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삼성전자 '백혈병 합의'와 정부의 역할
[기자수첩] 삼성전자 '백혈병 합의'와 정부의 역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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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윤은식 기자] 삼성전자 백혈병 문제가 발생한 지 정확히 11년 8개월이 지나 나온 삼성전자의 공식사과 함께 피해보상합의는 늦은 감이 있지만 환영할 일이다.

김기남 삼성전자 대표이사 사장이 반도체 사업장의 백혈병 등 직업병 문제와 관련해 피해자와 그 가족들에게 공식 사과하고 피해보상 합의서에 서명했다. 앞으로 반도체 노동자뿐만 아니라 모든 노동자의 작업 환경 수준이 높아지는 계기가 마련된 것이다.

삼성전자 백혈병 문제는 삼성전자 기흥공장 생산라인에서 근무하던 황유미 씨가 지난 2007년 3월 6일 백혈병으로 사망하면서 불거졌다. 이후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 지킴이(반올림)'라는 피해자 대책 모임이 결성됐고 삼성과 끝이 보이지 않는 싸움을 했다. 하지만 삼성은 반도체 작업환경과 백혈병 발병사이에 인과관계가 없다는 역학조사결과를 들이밀며 직업병 노동자 피해자와 그 가족들의 외침을 철저히 외면했다. 수년째 글로벌 사회적 책임 100대 기업에 선정되는 기업의 위상과는 어울리지 않은 모습이었다.

삼성전자가 스스로 직업병 책임을 인정하는 모습은 늦었지만 앞으로 남은 보상처리와 작업환경의 개선 및 노동자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겠다는 다짐은 신속하고 정확히 이뤄져야 한다. 과정이야 어떻든 그동안의 잘못을 용서받을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기 때문이다. 유해물질 사용으로 발생하는 산업재해는 반도체 사업장에 국한된 것이 아니다. 제조공장에서 일하다 원인불명으로 노동자들이 집단 사망하는 등 화학물질에 노출돼 일하는 노동자가 많이 있다.

그러나 근본적인 산업재해 예방은 기업의 자발적 의지가 전제돼야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10년째 이어오는 한국타이어 노동자 집단 사망과 관련해서 한국타이어가 역학조사 결과를 들이밀며 피해노동자들을 외면하고 있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결론적으로 산업재해에 대한 정부의 적극적인 규제와 제도 개선이 있지 않은 한 노동자들의 생명과 안전은 위험에 노출될 수 밖에 없다. 다시 말해 생명과 안전은 국가차원에서 최우선 가치로 여겨져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정부는 지금까지 산업현장에서 일어나는 산업재해를 수수방관만 했다. 10년간 정부는 민간기업에서 발생한 사망사고로만 보고 팔짱만 낀 채 제 3자의 자세만을 고수했다. 그 사이 피해와 그 가족 그리고 기업 모두 탈진하고 말았다.

이번 삼성전자의 반성과 전향적인 모습이 정부에게는 산업재해 방지를 위한 적극적인 자세와 중재자 역할의 모습을, 노동자의 안전은 뒷전인 기업들에게는 경종을 울리는 시발점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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