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계사 고령화에 '고육책'…교보생명, 고령설계사 위촉 제한
설계사 고령화에 '고육책'…교보생명, 고령설계사 위촉 제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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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세 이상 설계사 제한 내부 가이드라인 마련
(사진=서울파이낸스DB)
교보생명 광화문 본사. (사진=서울파이낸스DB)

[서울파이낸스 서지연 기자] 앞으로 '정년 없는 고소득 전문직'과 같은 보험 설계사 모집 광고가 사라질 지도 모른다. 보험업계에 판매 채널이 다양한 방식으로 변화가 이뤄지고 있는 가운데, 교보생명이 고령 설계사의 채용문을 좁히기로 내부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주목된다. 설계사 조직 고연령화가 영업 위축으로 이어지자 타계책을 마련한 것이다. 

19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교보생명은 내년부터 신규 설계사 채용시 55세 이상은 제한하는 내부 방침을 세웠다. 교보생명 관계자는 "신규 위촉자 나이 제한 가이드라인이 현재는 60세까지 인데, 내년부턴 55세로 낮출 예정"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는 강제성이 없는 내부 가이드라인일 뿐이라고 교보생명은 설명했다.

보험업법 상 설계사 제한 요건에 나이 조항은 없지만, 보험사와 설계사간 맺는 위촉계약서에서는 보험사 자율적으로 나이 제한을 둘 수 있다. 또 보험설계사는 자영업자로 분류돼 근로기준법, 고용노동법 등에 저촉되지 않는다.

교보생명은 이와 함께 '고객보장전문FP' 조직을 내년 출범시킨다. 17개월의 집중교육기간에 체계적인 교육프로그램을 제공하고, 교육기간 동안에도 수수료를 지원하는 게 특징이다. 

교보생명의 이같은 시도는 설계사 평균연령은 낮추고, 신입 설계사들의 정착율은 높여 설계사 조직을 쇄신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이제 보험시장에서는 단기적인 인센티브보다 근본적으로 생산성과 직업 안정성을 제고하는 구조적인 문제를 개선하는 데 역점을 둬야 한다"며 "교보생명의 시도는 이같은 근본적인 고민에서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현재 보험업계의 공통된 고민은 설계사 고령화에 따른 생산성 저하다. 국내 생명보험사는 특히 보험설계사의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보험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생명보험 업계에서 50세 이상 설계사 비중은 40.7%로 20년 전인 1997년(11.1%)와 비교해 30%포인트(p) 이상 늘었다. 

조직의 고령화 현상은 삼성·교보·한화생명 등 대형 생보사들이 주도했다. 대형사는 50세 이상 설계사 비율이 절반(47%)에 육박할 정도로 높은 반면 외국계 보험사는 22.3%에 불과하다.

문제는 보험설계사의 평균 연령이 높아질수록 보험사의 생산성이 낮아질 수 있다는 점이다. 안철경 보험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젊은 설계사에 비해 고령의 설계사는 상대적으로 신규 고객을 만나는 활동량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설계사의 고연령화에 대응하는 가장 이상적인 방안은 젊은 신입 설계사 영입 및 육성 프로그램 활용 등"이라고 조언했다.

국내 생보사들은 이와 같은 일환으로 청년 보험영업 인턴프로그램, 30~40대 고능률 여성조직 기반인 경단녀 조직 출범 등으로 구조적인 문제 개선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또다른 전문가는 "설계사의 전문성은 보험 '판매'가 아닌 '설계' 능력에 있다"며 "따라서 생산성과 효율성을 이유로 위촉 설계사에 대한 나이제한을 두는 것은 좀더 신중히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기업에 사회적 책임까지 강요할 순 없지만 고령화 진전에 따른 신중년 일자리 유지 및 창출에 대한 보험사 역할도 고려해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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