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유류세 인하 시행 2주···기름값, 확실히 내려갔나
[르포] 유류세 인하 시행 2주···기름값, 확실히 내려갔나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유류세 인하분 대부분 가격에 반영···소비자 체감은 "글쎄"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SK 자영 주유소. (사진=김혜경 기자)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한 SK 자영 주유소. (사진=김혜경 기자)

[서울파이낸스 김혜경 기자] "왜 여기는 휘발유 L당 가격이 아직 2000원대인가요?"
"강남지역 주유소가 원래 비싸요. 유류세 인하분 다 반영된 가격입니다."

지난 6일부터 실시된 유류세 15% 인하 정책. 시행 첫날 전국 주유소에서 판매된 보통 휘발유 가격은 전날보다 리터(L)당 평균 16.2원 하락한 1674.1원을, 서울은 44원 떨어진 1729.6원을 기록했다. 당시 전체 주유소의 80% 이상을 자치하는 자영 주유소에서 대부분 가격을 내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업계와 정부에서는 약 2주가 지나야 당초 예상한 123원의 인하분이 반영될 것으로 전망한 바 있다. 

지난 22일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주유소 몇 곳을 둘러본 결과 가장 저렴한 곳은 휘발유 기준 1561원을 기록한 반면 가장 비싼 곳은 2090원으로, 무려 529원이나 차이가 났다. 아직 유류세 인하 분이 반영되지 않을 것일까. 

압구정역 인근의 현대오일뱅크 직영 주유소에서는 휘발유의 경우 L당 2062원, 경유는 1899원에 판매하고 있었다. 여전히 2000원대 가격으로 판매되고 있다는 점이 의아했다. 약 500m 거리에 떨어진 자영 주유소와 비교했을 때 휘발유 기준 가격 차이는 476원. 기자가 유류세 인하 반영 여부를 묻자 주유소 직원은 "2000원이 넘지만 123원의 인하분이 모두 반영된 가격"이라면서 "원래 강남 쪽이 다른 지역에 비해 비싸다. 근처 주유소들도 비슷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유류세 인하 첫날 직영 주유소에 수많은 차들이 드나들었던 풍경과 비교했을 때 이날 해당 주유소에는 퇴근 시간인데도 차량이 뜸했다. 한국석유공사 유가 정보서비스인 '오피넷'에 따르면 이날 강남구에 위치한 주유소 41곳 가운데 휘발유 기준 2000원이 넘는 주유소는 8곳으로 집계됐다. △1500원대는 20곳 △1600원대는 2곳 △1700~1900원대는 11곳으로 나타났다. 

해당 주유소와 1km 떨어진 곳에 위치한 SK 자영 주유소를 방문해봤다. 강남구에서 제일 비싼 주유소로, 이날 휘발유 가격은 2090원·경유는 1995원이었다. 유류세 인하 반영 전인 지난 5일 이 주유소의 휘발유 가격은 2290원. 6일부터 동일한 가격을 고수하다가 12일부터 2170원으로 낮춘 후, 현재는 2090원에 판매하고 있다. 총 200원이 인하분에 반영됐다. 당초 정부 예상치인 123원에 비해 77원이나 더 떨어진 셈이다. 

정책 실시 전 이 지역 주유소의 휘발유 가격이 2200원 이상을 상회했던 것과 비교하면 유류세 인하 실시 후 가격이 하락한 것은 사실이다. 다만 원래 비싼 주유소이기 때문에 소비자 체감은 낮은 것으로 보였다. 

1km 반경에 위치한 에쓰오일 자영 주유소도 상황은 마찬가지. 휘발유는 2060원, 경유는 1890원에 판매하고 있었다. 주유소 직원은 "근처 주유소들은 우리와 비슷한 가격에 판매하고 있다"면서 "유류세 인하분이 반영됐지만 늘 방문하는 손님들만 찾아올 뿐 방문 차량이 늘어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압구정역 인근에서 저렴한 주유소는 도산공원 근처 SK 자영셀프 주유소였다. 이날 휘발유 가격은 1586원, 경유는 1469원에 판매됐다. 앞서 방문한 3곳의 주유소와는 달리 5~10분 간격으로 1대씩 차량이 들어왔다. 이날 기자가 인터뷰한 소비자들은 유류세 인하 정책에 대해서는 지난 6일에 비해 확실하게 인지하고 있었다. 다만 세율 인하 체감 여부에 대한 질문에는 반응이 서로 엇갈렸다. 

사진=김혜경 기자
사진=김혜경 기자

강남구에 직장이 있다는 이모 씨는 "근처 현대오일뱅크 주유소가 비싸기로 유명하기 때문에 주로 이곳에서 주유를 한다"면서 "123원 이상 떨어진 곳도 꽤 된다고 알고 있다. 체감되는 것은 당연하다"고 말했다. 세단 차량을 소유한 한 소비자도 "6일자 기사를 봤더니 오전부터 직영 주유소를 찾았다는 사람들이 많던데 공감이 됐다"면서 "지금보다 더 내려갈 가능성도 있다고 본다"고 전망했다. 

분당에 거주 중인 조모 씨는 "유류세 인하 전에 비해 어느 정도 하락한건 사실이지만 100원대 감소는 소비자 입장에서 쉽게 체감이 되지 않는다"면서 "전체 기름값의 60%가 세금이라는 것부터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해당 주유소 사장은 "유류세 인하 전보다는 확실히 소비자들이 늘어난 편"이라면서 "현재 강남에서 휘발유를 1500원대에 판매하고 있는 곳은 손해를 보고 있거나 우리처럼 셀프 형태로 운영하는 곳이 많은데 임대료 때문에 다른 지역과 비슷한 수준에 판매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 17일 기준 전국 주유소 휘발유 평균 판매가격은 리터당 1556.8원으로, 유류세 인하 직전인 5일(1690.3원) 대비 133.5원이 인하됐다. 다만 아직 유류세 인하분을 모두 반영하지 않은 주유소도 약 33%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유소 종합정보 모바일 앱 '오일나우'가 유류세 인하 이후 2주 간 전국 1만1440개 주유소 가격 정보 빅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98%의 주유소가 5일 대비 기름값을 인하했지만 이 중 67%(7618곳)만이 123원 이상 가격을 인하한 것으로 집계됐다. 

한편 최근 급락세를 보이는 국제유가 추이를 봤을 때 기름값이 더 떨어져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유류세 인하분과 맞물려 소비자 가격이 더 하락할 만한 여지가 있다는 분석이다. 


이 시간 주요 뉴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