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사찰하는 PR·OL···현대重, '부당노동행위' 의혹 또 불거져
노조 사찰하는 PR·OL···현대重, '부당노동행위' 의혹 또 불거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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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년간 조직적으로 관리"···매번 되풀이
회사 "개인 일탈···현 사안과 관련없어"
지난 21일 세종시 고용노동부 앞에서 사측의 부당노동행위 관련 사업장 전수조사를 요구하는 집회를 연 현대중공업노조. (사진=현대중공업노조)
지난 21일 세종시 고용노동부 앞에서 부당노동행위 관련 사업장 전수조사를 요구하는 집회를 연 현대중공업노조. (사진=현대중공업노조)

[서울파이낸스 김혜경 기자] 최근 현대중공업이 노동조합 대의원 선거에 개입하고 조합원을 사찰하는 등 이른바 '불법 노무관리' 의혹이 불거지면서 노사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지난 9월 해양사업부 가동 중단에 따른 구조조정과 유휴인력 수당 지급 등을 놓고 극명한 의견 차를 보였던 노사는 이달 초 협상을 재개했지만 부당노동행위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전면 중단된 상태다. 

지난 21일 고용노동부 울산지청은 현대중공업 울산 본사를 압수수색했다. 27일 세종시 노동부 앞에서 전수조사 요구 집회를 연 노조는 사측이 사과와 재발방지대책을 내놓지 않아 30일에도 부분파업을 진행한다. 하청업체 불공정거래 혐의로 현재 공정거래위원회의 조사를 받고 있는 현대중공업으로서는 엎친 데 덮친 격이다. 노사 관계가 악화되면서 이달 초 선임된 신임 경영진의 향후 행보에도 세간의 관심이 쏠린다. 

◇ 2016년·2017년에 이어 세 번째···잊을만 하면 의혹 재발

현대중공업의 노조 사찰은 이미 수차례 논란이 됐지만 여전히 되풀이되고 있다는 것이 문제다. 세상에 처음 알려진 것은 지난 2016년. 한 전직 노무과장이 작성한 문건이 송옥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통해 폭로되면서다. 사측이 조합원 성향을 ‘G(green)·Y(yellow)·R(red)’ 등 세 가지로 분류해 R등급에 포함된 강성 노조원들을 별도 관리했다는 것이 골자였다. 

이어 지난해 김종훈 민중당 의원이 공개한 내부 문건에는 사측이 노조 대의원 선거를 전후해 대의원 성향을 S·A·B·C·D등급으로 분류해 관리했다는 내용이 담겼다. 사측이 선호하는 인사는 S등급, 강성 인사는 D등급로 분류됐다. 친회사 후보의 선출을 위해 적극 후방 지원하는 것은 물론, 여론을 수시로 확인하고 조합원 관리비용을 책정하는 내용도 공개돼 파장이 일었다. 

자료=김종훈 의원실
자료=김종훈 의원실

최근 KBS를 통해 공개된 문건에도 사측이 노조원들을 S·A·B·C·D 5단계로 나눠 사측에 호의적인 3단계에 해당하는 조합원을 관리했다는 부분이 담겼지만 좀 더 구체적이었다. 예를 들면 "대의원에 당선됐던 강성 조합원을 합리파로 전향시켰고, 대외적으로는 강성으로 보이도록 관리한다"는 내용이 기재돼있다. 

강경파 측 후보단일화 과정에서 특정 인물을 불출마토록 유도하거나 사측이 기피하는 인물에 대해 부정적인 여론을 조성한 정황도 포착됐다. 문건에는 한 노조원에 대해 "기본적으로 게으르다. 다른 대의원들은 일찍 출근해 다른 조합원을 위해 열심히 활동하지만 이 사람은 출근시간 지키기에 급급하다"는 평가를 내리기도 했다. 

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가 최근 조합원 6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70.9%가 최근 3년 관리자와 면담을 진행했으며 이 중 56.2%가 면담 내용이 노조와 관련 있었다고 응답했다. 임원 및 대의원 선거와 임단협 찬반투표 시기에 이 같은 면담이 집중됐다고 답한 비율은 65%로 집계됐다. 최근 3년 관리자로부터 특정 후보를 지지하거나 또는 뽑지 말라는 요청을 받은 적이 있다는 질문에도 41.4%가 있다고 답했다. 

김형균 현대중공업노조 정책실장은 "1994년 '신경영전략'이라는 새로운 사내 정책이 수립됐는데 당시에는 노동자 의식을 통제하는 방식 위주로 노무 관리 정책이 만들어졌고, 2000년대 들어오면서 체계적으로 다듬어졌다"면서 "대의원 선거에서 비밀원칙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등 현장 민주주의 시스템이 무너진 것도 이때부터 시작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회사는 담당 부서장을 대기 발령 조치하는 등 일부 직원들의 일탈이라는 식으로 대응하고 있다"면서 "부장급은 지시를 받고 움직였을 뿐 노무관리 정점에 있는 관리자들을 조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노조는 이같은 사측의 행위를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81조'와 '개인정보보호법 23조'를 위반하는 행위로 보고 대검찰청에 고소장을 제출한 상태다. 

◇ OL이 행동하면 PR이 성향 분류해 윗선 보고

현대중공업은 노조를 어떤 방식으로 관리할까. 지난 2016년 사측의 불법 노무관리를 폭로했던 이재림 전 노무과장에 따르면 'PR'로 불리는 운영과장과 PR 하부조직인 'OL' 요원들을 중심으로 노조 관리가 이뤄진다. PR은 회사에 우호적인 성향을 가진 직원들을 OL로 뽑아서 관리한다. 이들은 소속 부서에서 어떤 성향의 누구를 어떻게 관리해야 하는지 등 명단을 외우고 다닐 정도라고 한다. 

노조 대의원·위원장 투표 시에도 규칙이 존재한다. 예를 들어 10명이 줄을 선다고 가정했을 때 맨 앞에는 반장급 OL이 서는데 투표 완료 후 퇴장하지 않고 자리를 지킨다. 또 내부적으로 강성으로 분류된 조합원 바로 뒤에도 OL 1명을 배치시킨다는 설명이다. 

2014년 12월부터 2015년 1월까지 PR 업무를 담당했던 임형곤 전 현대중공업 부장은 "평소 직원들을 대상으로 노조 소속 여부, 회사에 대한 불만 유무 등에 대한 정보를 모은 뒤 PR들끼리 모여서 정기 혹은 비정기적으로 회의를 연다"면서 "동료와 상사·후배 간 발생하는 일들, 그야말로 일거수일투족을 파악해 서로 공유하는데 PR을 운영하는 주체는 운영지원부"라고 설명했다. 

임 전 부장은 "재직 당시 본인은 원가관리 담당 부서에 있었는데 어느 날 회사에서 PR 업무도 함께 맡아달라고 했다"면서 "정말 악랄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직원들 뒷조사를 시켰다. 양심상 더 이상 못하겠다고 그만 뒀다"고 토로했다. 그는 '사랑방좌담회'라는 단순 친목 성향으로 보이는 조직에서도 노무·인사 관리가 비일비재했다고 덧붙였다. 

오피니언 리더의 약자인 OL의 경우 처음에는 활동적인 직원을 대상으로 현장에 활력을 불어넣으라는 의미로 쓰였을 것이라고 노조는 추측했다. 김 정책실장은 "해당 조직이 사측의 지시를 토대로 회사에 우호적인 방향으로 현장 여론을 움직이고 있다는 것은 나중에 알게 됐다"면서 "생산과 관련된 일반적인 부서가 아니라 별도로 만들어진 비선조직"이라고 말했다. 

PR과 OL은 몇 년 전부터는 하청업체 직원들도 사찰 범위에 포함시켰다. 한익길 경부산업 대표는 "2016년 국정감사 당시 이재림 대표는 하청업체 갑질피해대책위원회 소속이었는데 원청에서 10년간 운영과장 직책을 맡으면서 기록했던 자료를 의원실에 들고갔다"면서 "이 대표는 OL 활동이 사내에서 '관행'으로 통용됐다고 강조했다"고 말했다.  

김도협 대한기업 대표는 "OL이 동향 파악 후 PR에게 보고하면 PR이 성향을 파악해서 분류를 하고, 윗선에 최종 보고하는 구조"라면서 "원청 사내에 존재하는 각종 향우회, 동호회 모임들이 예전에는 하청업체 직원들을 받아주지 않았지만 몇 년 전부터 가입이 가능해졌는데 이는 하청도 관리 대상에 포함된다는 이야기"라고 설명했다. 

김 대표는 사내 조직들이 단순 친목 수준을 넘어서 직원들을 사찰하기 때문에 문제가 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과거 정몽준 회장의 경우 별도 사조직이 있었는데 울산 지역구를 떠나기 전까지 이 같은 단체들을 활용했다고 알고 있다"면서 "특정 인물이 OL 혹은 PR이라고 확실하게 알 수는 없지만 대의원 선거 시 출마한 후보들을 보면 대략적으로는 인지한다"고 말했다. 

현대중공업은 현재 불거진 의혹이 회사 차원의 조직적인 행위가 아닌 직원들의 개인적 일탈이라는 입장이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부서장 4명에 대기 발령을 내렸다가 노동부 조사 진행 후 다시 복귀를 시켰는데 이들이 부서에 없으면 책임을 질 수 없기 때문"이라면서 "정부 조사가 끝나는 대로 내부 감사 결과와 함께 상응하는 징계를 내릴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PR은 잘 모르겠지만 OL의 경우 과거에 존재했다고 알고 있다"면서 "부당노동행위 관련 직원 교육을 실시하고 있음에도 과거에 했던 행위를 반복하는 직원들이 있다. 현재 불거진 내용들도 연장선상"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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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의진 2018-11-30 15:03:27
언제까지 노무관리 하려고 하는지
한심하다 중공업

노동자 2018-11-30 13:35:56
현대공화국~ 고용노동부는 철저히 조사해야합니다

쓰레기들 2018-11-30 11:40:03
개 쓰레기같은것들. 시대가 어느땐데 아직까지 저런 지랄을 하면서
사람들을 감시한단 말인가.
현대왕국 답구나 ㅉㅉㅉ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