자가 직업훈련에 더 적극적으로 참여함으로써 자신이 일하는 기업에 특화된 기술과 역량을 개발할 유인이 생긴다. 이 같은 긍정적인 효과들이 기업의 생산성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 몇몇 해외연구를 통해 밝혀진 바 있다. 

그러나 연구면면을 살펴보면 제조업을 영위하는 대규모 기업과 소규모 기업이 처한 상황이 달랐다. 연구진은 2011∼2016년 중 통계청 경제활동인구조사와 지역별고용조사 자료를 토대로 사업체별 최저임금 대상근로자 비율을 계산하고, 이를 업종별·고용규모별로 평균해 각각의 최저임금영향률을 시산했다. 다음으로 통계청 경제총조사와 광업제조업조사 자료를 활용해 생산함수를 추정하고 이를 통해 개별기업의 생산성을 연도별로 추정했다. 

최저임금영향률은 총 임금근로자 대비 최저임금 인상에 영향을 받는 근로자 비율을 뜻한다. 최저임금 인상시 최저임금을 소폭 상회하는 근로자의 임금도 함께 인상되는 파급효과도 감안해, 이번 연구에서는 최저임금의 1.2배 수준의 임금을 수령하는 근로자까지 최저임금 인상에 영향을 받는 것으로 간주했다. 

표=한국은행
표=한국은행

이런 조건을 토대로 최저임금영향률을 시산한 결과 업종별·규모별로 유의한 차이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업종별로는 식료품, 의복 등은 20% 이상, 석유정제, 기타운송수단 등은 5% 이하 수준의 영향을 받았다. 규모별로는 대규모(300인 이상) 기업의 경우 5% 이하 수준으로 분석됐다. 소규모(5인 미만) 기업의 경우 대기업보다 6배 많은 30% 이상의 영향을 받았다. 고용규모가 작을수록 최저임금영향률이 크게 나타난 것은 작은 사업체일수록 저임금층 노동자가 상대적으로 많아서 최저임금 상승에 상대적으로 더 큰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제조업 내 모든 표본기업별로 추정된 생산성과 생산성 증가율을 종속변수로 하고 최저임금영향률, 사업체단위 임금상승률, 기업 업력, 자본집 약도, 전기 생산성을 독립변수로 삼아 회귀분석한 산업분류별 최저임금영향률 변수의 계수는 플러스(+)로서, 최저임금영향률 상승은 제조업 전반의 총요소생산성 증가를 가져오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사업체규모별 최저임금영향률의 추정계수가 마이너스(-)인 것은 고용규모가 작을수록 최저임금영향률이 크다는 점을 감안할 때 결국 소규모 기업일수록 최저임금영향률은 생산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을 의미한다.

표=한국은행
표=한국은행

최저임금 인상이 최저임금영향률 변화를 통해 생산성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결과 생산성 변화의 방향과 폭은 업종별로 상이했다. 업종별 최저임금영향률은 식료품, 음료, 섬유제품, 고무제품·플라스틱제품, 1차 금속, 금속가공제품, 자동차·트레일러 등 부문에서 생산성 증가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의복·의복액세서리·모피제품, 목재·나무제품, 비금속 광물제품, 전자제품, 전기장비 등 부문에서는 생산성 제고에 부정적인 것으로 추정됐다. 

임금과 고용에 미친 영향을 업종별로 살펴보면 최저임금영향률이 높은 기업(소규모 기업)의 임금상승률이 더 높아지고 고용증가율은 더 낮아지는 경향이 있었다. 이에 따라 이번 연구를 종합해 보면 최저임금 인상에 따라 최저임금영향률이 큰 소규모 기업이 임금상승률을 확대하는 과정에서 생산성과 고용증가율이 저하될 수 있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최저임금 인상이 대규모 기업과 소규모 기업의 격차를 더 벌릴 수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지난해(최저임금 인상률 7.3%)와 올해(16.4%) 최저임금 인상 영향이 연구에 반영되지 않았다는 점을 고려하면 그 사이 소규모 기업의 생산성과 고용증가율이 더 나빠졌을 수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고용 악화 원인을 최저임금 탓으로만 돌리는 것은 지나친 해석이라고 했던 정부의 해명을 무색하게 하는 결과"라고 평가했다.

다만 연구진은 "최저임금영향률은 최저임금 수준과 기업의 임금분포 상황에 따라 결정된다"고 강조했다. 예를 들어, 전반적인 임금수준이 매우 높은 기업의 경우 최저임금이 크게 올라도 최저임금영향률은 거의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즉 최저임금 인상이 반드시 최저임금영향률의 증가를 가져오는 것은 아니라는 한계점을 짚은 것이다. 

업종에 따라서는 최저임금 인상의 생산성 개선 효과가 존재하는 것으로 추정된 만큼, 이를 최저임금 상승이 초래하는 노동비용 증가 및 고용 감소 효과와 함께 종합적으로 고려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게 연구진의 의견이다. 아울러 자료가용성 등의 문제로 최저임금 인상의 영향이 가장 큰 것으로 추정되는 서비스업에 대한 분석이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점도 유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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