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1년새 확 바뀐 부산 부동산시장"…해운대도 '찬 기운 쌩쌩'
[르포] "1년새 확 바뀐 부산 부동산시장"…해운대도 '찬 기운 쌩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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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의 부촌 해운대구 가봤더니
매매가 하락·청약경쟁률 '뚝'
쌓인 입주물량에 "하락세 불가피"
부산 해운대구 일대. (사진=이진희 기자)
부산 해운대구 일대. (사진=이진희 기자)

[서울파이낸스 (부산) 이진희 기자] "1~2년 전 분위기와 비교하면 완전 딴판이죠. 쏟아지는 입주물량도 감당이 안 되는데, 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된 후에는 거래가 눈에 띄게 줄었어요." (부산 해운대구 반여동 H공인중개업소 관계자)

부산 부동산 시장이 침체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투자 수요를 등에 업고 폭주하던 시장에 정부가 '조정대상지역 지정'이라는 브레이크를 걸은 후부터는 인기지역인 해운대도 냉기로 가득하다.

부산 일대 부동산 중개업자들은 매수자가 관망세로 돌아서면서 주택거래 급감은 물론이고, 매매가격도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수백대 1로 치솟았던 청약경쟁률도 옛말이 됐다.

지난 9일 찾은 부산 해운대구 우동 일대. 해운대를 등지고 곳곳에 고층 아파트들이 들어차 있다. 해운대아이파크(1631가구), 해운대자이1단지(935가구), 해운대자이2차(813가구), 해운대두산위브더제니스(1788가구) 등은 오션뷰에 브랜드 파워가 더해지면서 초고가를 자랑한다. 그야말로 부산의 부촌이다.

이 일대는 부산의 아파트값을 끌어올리는 견인차 역할을 담당했다. 두산위브더제니스(222.6㎡)는 지난 3월 41억4300만원에 거래되면서 올 상반기 아파트 단지별 최고가 20곳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하지만 수년간 상승세를 탔던 해운대구의 분위기는 최근 들어 차갑게 식어가고 있다. 정부의 잇단 규제책으로 관망세가 짙어지더니 시세가 급락하고 있는 것.

실제 부동산114에 따르면 올 3분기 기준 부산 아파트 매매가격(-0.19%)은 지난해 4분기 이후 1년째 마이너스 변동률을 기록 중이다. 해운대구의 경우 전분기 대비 0.33% 급감했다. 단지별로는 지난해 11월 초 5억1000만원 선에 거래됐던 '해운대자이 1단지' 전용면적 59㎡는 지난 10월 4억7900만원까지 떨어졌다.

해운대의 랜드마크인 마린시티의 '두산위브더제니스'는 전용 118㎡의 경우 지난해 10월 8억5000만원에 팔렸지만 올 10월엔 6억9800만원에 그쳤고, 전용 127㎡ 역시 10억4000만원에서 8억9500만원으로 1년 새 매맷값이 1억5000만원가량 낮아졌다.

부산 해운대구 우동 소재 공인중개업소. (사진=이진희 기자)
부산 해운대구 우동 소재 공인중개업소. (사진=이진희 기자)

해운대뿐 아니라 중구(-0.99%), 기장군(-0.59%), 동래구(-0.33%), 북구(-0.23%) 등도 약세가 뚜렷하다. 해운대구 우동 G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집주인들은 자산가이기 때문에 규제 이슈에도 크게 반응하지 않고 관망하는 분위기지만, 문의는 많이 뜸해졌다"라며 "매매가 역시 정점에 비해서는 크게 떨어진 편"이라고 말했다.

부산의 부동산 시장이 하락세를 탄 것은 쌓인 입주물량의 영향이 크다. 올해 부산시의 입주물량은 2만3853가구로, 2015~2017년 3년 평균 입주물량(1만9012가구)보다 4000가구 이상 많다. 내년에 예정된 입주 물량도 2만5615가구에 달한다. 

특히 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된 후 하늘 높은 줄 몰랐던 마천루의 자존심은 꺾이기 시작했다는 분석이 많다. 부산지역은 2016년 11월, 2017년 6월 두 차례에 걸쳐 부산진구, 동래구, 남구, 해운대구, 연제구, 수영구, 기장군 등이 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된 바 있다. 지난 8월 기장군(일광면 제외)이 조정대상지역에서 해제됐으나, 이들 지역은 양도세 중과와 대출 규제, 분양권 전매 강화 등 수위높은 규제를 적용받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분양시장에도 '빨간불'이 들어왔다. 지난해 부산 청약 경쟁률은 44.50대 1로 전국 경쟁률 상위 10곳 중 8곳에 부산지역이 포함된 반면, 올해 부산 평균 청약경쟁률은 8.52대 1로 대폭 내려앉았다. 

전문가들은 부산 부동산 시장의 침체기가 한동안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부산시가 조정대상지역 해제 목소리를 높이고 있음에도, 그 여부가 불확실한 데다 쌓인 입주물량을 해결할 수 있는 대책이 없다는 지적이다.

오대열 경제만랩 리서치팀장은 "부동산 규제가 수도권과 지방으로 나눠 차별화돼야 하는데, 같이 묶어서 가해지다 보니 지방 부동산 시장 침체가 이어지고 있는 것"이라면서 "조정대상지역 해제가 이뤄져야 부산 주택시장의 숨통이 트일 예정이지만, 이마저도 불확실하기 때문에 매매가격 하락이 한동안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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