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금융 문턱 낮춘다고 혁신 성장 이뤄지나
[데스크 칼럼] 금융 문턱 낮춘다고 혁신 성장 이뤄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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밴드 퀸(QUEEN)의 리더인 프레디 머큐리 일대기를 다룬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이하 보랩)’가 입소문을 더해 음악 영화 중 관객 수 기록을 경신했다. 22일 누적 관객수 368만8934명을 기록해 라라랜드, 비긴 어게인 등의 기존 음악 영화 관객 수를 뛰어넘었다. 592만명을 넘은 레미제라블도 추월할지 관심을 모은다.

중년들에게 퀸은 어릴 때 즐겨 듣던 록 그룹의 전설적인 음악 밴드였다. ‘위 아 더 챔피언’은 1994년 미국 월드컵 공식 주제곡이었던 만큼 젊은 사람들도 꽤 퀸을 아는 것 같다. 20대 후반 지인은 대학 합격 여부를 알기 위해 홈페이지에 접속했을 때 나온 노래로 퀸을 알고 있다 한다. 미국 대통령 트럼프는 대선 캠페인 곡으로 이 노래를 허락 없이 사용했다 퀸의 제지를 받은 적이 있다. 그런 그가 중국에 지적재산권 준수를 종용하고 있는 것은 아이러니다.

필자도 또래 친구들의 권유로 최근에서야 이 영화를 보게 됐다. 퀸의 음악 보헤미안 랩소디, 러브 오브 마이 라이프, 위 아더 챔피언 등은 익숙한 음악이다. 나이 탓일까. 시간이 흐를수록 퀸의 음악은 새롭게 해석될 정도로 좋다. 명곡은 시간이 지나도 바래지 않는다. 퀸의 음악 외 리더인 프레디 머큐리의 삶에 대해 이해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영화를 보며 느낀 것은 또 있다. 퀸의 창의적 음악이 나오기 된 제반 조건이다. 주지하다시피 퀸은 실험적인 음악을 여럿 시도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보헤미안 랩소디가 대표적이다. 록과 발라드, 오페라 등 다양한 음악 장르가 믹스돼 있다. 가사의 뜻은 해석이 분분하다. 당사자 프레디 머큐리도 해석을 내놓지 않고 세상을 뜬 것 같다. 이 음악은 트라이던트와 결별하고 세계적인 대형 음반 회사인 EMI와 손잡고 내놓은 4집 앨범(A Night At The Opera, 1975년 11월21일 발매) B면에 속해 있다. 영화 내용에 따르면 EMI는 퀸에게 보랩이 라디오로 내보내기에 너무 긴 6분인데다 특이해, 흥행을 고려해 기존 방식의 정형화된 음악을 내놓을 것을 요구한다. 물론 퀸 구성원의 한 목소리는 NO였다.

퀸의 창의적 시도와 성과에 요즈음 정부가 중점 추진하는 ‘혁신 성장’이 떠올랐다. 창업과 일자리를 늘리기 위해 혁신성장 이름으로 많은 시도들이 이뤄지고 있다. 금융당국도 은행과 정책금융, 자본시장을 통해 모인 금융 자본이 가계보다는 기업에 흘러 들어가도록 애쓰고 있다. 연체와 같은 리스크 관리를 중시하는 은행 등 금융권이 보증 등으로 돈을 떼이지 않는 손쉬운 방편이 있는데 리스크가 있는 창업기업에 돈을 주는 것은 쉽지 않다. 당국에 밉보이지 않기 위한 것일까. 금융권은 너도나도 창업 및 벤처·중소기업을 위해 문턱을 낮추고 있음을 알리는 보도자료를 수시로 내민다.

돈을 준다고 창업기업이 성장·성공할 것인가. 책을 사 준다고 명문대학에 합격하고 악기를 준다고 유명 연주가가 되는 것은 아니듯, 기업 투자는 담보가 아니라 그 기업의 미래 요체인 ‘창의’ 즉 아이디어와 기술에 있다. 또한 해당 기업의 구성원과 조직문화가 창의적인지 여부를 따지는 것도 중요한 부분이다. 우리는 매번 이 답을 알면서도 실패를 반복해 왔다.

금융권은 쉽지 않겠지만 과거의 금융지원 관행을 타파하고 창의와 아이디어로 뭉친 기업들에게 문턱을 낮춰야 한다. 그에 따른 여신 심사 시스템을 개선하고 자본시장이 산업의 윤활유가 되도록 선순환 역할을 강화해야 한다. 금융당국은 양적인 자금 지원 규모를 척도로 내세워서는 안된다. 부실만 커지고 효과도 없을 가능성을 우려해야 한다.

단지 자본만 지원한다고 해서 창업기업이 늘어나고 일자리가 늘어난다는 혁신성장은 근시안적일 수 있다. 적절한 금융 지원 외 각종 규제 완화 등 종합적인 처방이 이뤄질 때 혁신성장은 현실로 다가온다.

김무종 금융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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