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파이낸스 남궁영진 기자]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에 대한 금융당국의 최종 판단에 시장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어떤 결론이 나든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클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삼성바이오로직스에 대한 상장 유지 여부에도 관심이 모인다.
전문가들은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분식회계를 벌였다는 결과가 나오더라도 심사 항목에 투자자보호 등이 포함돼 있어 상장폐지 될 가능성은 낮을 것으로 보고 있다.
1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는 이날 오전 9시부터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분식회계 여부에 대한 2차 회의를 시작했다. 증선위는 삼성바이오와 금융감독원의 주장을 두루 반영해 최종 결정을 내릴 것으로 보여, 1년6개월여간 이어져 온 양측의 공방도 종지부를 찍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날 증선위에서는 삼성바이오에피스의 합작사 미국 바이오젠이 보유한 콜옵션에 대한 해석이 관건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삼성바이오에피스의 신약개발 등으로 회사가치가 높아져 바이오젠의 콜옵션 행사 가능성이 커졌고, 이를 고려해 2015년 말 자회사를 종속회사에서 관계회사로 변경했다. 여기서 보유 지분에 대한 평가 방법도 장부가에서 시장가로 바꿨다. 장부가격인 3000억원에서 2015년 관계사로 전환해 4조8000억원으로 평가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이를 재무제표에 반영, 2015년 1조9000억원 흑자로 돌아섰다.
이에 대해 금감원은 바이오젠의 콜옵션 행사 가능성을 근거로 회계처리 기준을 바꾼 것은 명백한 분식회계라고 주장한다. 반면 삼성바이오로직스는 국제회계기준(IFRS)에 따라 적법하게 회계처리를 했다며 문제가 없다는 입장으로 맞선다.
증선위가 삼성바이오의 회계처리 과정에 고의성을 인정하지 않고 단순 과실로만 본다면, 일부 경영진의 해임 권고와 과징금 부과 등 비교적 가벼운 처벌을 받는 정도에 그칠 수 있다. 이에 관련 불확실성이 해소되면서 바이오주 전반에 대한 투자심리가 살아날 수 있다.
반면 증선위가 금감원의 손을 들어 분식회계를 인정한다면, 삼성바이오는 회사와 대표이사, 임원에 대한 검찰 고발과 함께 주식은 매매거래 정지되고 상장폐지 실질심사 대상이 된다. 동시에 한국거래소는 15영업일 이내에 기업심사위원회 심의 대상 여부를 결정한다.
유가증권시장 상장 규정에 따르면, 회계처리 기준 위반액이 자기자본의 2.5% 이상이면 상장폐지 실질심사 대상이 된다. 금감원은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연도별 회계처리 위반 금액을 최고 4조원으로 보고 있는데, 이는 올해 상반기 기준 삼성바이오의 자기자본 3조8000억원보다 많은 수준이다.
기업심사위원회는 심의 대상 기업의 △기업의 영업 지속성 △경영 투명성 △재무 건전성 △투자자 보호 △기업지배구조 △내부통제제도의 중대한 훼손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상장폐지 여부를 결정한다.
다만 삼성바이오의 상장폐지 가능성은 미미할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 시각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시가총액은 22조원 수준이고, 소액 주주만 8만명(지난해 기준)에 달한다. 만약 삼성바이오로가 증시에서 퇴출된다면 바이오업종은 물론 시장 전반의 침체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이를 감안하면 상장폐지로 이어질 가능성은 적다는 설명이다.
일각에선 과거 유사한 사례를 들어 삼성바이오의 상장폐지 가능성이 낮다는 점에 무게를 싣기도 한다. 대우조선해양은 지난 2016년 5조7000억원 규모의 분식회계가 인정됐다. 이에 3개월의 거래정지와 1년간의 개선기간을 거쳐 지난해 10월30일 거래가 재개됐지만, 상장폐지로는 이어지지 않았다. 한국항공우주(KAI) 역시 지난해 회계부정에 연루된 전·현직 임직원이 기소된 뒤 매매거래가 정지됐지만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대상이 되지 않았다.
이태영 KB증권 연구원은 "과거 기업심사위원회 심의 여부가 고려됐던 한국항공우주와 동아쏘시오홀딩스의 경우, 재무실적이 우량해 심사 대상에서 제외된 후 거래가 재개됐다"면서 "대부분 재무적 안정성이 초점을 맞춰 대상 여부를 판단한다"고 설명했다.
자본시장 한 전문가는 "설사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혐의가 확정되더라도 상장폐지 가능성은 현실적으로 낮다"면서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코스피 시가총액 순위 7위에 자리하고, 소액주주만 8만명에 달하는 점을 보면 시장의 미치는 파장과 투자자 보호 측면을 감안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바이오주 대장주발(發) 악재로 인한 관련 업종 전반의 투자심리 위축은 불가피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전망에 이날 오후 12시29분 현재 유가증권시장에서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주가는 전장 대비 1만7500원(5.58%) 상승하며 이틀째 강세를 이어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