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보험사기 초래한 보험사 과열경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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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서지연 기자] 최근 영업현장에선 '자동차부상치료비' 보험사기가 논란이 됐다. 모럴해저드성 청구 증가로 손해보험사들이 특별 점검에 나섰기 때문이다. 손보사들은 청구금액이 소액이라도 조사원이 사고 현장에 나가 정밀 검사했고, 실제 적발한 사례도 발생했다. 이 가운데선 설계사들이 연관돼 있는 건도 더러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모 손보사에서는 관련 담보 손해율이 100%를 넘어섰다고 전해진다. 손해율이 100%를 넘는다는 것은 가입자가 낸 돈보다 보험금으로 타가는 돈이 많다는 의미다. 보험사로서는 적자가 나는 셈이다.

보험사기를 조사하는 건 보험사로서 당연히 해야하는 일이다. 손해율 관리는 보험사의 직무이고, 보험사기는 엄연한 범죄다.

자동차부상치료비 보험사기는 이미 예견된 일이었다. 상품 판매 과정에서도 이미 보험사기의 허점이 많았기 때문이다. 상품을 판매한 보험사들도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을 것이다.

자동차부상치료비는 교통사고시 부상급수에 따라 보험금을 지급하는 운전자보험의 특약이다. 이 중 가장 낮은 급수인 14급은 단순한 교통사고로 인한 가벼운 타박상만으로도 병원 진료만 받으면 보험금이 지급돼 운전자보험 영업에 주로 활용됐다. 손보사들은 14급 보장 금액을 100만원까지 늘렸고, 설계사들은 '의사 얼굴만 보면 100만원' 이라는 문구로 공격적으로 영업했다. 이를 두고 영업현장에서는 "인수완화를 해주며 판매 방식을 교육할 땐 언제고, 이제와서 보험사기 단속에 나서는 건 앞뒤가 맞지 않다"는 볼멘소리도 들려왔다.

보험사기를 예상 했음에도 손보사들이 보장금액을 확대해 판매를 늘린 이유는 하나다. 보험사간 시장점유율 경쟁 때문이다. 상품을 많이 팔기 위해선 설계사에게 시책을 더 얹어주거나, 가입자의 문을 넓게 열어줘야 한다. 그런데 금융당국의 경고로 시책이라는 방법이 막히니, 인수완화와 보장확대로 맞대응 한 것이다. 

보험사들이 차선책으로 내놓은 인수완화 작전도 시책만큼 우려스럽다. 시책은 당장의 사업비에 영향을 주지만, 인수완화를 통한 계약은 오랜기간에 걸쳐 보험사 손해율에 악영향을 끼친다. 시책경쟁 만큼이나 인수기준 완화도 손보사의 건전성에 타격이 될 수 있다. 특히 앞선 사례와 같이 보험사기를 초래할 수도 있다.

마침 금융감독원은 '보험사기 예방 모범규준'을 마련, 이달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보험회사들은 지금도 자율적으로 상품 개발, 판매 단계에서 보험사기 가능성이 있는지를 살피고 있는데 이를 체계적으로 모든 보험사가 적용하도록 하는 것이다. 당국도 상품 개발과 판매에서의 보험사기 가능성을 인지하고, 경계하는 모습이다.

이는 강제성이 없고, 금융사의 자발적인 협력에 기초하는 '행정지도'일 뿐이기 때문에 무엇보다 보험사의 자발적인 자정노력이 중요하다. 지키지 않아도 당국이 제재할 방법이 없기 때문에 실적을 채우기 위한 '치고 빠지기' 영업 행태를 근절하고 이에 따른 보험사기도 없애야 한다. 과도한 인수완화도 시책경쟁과 같이 '제살 깎아먹기'인 만큼 보험사는 악순환의 고리를 스스로 끊고 건전한 발전을 도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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