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드 금융] '인사시즌' 금융그룹, 고질병 '뱅커 낙하산' 반복되나
[인사이드 금융] '인사시즌' 금융그룹, 고질병 '뱅커 낙하산' 반복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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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임원 100여명 임기 만료…은행 고위층, 계열사 자리이동 관행화
과열 경쟁·전문성 결여·사기 저하 등 폐단…"사별 사정따라 이뤄져야"
(왼쪽부터) KB국민은행, 신한은행, 우리은행, KEB하나은행 등 4대 시중은행 (사진=각사)
(왼쪽부터) KB국민은행, 신한은행, 우리은행, KEB하나은행 등 4대 시중은행 (사진=각사)

[서울파이낸스 박시형 기자] 이른바 금융권 '인사 시즌'인 연말연시를 맞아 은행 중심 금융지주사를 중심으로 인사태풍이 예상된다. 이 기간 금융그룹 CEO·임원의 임기가 무더기로 만료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퇴직을 앞둔 은행 인사가 계열사 대표 등으로 자리를 옮기는 것에 대해 전문성 부족에 따른 경영의 비효율성, 직원들의 사기 저하 등의 문제점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해묵은 논란거리다. 따라서 이번에도 이같은 '은행원 낙하산' 인사가 재연될지가 관전 포인트로 부각되고 있다.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권에서는 올해 말부터 내년 3월까지 100여명에 이르는 임원의 임기가 만료된다.

KB금융그룹의 경우 계열사 CEO 9명과 지주·은행에서 23명의 임원 등이 임기만료를 앞두고 있다. 신한금융은 계열사 CEO 11명과 지주·은행 임원 15명의 임기가 종료되고 하나금융은 계열사 CEO 8명과 지주·은행 임원 30명의 임기가 끝난다. 우리은행도 계열사 CEO 1명과 은행 임원 13명의 임기가 만료된다.

하지만 이번 '인사태풍'에서도 어김없이 계열사 CEO 자리에 부행장 등 은행 인사들이 자리를 옮겨가는 이른바 '은행원 낙하산' 가능성이 높다. 지금까지 이는 관행처럼 반복됐고, 금융그룹 최고경영구조의 문제점으로 지적돼왔다. 구조적인 페해때문이다.

일단 은행 부행장 자리를 꿰차면 별 일이 없는 한 계열사 사장까지 적어도 6~7년은 임기가 보장되다 보니 죽기살기로 부행장 승진에 올인하는 분위기가 만연해 있다. 과열경쟁에 따른 각종 부작용이 뒤따르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무엇보다 뱅커출신이 전문성과 무관하게 계열사 사장으로 자리를 옮겨갈 경우 경영의 효율성 측면에서 문제점을 드러내고 있다.

예를들어 은행 부행장 출신 인사가 계열 증권사 수장을 맡을 경우 상이한 업무특성 때문에 우수한 경영성과를 거두기 어렵다. 단기성과주의에 매몰될 가능성도 그만큼 높다. 과거 1990년대 주요시중은행들이 경쟁적으로 증권사를 계열사로 거느린 적이 있었는데, 대부분 이같은 폐단으로 경영상 애로를 겪은 전례가 있다. 당시엔 심지어 은행 감사가 계열사 사장으로 자리를 옮겨간 경우도 있었다.

최근 금융지주사들이 외형경쟁과 함께 비은행부문 강화를 위해 경쟁적으로 인수합병 등을 통해 덩치키우기에 나서고 있는 보험업종의 경우 현저히 다른 업종 특성때문에 그 폐단은 더 클 수도 있다. 물론 요즘 상황은 당시와는 크게 달라졌지만 기본적으로 '은행원 낙하산' 인사 관행은 상당부분 상존해 있다.  

실제로 KB, 신한, 하나 등 주요 금융지주사와 우리은행의 자회사 CEO의 면면을 보면 상당수가 은행에서 임원을 지낸 인물들이다.

KB금융의 경우 12개 계열사 중 8개 회사에서 국민은행출신 인사를 대표로 선임했다. 신한금융은 11개 계열사 중 10개 회사에서 신한은행 출신 CEO를 앉혔다. 하나금융은 11개 계열사 중 7개사 수장이 은행출신이고, 우리은행 역시 계열사 CEO 대부분이 우리은행 출신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금융지주의 계열사 확장 배경과 관련해 은행 인사의 퇴임 후 자리 보전을 위한, 일종의 '자리 만들기'가 아니냐는 비판적 시각마저 대두 돼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은행 출신 CEO가 계열사 사장에 임명될 경우 전문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업무 추진에 제약을 받는 경우가 많다"며 "특히 일부 CEO는 계열사의 역량을 은행의 보조를 맞춰주는 정도로 생각하다보니 직원들의 사기가 꺾이기 십상"이라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 역시 "은행 인사가 계열사 임원 등으로 이동할 경우 다시 돌아갈 날만 기다리는 모습을 종종 보게 된다"며 "장기적으로 봤을 때 은행 인사를 계열사 관리자로 앉히기보다 내부 인사를 육성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물론 금융지주의 입장도 고려돼야 할 여지는 있다. 은행에 비해 계열사의 규모가 작고 업력이 짧다보니 경영 체계나 인사의 역량이 아직 부족하기 때문에 은행 출신 인사를 중용할 필요성이 있다는 지적이다. 결국 이같은 특성까지를 감안한다면 어느 일방보다는 계열사 사정에 맞게 합리적으로 인사가 이뤄져야 한다는 게 중론이다. 케이스 바이 케이스가 적절하다는 지적이다.

금융지주 관계자는 "피인수된 계열사의 경우 은행과 기업문화가 다르다는 문제가 있고 내부 직원을 육성한다해도 시간이 오래 걸려 지금으로선 은행 인사를 CEO로 선임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장기적인 관점에서 보면 당연히 내부 인사를 육성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업력과 역량이 쌓이면 자연스럽게 내부 출신 대표가 선임되는 날이 올 것"이라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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