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동주의 펀드' KCGI, 한진칼 2대주주 등극...경영 참여 향방은?
'행동주의 펀드' KCGI, 한진칼 2대주주 등극...경영 참여 향방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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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CGI, 한진칼 지분 9% 확보…경영 참여 선언할 듯
표대결, 소액주주(44%) 관건…"조 회장에 등 돌릴 수도"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사진=연합뉴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사진=연합뉴스)

[서울파이낸스 남궁영진 기자] 토종 행동주의 펀드 KCGI가 한진칼의 주식 9%를 매입하면서 2대 주주에 올랐다. KCGI가 한진칼의 경영권을 노릴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양측 간 표 대결 전망도 나오고 있다. 

1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16일 공시를 통해 유한회사인 그레이스홀딩스는 한진칼의 주식 532만266주(지분율 9%)를 장내매수 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행동주의 펀드 그레이스홀딩스의 대주주인 KCGI는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17.84%)에 이어 단숨에 한진칼의 2대 주주로 등극했다.

행동주의 펀드는 일정한 의결권을 확보하고 기업에 배당 확대, 자사주 매입, 구조조정, 지배구조 개선 등을 요구해 단기간에 수익을 내는 투자 전략을 사용한다. 기업의 장기적 성장과 고용 확대보다는, 경영 참여를 통해 지분 가치를 높여 차익을 실현하는 게 주 목적이다. 

KGCI는 국내 행동주의 펀드 1세대로 평가받는 강성부 대표가 지난 8월 설립했다. 신한금융투자 애널리스트 출신인 그는 2005년 한국 기업의 지배구조 문제를 담은 보고서를 내면서 이목을 끌었다. LK파트너스를 이끌던 2016년엔 요진건설의 지분 45%를 550억원에 사들여 2대 주주에 오른 뒤, 2년 반 만에 두 배 이상의 수익을 남긴 바 있다. 

강 대표는 아직 조 회장 일가에 어떤 방식으로, 무엇을 요구할지에 대해선 공식적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하지만 KCGI 측은 공시를 통해 "장래에 회사와 관련한 사항이 발생할 경우 임원의 선임·해임 또는 직무 정지, 회사 배당·합병 등을 고려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증권가에선 이를 한진칼의 이사회 구성원 교체를 통한 경영권 참여와 함께 주요주주·소액주주와 경영권 장악을 시도하겠다는 것으로 보고 있다. 양지환 대신증권 연구원 "한진칼 이사회 멤버 7명 중 이사 3명과 감사의 임기 만료가 내년 3월 17일로 예정돼 있다"며 "그레이스홀딩스는 내년 3월 주총에서 이사회 장악을 위한 이사진 교체를 시도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KCGI가 경영참여 선언을 한 만큼 지배구조 개선 요구 압박이 예상돼 내년 주주총회 전까지 행보에 관심이 모인다. 이한준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적대적 인수합병(M&A)이 아닌데도 확보 지분율이 상당해 자연스럽게 표 대결과 임원진 교체 가능성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한진칼은 대한항공(30%)과 진에어(60%), 한진(22.2%) 등 상장사를 비롯, 칼호텔네트워크(100.0%), 토파즈여행정보(94.4%), 정석기업(48.3%) 등 비장상자를 거느리고 있는, 한진그룹 지배구조 정점에 놓여있다. 

현재 조양호 회장(17.84%)과 일가 등 특수관계인이 28.95% 보유하고 있다. KGCI(9%)보다 3배 이상 많다. 다른 기관 투자자인 국민연금(8.35%)·크레디트스위스(5.03%)·한국투자신탁운용(3.81%) 등 지분율(17.19%)과 합해도 26.19%에 그친다. 이에 44.86% 지분을 보유한 소액 주주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앞서 한진그룹은 '땅콩회항', '물벼락 갑질' 등 총수 일가의 갑질 등 일탈 행위로 사회적 비판과 뭇매를 맞고 있다. 조양호 회장은 270억원대 횡령·배임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져 오는 26일 첫 재판을 앞두고 있다. 

양지환 연구원은 "주총 표 대결로 이사회를 장악할 수 있을지는 우호 지분을 얼마나 확보하느냐에 달려 있지만, 한진그룹이 국민적 공분을 샀던 점을 감안하면 많은 소액주주들이 그레이스홀딩스에 의결권을 위임할 가능성도 있다"고 판단했다. 

이번 지분공시로 이날 한진칼 주가는 전장 대비 1000원(3.52%) 오른 원에 거래되며 전날(14.75%) 이어 강세를 보이고 있다. 우선주 역시 이틀째 가격제한폭까지 치솟았다. 내년 주총에서의 표 대결 전까지 한진칼의 주가는 급격한 변동성을 나타낼 것으로 증권가는 내다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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