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빛원전 공동조사 극적 합의봤지만 '안전불감증' 여전히 논란
한빛원전 공동조사 극적 합의봤지만 '안전불감증' 여전히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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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호기 증기발생기 교체 중 방사능 오염수 누출돼
'망치'와 발견된 '강낭콩형' 금속 유입 원인 조사 중
지난 20일 오후 전남 영광군의회에서 열린 한빛원전 안전성확보 민관합동조사단 8차 회의. (사진=김혜경 기자)
지난 20일 오후 전남 영광군의회에서 열린 한빛원전 안전성확보 민관합동조사단 8차 회의. (사진=김혜경 기자)

[서울파이낸스 (영광) 김혜경 기자] 콘크리트 격납건물 공극(빈공간)과 내부철판 부식, 증기발생기 이물질 발견으로 안전에 '빨간불'이 켜진 한빛 4호기. 지난해 4월부터 정부와 사업자, 주민으로 구성된 민관합동조사단이 안전 점검에 나섰지만 최근 규제기관과 사업자의 일방적인 진행과 방해 의혹이 제기되면서 주민 측 조사단과 갈등을 빚은 바 있다. 지난 20일 열린 합동조사단 회의에서 향후 계획에 대한 극적 합의가 이뤄지면서 조사가 전면 중지되는 상황은 면한 모양새다. 

그러나 4호기 증기발생기를 교체하던 도중 기기 내부의 방사능 오염수가 누설되면서 원전업계의 안전불감증이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현재 관련 조사가 진행 중인 가운데 지난해 증기발생기 내부에서 망치와 발견됐던 또 다른 금속 이물질의 경우 구체적인 유입 경로를 여전히 밝혀내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 4호기 증기발생기 교체 중 방사능 오염수 누출···"작업 제대로 안 한 것"

한빛원전 민관합동조사단 8차 회의에서 합의된 내용은 4호기에 이어 3호기 전수 조사와 4호기 격납건물 공극에서 발견된 그리스 누유와 관련, 국제공인기관을 선정해 한수원과 공동으로 GPR(지표투과레이더) 조사를 수행한다는 것이다. 민측이 제시한 요구안 가운데 격납건물 상부 돔 조사에 대해서 사업자 측은 당장 실행이 어려울 것이라는 입장을 내비쳤다. 격납건물 하부에 비해 상부·돔 부위에 공극이 더 많이 발생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에 그동안 조사 범위에 포함시킬 것을 민측이 요구한 바 있다. 

전휘수 한국수력원자력 발전부사장은 "국내에서는 두산중공업이 관련 장비를 개발 중에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기술력이 뒷받침된다면 실시하겠지만 당장은 실행이 불가능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민측 조사단에 참여 중인 기술위원은 "영구 폐쇄된 고리 1호기에서 상부 돔 검사를 테스트해볼 수도 있는 것 아닌가"라면서 "목업(Mock-up) 등 확인해보는 방법은 얼마든지 있다. 해보지도 않고 안 된다고만 하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현재 실시 중인 격납건물 하부와 상부·돔 부위에 적용되는 공극 검사는 기술적인 부분에서 특별한 차이가 없다고 전문가들은 설명한다. 상부 돔 검사는 이날 합의 내용에 포함은 됐지만 향후 실제 검사 여부를 두고 지속적으로 논란이 될 것으로 보인다. 

4호기 증기발생기 교체 과정에서 발생한 방사능 오염수 누설 사고도 이날 문제가 됐다. 지난 9일 수직으로 세워진 증기발생기를 옮기기 위해 수평으로 눕히다 기기 내부에서 방사능 오염수가 누수돼 작업이 중단됐다. 내부에 들어있던 물의 양은 약 270L로 측정됐다. 사업자의 안전불감증과 맞물려 조사단과 별도 협의 없이 진행된 작업이라는 이유로 주민들의 반발은 더 컸다. 

한빛본부 관계자는 "증기발생기를 눕혀서 이양하던 중 기기 내부에 이슬처럼 물이 맺히는 '응축수'가 몇 방울씩 떨어졌다"면서 "천공 작업으로 응축수를 제거해보니 270L 정도로 측정됐다"고 말했다. 이어 "고온관인지 아니면 다른 곳에서 고여 있다가 빠져나왔는지 구체적인 누수 경로는 확인 중에 있다"면서 "응축수 성분 검사도 함께 진행 중"이라고 덧붙였다. 

한수원 등에서는 증기발생기 내에서 자체적으로 발생한 응축수라는 입장이지만 전문가들 의견은 조금 다르다. 표주원 한빛원전 민간환경·안전감시위원회 위원은 "고온관에서 물이 흘러나왔다는 점과 270L나 되는 양이라는 점을 미뤄봤을 때 현장 전문가들은 응축수로 단정 지을 수는 없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면서 "이양 전 밸브를 열어 고여 있던 냉각수를 다 빼내야 하는데 이 작업을 제대로 하지 않아 수평으로 눕히고 나서야 누수된 것 아니냐고 추정 중"이라고 말했다. 

이정윤 원자력안전과미래 대표는 "원래 교체 전 내부의 물을 빼내게 되어 있는데 작업을 제대로 하지 않아 내부에 고여 있다가 밖으로 쏟아져 나온 것으로 보인다"면서 "다만 증기발생기 튜브 속 1차 냉각수는 다 빼냈을 것이고, 누수된 건 2차 냉각수로 추정되는데 방사능이 미량으로 검출될 수는 있어도 거의 없다고 봐야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병섭 원자력안전연구소 소장은 "4호기 증기발생기의 경우 손상이 심해 플러깅(세관이 얇아지거나 깨질 경우 세관 양쪽을 메우는 작업)을 8% 정도 했는데 해당 튜브 안에는 냉각수가 남아 있을 수도 있다"면서 "당초 이 같은 상황을 감안해 플러깅을 해체하든지 확실하게 내부를 비운 후에 옮겼어야 했는데 결국 물을 빼는 작업을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타 발전소에서도 증기발생기 교체를 진행하면서 물이 조금씩 흘러나오는 경우는 있지만 270L나 한꺼번에 발견된 적은 없다"면서 "응축수도 아닐 뿐더러 어느 곳에서 흘러나왔는지 모른다는 것도 말이 안 된다"고 덧붙였다. 

주민참여단 소속 영광 주민 A씨는 "방사능이 미량으로 검출됐기 때문에 안전하다는 말만 하지 말고 사업자인 한수원이 처음부터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감독을 잘 했어야 했다"면서 "증기발생기 교체와 반출 작업에 1·2차 등 다수의 하청업체가 참여한다면 모든 업체들을 대상으로 철저하게 관리를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 한수원 "망치는 두산중공업 책임"···제거 불가했다는 '강낭콩형' 금속조각은?

지난해 4호기 증기발생기에서 발견된 망치형 이물질의 유입 시기는 제작 시로 확인됐다. 최근 한수원은 구(舊) 증기발생기에서 망치와 함께 제거 불가 판정을 내렸던 계란형 금속물질을 꺼냈다. 당초 해당 이물질의 발견으로 4호기 증기발생기는 교체 대상이 됐다.

쇠망치의 경우 제작 단계에서 유입됐으므로 제작사인 두산중공업의 책임이라는 것이 한수원의 입장이다. 그러나 계란형 금속물질의 경우 유입시기와 경로에 대한 조사가 아직 진행 중이다. 당초 일각에서는 망치보다 계란형 이물질이 내부 전열관에 손상을 입힐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철저하게 살펴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한빛본부 관계자는 "망치의 경우 주위 공간이 이물질 크기보다 작기 때문에 제작 단계에서 들어간 것으로 확인됐다"면서 "계란형 이물질은 최소 18개월 이상 있었던 것으로 추정되며 주위 세관의 두께 감소가 없었기 때문에 세관에 직접적인 영향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어 "인출 후 살펴보니 제일 두꺼운 쪽 수치가 1cm 정도였기 때문에 계란형에서 '강낭콩형'으로 명칭을 변경했으며 외부 전문기관에 성분 분석을 의뢰한 상태”라고 덧붙였다. 

또 다른 복수의 한수원 관계자들은 "망치의 경우 두산중공업에서 책임을 인정하고 사과도 한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다만 강낭콩형 금속조각은 인출 후 살펴보니 예상보다 크기가 작아 구체적인 유입 경로 등 분석에 시일이 좀 더 걸릴 것으로 추정되며 언제쯤 결과가 나올지도 예상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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