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코딱지 분유' 의혹 남양유업, 세종공장 공개
[르포] '코딱지 분유' 의혹 남양유업, 세종공장 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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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수 연구소장 "생산과정 인라인 자동화…이물질 혼입 가능성 0% 가깝다"
세종특별자치시 장군면 남양유업 세종공장 안에 설치된 인퓨전살균기. (사진=남양유업)
세종특별자치시 장군면 남양유업 세종공장 안에 설치된 인퓨전살균기. (사진=남양유업)

[서울파이낸스 최유희 기자] "원유를 넣는 순간부터 분유 완성까지 전 과정에 사람은 투입되지 않습니다. 외부 접촉이 전혀 없는 한 건물 안에서 전 과정이 인라인(in line) 자동화로 이뤄집니다. 이물질이 들어갈 가능성은 0%에 가깝죠." 

22일 세종특별자치시 장군면 남양유업 세종공장에서 만난 박종수 남양유업 중앙연구소장의 설명이다. 박 소장은 최근 불거진 '코딱지 분유' 논란에 대해 억울하다고 말했다. 

남양유업은 세종공장 내부와 제조공정을 언론에 공개했다. 그동안 외부에 공개하지 않았던 곳이다. 이물 혼입에 대한 분유 소비자들의 불안감을 덜기 위한 조처다. 

남양유업에 따르면, 세종공장은 전체 10만5785㎡(3만2000평) 부지에 생산시설과 자동화창고 등으로 이뤄졌다. 주요 생산 품목은 분유, 치즈, 발효유, 크리머다. 

연면적 1만4757㎡(4464평) 규모인 분유공장은 식품안전관리인증기준(HACCP)을 통과한 곳이다. 건조기와 분말 저장·포장시설을 갖추고 국제식품안전규격(FSSC 22000), 중국 HACCP, 중국 제조 및 품질관리 기준(GMP) 등을 인증 받았다. 중국 수출용 유제품도 생산하고 있다. 지난해 남양유업 매출액 1조2000억원 가운데 4000억원가량이 세종공장에서 나왔다. 

분유공장 안에 들어가려면 까다로운 절차를 거쳐야 했다. 휴대전화, 수첩, 귀걸이, 시계는 소지할 수 없다. 위생을 위해 가운과 모자, 신발을 착용한 뒤 소독액으로 손을 씻었다. 금속검출기를 거쳐 에어샤워기로 몸에 묻은 미세먼지를 제거해야 공장 안에 들어갈 수 있다. 

공장 안은 5층으로 이뤄졌다. 아파트 15층 높이에 해당된다. 세종공장에선 약 500명이 일하지만, 기계들 사이에 사람은 드물었다. 3교대로 일하는 직원들은 일정 공간 안에서 기계 오작동 해결과 신제품 연구개발(R&D)에 힘을 쏟았다. 정재연 남양유업 세종공장장은 "우리 공장의 가장 큰 장점은 원료부터 완제품까지 외부와 접촉이 없는 것"이라며 "절대 이물질이 유입될 수 없다"고 자신 있게 말했다. 

건조기 상단 전경. 약 2mm 크기 노즐 8개가 내부로 액체 상태 조제액을 분사하면 180도 열풍으로 순간 건조된다. (사진=남양유업)
남양유업 세종공장에 설치된 건조기. 직경 2mm 노즐 8개가 조제액을 분사하면 180도 열풍으로 순간 건조된다. (사진=남양유업)

분유는 크게 원료입고(사이로)→계량·조제→청정(원심분리기)→살균→농축(약 40~50%)→식물성유지블랜딩→균질→건조→1·2차 채분→충진→질소충전→엑스레이 검사→포장을 거쳐 완성된다. 총 25단계에 이르는 공정은 모두 자동화됐다. 남양유업이 '이물질 혼입 원천봉쇄'라고 주장하는 이유다. 

입자가 이동하는 파이프 안에는 이물질을 거르기 위한 자석봉과 바스켓필터, 라인필터 등이 중간 중간 설치됐다. 총 10개 자석봉은 혹시 있을지 모르는 금속을 끌어당겨 제거하고, 0.08~2㎜ 필터들은 단계별로 미세한 입자까지 걸러낸다. 

여러 기계 가운데 건조기가 눈에 띄었다. 20m 높이 건조기는 공장 건물 3~5층을 통과할 정도로 컸다. 건조기를 가까이 보기 위해 5층 복도 유리문을 열자마자 후끈한 열기가 느껴졌다. 

이 건조기는 조제액을 직경 2㎜ 노즐로 얇게 고압 분사해 180도 열풍으로 순간 말린다. 시간당 3.8톤 분유 분말을 생산할 수 있다. 건조된 분말은 자동 분체이송 라인을 거쳐, 직경 1.8㎜ 채에서 한 번 더 거른다. 완성된 분유는 사일로에 보관한 뒤 캔에 담는다. 

캔은 협력사에서 생산한다. 세종공장 안에서 유일한 외부 제품인 셈이다. 남양유업은 분유 충진 전 캔 내 잔류자기를 제거하는 탈자기와 불순물을 흡착해 공기로 세척하는 이오나이저, 자외선(UV) 카메라로 이물질을 검사하고 있다. 

서경민 남양유업 세종공장 품질보증팀장은 "아기가 먹는 분유인 만큼 위생을 철저히 관리하고 있다. 세계 어느 분유공장보다도 우수한 수준이라고 자부한다"면서 위생관리에 대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박 연구소장은 식품업계에 빈번한 이물질 혼입 논란에 법적 대응이 필요하다면서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식품 제조업체들은 이물질 관련 클레임을 많이 받는다. 문제는 이물질 유입 경로 등 귀책사유가 판별되기도 전부터 외부에 알려진다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소비자들이 수입식품을 찾는 등 국내 제조업체에 대한 신뢰 저하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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