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남겠다" 양보한 피랍자는 이지영氏
"내가 남겠다" 양보한 피랍자는 이지영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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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자리, 김경자ㆍ김지나씨 석방 호소 
이지영씨가 쓴 쪽지 가족에 전달 

[서울파이낸스 이상균 기자] <philip1681@seoulfn.com>아프가니스탄 탈레반에 납치ㆍ억류됐다 풀려나 현재 경기도 성남시 국군수도병원에 입원 중인 김경자(37), 김지나(32)씨가 아랍 위성방송인 알-자지라와 독점 인터뷰를 갖고 한국 인질들의 석방을 호소했다.  특히, 알-자지라는 "이들 인질 2명에 따르면 이지영씨가 `내가 아프간에 오래 있던 경험이 있기 때문에 나머지 18명과 함께 남겠다'며 석방될 기회를 양보하는 놀라운 희생 정신을 발휘했다"고 보도했다. 이로써, 석방 당시 다른 사람을 위해 자신이 남겠다며 용기있는 행동으로 국민적 관심을 끌었던 여성 피랍자가 이지영(36, 통역/가이드)씨인 것으로 확실히 확인됐다. 지금까지 이지영씨라는 말 들이 간헐적으로 흘러 나왔지만, 공식 확인된 적은 없다.

김경자씨와 김지나씨는 23일 오후 8시(한국시간) 알-자지라 영어방송 뉴스 프로그램에 환자복 차림으로 등장, 탈레반에 붙잡혀 있는 나머지 인질 19명의 조속한 석방을 기원한다고 말했다. 인터뷰에서 김경자씨와 김지나씨는 침대에 나란히 앉은 상태. 김지나씨는 "저희가 돌아와서 가족을 다시 보게 돼 기뻤지만 남은 동료들 생각에 한 숨도 못 자고 있다"고 김경자씨는 울먹이며 "풀려났다는 기쁨보다 남은 이들을 생각하면 가슴이 아프다"며 "이들이 빨리 풀려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들의 모습이 공개된 이날 알-자지라 방송과의 인터뷰가 사실상 처음이다.
알-자지라는 이어 "이들 인질 2명에 따르면 이지영씨가 `내가 아프간에 오래 있던 경험이 있기 때문에 나머지 18명과 함께 남겠다'며 석방될 기회를 양보하는 놀라운 희생 정신을 발휘했다"고 보도했다. 한편, 두 사람이 석방 직전 건네받아 이날 오후 이지영씨 가족에게 전달한 쪽지가 공개됐다. 아랍어 글귀가 인쇄된 흰색 바탕의 노트조각에 쓴 글에는 "이지영. 건강히 잘 있으니 걱정마세요. 잘먹고 편히 있어요. 아프지 마시고 편히 계세요"라는 내용이 5줄로 쓰여 있다.
알자리라 방송으로 자청해서 남기로 한 사실이 확인된 이지영씨는 지난 7월 30일 오전 중앙일보가 29일 오후 6시 49분부터 11분간 통화했다고 보도했던 바로 그 여성이다.
당시 이지영씨의 육성 공개는 임현주, 유정화씨에 이어 세 번째 전화로 국내언론으로는 처음이었다. 이지영씨는 건강이 양호한 상태라며 "가족에게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고 전해달라"는 부탁도 했었다.
탈레반이 먹는 음식을 함께 먹고 있다고 전한 이지영씨는 약품이나 식료품등 필요한 것이 없느냐는 질문에 “건강하다. 필요한 것이 없다”고 답해 이전 두 번의 전화와는 다르게 비교적 잘 견디고 있는 것으로 추측됐었다. 또, 하루 일과에 대해 “앉아있다가 자다가를 반복하며 무료하게 지내고 있다”고 전하고, 통화하면서 다른 사람들과 한국말로 상의를 하는 등 다른 피랍자들 보다는 자유로운 상태에 있는 것으로 전해졌었다.

<이지영씨는 누구?>
이 씨는 2년 전 아프간에 처음 봉사활동을 다녀온 뒤 지난해 12월 아프간으로 떠나 현지에서 교육 및 의료 봉사활동을 해왔다.
부산 동래여자전문대학 마케팅과를 나와 인제대 사회교육원에서 출판 관련 웹디자인을 배웠다. 이후 직장을 서울로 옮겨 8∼9년간 웹디자이너로 일하다 지난해 말 일을 정리하고 아프간으로 떠나 2년간 체류한 뒤 2008년 말 돌아올 예정이었다.
이씨는 현지 유치원 등에서 학생들에게 컴퓨터를 가르쳐주고 병원에서 간호보조 역할도 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대학생 때도 봉사활동을 해왔다는 이씨는 5∼6년 전부터 본격적으로 해외 봉사활동을 시작해 인도, 파키스탄 등을 다녀왔고 2년 전 아프간에 처음 갔다온 뒤 장기봉사를 결심한 것으로 보인다.
작은 오빠 이동환(39)씨는 "우연한 기회에 인도에 봉사를 다녀온 뒤 `교육받을 기회가 없는 아이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어 보람 많이 느끼고, 계속 도움을 주고 싶다'고 말하곤 했다"고 말했다. 특히 아프간에 다녀온 뒤에는 `컴퓨터를 가르칠 때 열심히 배우려고 하던 아이들의 모습이 너무 예뻤다. 아이들의 모습이 뇌리에 계속 남는다. 아이들 생각이 머리에서 떠나지 않는다'고 말해왔다고 가족들은 전했다.
종환씨는 "아버지가 5년 전 1년 넘게 백혈병으로 투병하다 돌아가셨는데 병원비를 보태기도 한 효녀이기도 했다"며 "봉사에 대한 의지가 확고해 가족들의 만류를 뿌리치고 위험한 곳에 간 동생이 무사히 돌아오면 잘 해주고 싶다"고 말했다.

이상균 기자 <빠르고 깊이 있는 금융경제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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