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정보공개 해당 없음'을 '공개'한다는 원자력연구원
[기자수첩] '정보공개 해당 없음'을 '공개'한다는 원자력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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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김혜경 기자] 시민이라면 누구나 공공기관에 대해 정보제공을 요구할 수 있다. 정보공개 청구권은 사회 구성원이라면 누려야할 공권 중 하나다. 공공기관이 보유·관리하는 정보는 국민의 알 권리 보장을 위해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에서 적극 공개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정보공개 청구는 적극적 권리 행사, 즉 '정보 독점으로부터의 자유'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기자도 취재 과정에서 필요한 경우 정보공개 청구를 이용한다. 최근 한 기관에서 공개 청구 결과 도무지 납득이 되지 않는 답변을 받았다. 

"해당 문서를 공개한다는 말이 아닙니다. 기관 내 자료가 없기 때문에 공개 내용에 '해당사항이 없다'는 사실을 공개하는 겁니다."

기자가 3개 공공기관에 정보공개를 요청한 자료는 한빛 원자력발전소 3·4호기 설계시방서다. 최근 콘크리트 격납건물에 공극(빈공간)이 연이어 발견되면서 안전성에 중대한 문제가 제기된 바로 그 원전이다. 한국수력원자력과 한국전력기술에서는 경영상 비밀에 관한 사항이라는 이유로 비공개를 통보했다. 법적 근거는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 제 9조 1항. 몇 달 전 신고리 5·6호기 증기발생기 하자보증기간 공개 여부와 관련해 한수원은 '영업비밀'을 이유로 기자에게는 끝까지 문서를 공개하지 않았지만 한 국회의원이 요구하자 공개한 바 있다. 

한수원·한전기술과는 달리 한국원자력연구원의 통보는 달랐다. 현재 기자의 정보공개 청구 목록 화면에는 한수원과 한전기술의 경우 '처리완료-비공개'인 반면 원자력연구원은 '처리완료-공개'로 기재돼있다. 연구원이 공개했다면 한수원과 한전기술은 왜 비공개 결정을 했는지 의아했지만 그보다 한 기관에서 공개 결정을 내렸다는 것이 더 중요했다. 그러나 막상 청구 통지서를 열었지만 공개했다는 문서는 보이지 않았다. 공개일시와 공개일시 지정사유에 '수수료납부 완료 후 바로 공개'라는 내용까지 있지만 공개 자료 항목에는 문서가 첨부돼 있지 않았다. 어떻게 된 일일까. 담당자의 실수로 문서가 누락됐다고 생각했다. 비공개가 아닌 '공개'라면 문자 그대로 공개했다고 생각하지 않을까. 

원자력연구원에 문의를 했다. 해당 문서는 공개 대상이 아니라는 것. 공개·비공개 여부를 떠나 답변이 이상했다. 앞서 비공개 통보를 한 한수원과 한전기술의 경우 공개일시 지정 자체가 되어 있지 않았다. 그러면서 연구원은 기관 내 문서가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비공개를 하는 건 아니라면서 '공개 사항 없음'을 공개한다고 강조했다. 기자는 '부존재' 결정을 내려야 하는 것 아니냐며 공개 통보를 해놓고 고의로 문서를 누락시킨 것은 아닌지 다시 질의했다. 연구원 측은 "부존재 통보의 경우 오히려 문제된 경우가 많았기 때문에 이 같은 방식으로 통보를 했다"는 더 황당한 해명을 했다. 

일반적으로 기관 내 청구된 문서가 존재하지 않을 경우 부존재 결정을 내린다. 자료가 아예 없기 때문에 다른 기관을 통해 청구하라는 것. 정상적인 절차라면 담당자가 결정을 내릴 때 부존재 항목을 선택해 통보를 해야한다. 관련 절차에 따라 해당 정보를 보유·관리하지 아니한다는 사실과 청구에 따를 수 없는 사유를 구체적으로 적어 청구인에게 통지해야 한다. 그러나 연구원은 두 가지 모두 충족하지 않았다. 부존재 사유에 해당됨에도 공개 통보를 했다는 점과 이 같은 결정을 한 구체적인 사유가 기재돼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유선상 질의를 해야만 답변을 들을 수 있었던 셈이다. 

연구원은 행정절차상 잘못은 인정했다. 이의신청을 하면 '부존재'로 결정 방식을 바꿔주겠다고 언급했다. 청구인은 기관의 정보 공개 결정에 대해 불복하는 이의신청을 제기하거나 행정소송 등을 제기할 수 있다. 다만 행정안전부 정보공개 시스템을 통한 이의신청은 비공개 혹은 부분 공개 결정에 한해서만 가능하다. 정보공개법 제18조 1항에 따라 '공개' 결정 된 내용에 대해서는 이의신청이 불가능하다. 결국 형식상으로 완전 공개 결정된 기자의 청구건은 해당되지 않는다. 국민권익위원회를 통한 행정심판 등 별도 절차를 밟아야 한다. 

행안부 정보공개 담당자는 "해당 기관 담당자가 관련 절차를 잘 몰랐거나 착오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면서 "문서가 없다면 공개 결정이 아닌 부존재 통보를 해야하며 이번 경우는 기관에서 잘못 처리한 게 맞다"고 말했다. 진짜 절차를 몰라서 그랬던 것인지 아니면 공개로 결정된 뒤에는 행정심판의 절차를 밟아야 하기 때문에 귀찮아서라도 더 이상 취재를 하지 못하도록 한 것인지 궁금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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