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빛 3호기에도 '공극 10개'···'그리스 누유' 원인은 미궁
한빛 3호기에도 '공극 10개'···'그리스 누유' 원인은 미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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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대 깊이 34.4cm 공극 포함 20cm 이상인 공극만 6개
한수원 "내부 철판 전체 제거해야 확인 가능···방법 논의"
자료=원안위 한빛원전지역사무소
자료=원안위 한빛원전지역사무소

[서울파이낸스 김혜경 기자] 한빛 원자력발전소 4호기에 이어 3호기 격납건물에서도 깊이 30cm 이상의 콘크리트 공극을 포함해 빈 공간이 무더기로 발견됐다. 3호기에서도 텐돈(tendon·강선)을 감싸고 있는 시스관(sheath pipe·외장관) 사이 '그리스(grease·윤활유)'가 누출된 사실이 확인됐지만 정확한 원인과 최초 누유 위치는 여전히 파악되지 못한 상태다. 격납건물 깊숙한 곳에 위치한 텐돈에서 그리스 뉴유가 사실로 확인될 경우 방호벽에 단순 공극만 발생한 것이 아니라 구조물 자체에 균열이 발생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28일 원자력안전위원회와 한빛원전 민관합동조사단 등에 따르면 3호기 격납건물 철판(라이너플레이트·CLP) 매설판 보강재 주변의 CLP 89개소를 절단한 결과, 7~15단 부위에서 10곳의 공극이 확인됐다. 발견된 공극 가운데 최대 깊이는 34.4cm로, 깊이 20cm 이상인 공극만 6개로 집계됐다. 

1~15단 가운데 그리스 누유가 확인된 곳은 총 8개소로 나타났다. 이 중 5개소는 공극 내 그리스가 채워진 상태로, 나머지 3개소는 콘크리트 표면에 윤활유가 묻어있는 상태로 발견됐다. 깊이 20.6cm·23cm·34.4cm·20.6cm 공극에는 각각 빈 공간에 그리스가 채워진 상태로, 깊이 32.7cm의 경우 공극 하부에서만 그리스 누유가 나타났다. 

자료=원안위 한빛원전지역사무소
자료=원안위 한빛원전지역사무소

앞서 지난 8월 4호기 격납건물 CLP 1~8단 조사에서도 다수의 공극이 발견됐다. 당시 그리스 누유 현상과 함께 발견된 깊이 38cm 공극의 가로 길이가 최초 발견 당시 측정됐던 25cm보다 길어진 2m로 확인된 바 있다. 누유 현상은 격납건물 전체 텐돈에도 문제가 있을 수 있기 때문에 구조물 균열 가능성을 살펴봐야 한다는 지적이 그동안 끊임없이 제기됐다.

원전 격납건물은 인장 강도를 높이기 위해 '포스트텐션닝(post-tensioning)' 공법이 적용된다. 구조물을 고정할 목적으로 콘크리트 내 가로와 세로 방향으로 텐돈을 매립한다. 텐돈을 감싸고 있는 것이 시스관이며 텐돈과 시스관 사이 그리스가 들어간다. 수직보다는 수평 텐돈 파손 가능성이 높다고 전문가들은 설명한다. 

지난해 6월 민관합동조사단이 출범한 후 사업자인 한국수력원자력은 깊이 8cm 이상의 공극 발생 가능성은 희박하다며 전면 조사는 뒤로 미뤄왔다. 보강재 설치형상으로 인해 이론적으로 8cm 내외라는 것이 이유였다. 그러 4호기에서 예상을 뛰어넘는 깊이 20cm 이상의 공극이 여럿 발견되자 사업자는 1~8단에서 9~15단으로 조사 범위를 넓히고, 한빛 3호기에 대해서도 추가 점검을 하겠다고 언급했다. 

최근 조사 방해 의혹 등이 불거지면서 주민 측 조사단과 사업자 간 조사 범위를 두고 이견이 엇갈렸지만 지난 20일 열린 회의에서 향후 계획에 대한 합의가 이뤄졌다. 3호기 격납건물 7~15단 부위에서 공극 10개가 확인된 만큼 4호기 9~15단 상부 조사에서도 다수의 추가 공극과 누유 흔적이 발견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20년 전 시공 당시 규제기관과 사업자는 CLP 변형과 공극 현상 등을 인지하고 있었다. '영광 4호기 원자로 CLP 변형' 기술검토의견서에 따르면 1994년 2월 5.5mx4.8m 크기 CLP에서 배불림(Bulge) 현상이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의견서는 내부 철판 변형의 이유를 "충진 작업 시 텐돈 덕트로부터 누출된 그리스 압력으로 인해 발생됐다"면서 "콘크리트 타설불량으로 인한 상당 크기의 콘크리트 공극이 주 원인이었음이 확인됐다"고 기술했다. 

그러나 안전성에는 문제가 없다는 식으로 결론을 내렸다. 이에 당시 제대로 조치를 취하지 않은 탓에 현재 문제가 불거지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된다. 그리스 누유 현상은 이미 몇 달 전 4호기 격납건물 하부에서 발견됐지만 여전히 최초 누설 위치와 정확한 원인을 찾지 못하고 있다. 

한빛원전 관계자는 "건설 당시 장비 반입을 위한 개구부가 존재했는데 해당 부분에 배불림 현상이 발생해 보수를 했다"면서 "이외 다른 부분의 공극 발생은 예측을 못했다는 것이 공식적인 입장"이라고 해명했다. 

합동조사단에 참여 중인 한 실무위원은 "최초 누유 위치를 확인하려면 CLP 전체를 뜯어봐야 하는데 재가동을 염두에 뒀을 때 해당 작업을 진행하는 것이 구조적으로 안전한가를 두고 내부적으로 논의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한국전력기술과 중앙연구원 등이 사전 조사를 실시할 수도 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고 말했다. 

한병섭 원자력안전연구소 소장은 "격납건물 내부 60cm, 1m 지점에 매설된 텐돈에서 문제가 발생했기 때문에 표면에서 누유 현상이 발견되고 있는 것"이라면서 "구조물 박리(균열)가 일어날 수밖에 없다는 상황을 전제해야 하는데 인정하기 싫으니까 차일피일 미루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두드려서 빈 공간을 찾는 타격법으로는 철판 부근 공극은 쉽게 찾지만 내벽 깊숙한 곳의 공극 발견은 불가능하다"면서 "타격법이 잘못됐다는 것이 아니라 표면에만 공극이 있다고 여기는 태도 자체가 문제"라고 꼬집었다.

한수원은 격납건물 균열 발생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다각도로 조사 방법을 모색한다는 입장이다. 한빛원전 관계자는 "내부 철판을 다 제거해봐야 그리스 최초 누설 지점과 경로 확인이 가능한데 어떤 조치를 취할지 합동조사단과 논의 중에 있다"면서 "타격법으로 검증이 되지 않는 내부 검사를 진행하기 위해 내시경 방식 도입 등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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