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톡톡] '삭센다' 온라인 불법광고 기승…대량판매 유혹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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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 다이어트 주사'로 소문난 비만치료제, 약사법 개정안 공포돼 광고만 해도 제재
삭센다 (사진=노보노디스크제약)
삭센다 (사진=노보노디스크제약)

[서울파이낸스 김현경 기자] 올해 제약업계에 돌풍을 일으킨 주사약이 있습니다. 바로 노보노디스크제약이 판매하는 비만 치료제 '삭센다'인데요. 삭센다는 식욕 호르몬을 조절해 체중 감소를 유도합니다. '강남 다이어트 주사'로 인기를 끌면서 한차례 품절을 빚기도 했습니다. 직접 복부에 주사하고, 가격이 비싸다는 단점이 있는데도 말이죠. 
 
병의원의 적극적인 홍보와 입소문에 삭센다는 국내 출시 1년도 되지 않아 비만 치료제 시장 상위 3위권(3분기 기준)에 진입했습니다. 다른 약보다 탁월한 장점이 덕분일까요, 아니면 대다수 비만 환자가 삭센다로 갈아탔기 때문일까요. 판매회사 쪽은 상대적으로 부작용이 적다고 주장합니다. 

실마리는 병의원 처방 행태에서 찾아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돈이 된다'는 이유로 의사들이 체질량지수(BMI) 측정 없이 삭센다 구매를 권유하기 때문이죠. 삭센다는 BMI가 27 이상인 18세 이상 성인을 대상으로 임상시험이 이뤄졌고, 이 같은 조건일 때 판매하도록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를 받았는데도 말입니다. 병의원에서 진단 없이 무작위로 판매하면서 서울시 역시 이에 대해 들여다보고 있습니다. 

지난 11월16일 서울시 민생사법경찰단은 강남지역 성형·피부과 병·의원을 중심으로 삭센다를 의사 처방 없이 판매한 5곳과 전문의약품 광고금지 규정을 어긴 19곳을 수사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해당 병·의원 24곳은 의료법과 약사법 위반 혐의로 수사 대상에 올랐다고 합니다. 

삭센다 오남용 문제는 온라인으로 번졌습니다. 병원에서 처방을 받아야 살 수 있는 전문의약품이 온라인에서 거래되고 있는 것 자체가 불법이지만, 적지 않게 판매가 이뤄지며 오남용 문제에 노출되고 있는 겁니다.

12일 <서울파이낸스>는 한 구독자로부터 삭센다 온라인 거래 관련 제보를 받았습니다. 인터넷 카페에 올라온 삭센다 판매 글을 보고 모바일 메신저로 연락을 취했다는 이 제보자는, 판매자가 주사를 맞아본 경험이나 진단서에 대해 일절 묻지 않았다고 합니다. 이 약을 처음 접하는 사람이라도 쉽게 살 수 있었기 때문에 오남용될 소지가 충분했습니다. 

이 제보자에 따르면 기본 판매 가격은 180만원(20펜). 삭센다 1펜 가격이 13만~15만원임을 감안하면 1개당 9만원으로 싼 편에 속합니다. 대체 어떤 방법으로 한 번에 많이, 싸게 팔 수 있을까요. 

제보자는 판매자가 자신을 일반 무역회사 이사라고 소개했다고 합니다. 약을 팔 수 있는 자격조차 없었던 겁니다. 현행법상 약국 개설자나 의약품 도매상이 아니면 약을 팔 수 없습니다. 이마저도 약국처럼 지정된 장소가 아니면 약사법 위반입니다.

제보자는 이 판매자가 의약품 도매상 허가증이 있는 도매업체로부터 삭센다를 공급받는다고도 알려왔습니다. 사실이라면, 의약품 유통체계가 구멍난 셈입니다. 현재 삭센다 국내 판매는 쥴릭파마코리아가 맡고 있습니다. 하지만 정확히 어떤 유통업체가 약을 무역회사에 넘겼는지 확인하긴 어렵습니다. '도도매(도매업소 간 유통 거래)'와 '도도도매'까지 등장했기 때문입니다. 쉽게 말해 쥴릭파마코리아로부터 삭센다를 산 2, 3차 도매업체 중 한 곳이 다시 일반 무역회사에 넘겼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의약품이 중간에 새어나간 게 아니라면, 정품이 아닐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가짜 약일 경우 생명에 지장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문제는 더 심각합니다. 불법판매여서 법적 보호를 받지 못하기 때문이죠.

그러나 식품의약품안전처는 해당 무역회사가 파는 약이 정품인지 확인할 방법은 실질적으로 없다고 설명합니다. 전문의약품은 온라인 판매 자체가 불법인 데다가, 식약처가 직접 구매해 검사했을 때 정품이라고 나온다면, 결국 온라인 판매를 부추기는 격이 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다행히 이 무역회사는 법망에 걸리게 됐습니다. 지난 11일 약국이 아닌 온·오프라인에서 약을 판다고 광고하거나 알선만 해도 처벌하는 약사법 개정안이 공포됐기 때문입니다. 그 동안 직접 판매가 이뤄진 게 아니면 약사법 적용이 어려웠지만, 이젠 광고만 해도 판매 의도가 있다고 보고 제재를 할 수 있게 된 겁니다. 

'삭센다 대량 판매'라고 포털사이트에 검색하면 아직도 제보자가 봤다는 글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당장 게시물 차단을 비롯한 제재는 물론, 잠재적 피해를 막기 위한 의약품 유통체계 점검도 필요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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