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탄소년단 日 방송 취소 '파장'…'역사적 자충수' 되나?
방탄소년단 日 방송 취소 '파장'…'역사적 자충수'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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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언론, 역사적 배경 등 분석 보도…日 팬심도 '실망'
그룹 방탄소년단(BTS)이 지난 6일 오후 인천 남동구 수산동 인천남동체육관에서 열린 2018 MBC플러스 x 지니 뮤직 어워드(2018 MGA)에서 공연을 선보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그룹 방탄소년단(BTS)이 지난 6일 오후 인천 남동구 수산동 인천남동체육관에서 열린 2018 MBC플러스 x 지니 뮤직 어워드(2018 MGA)에서 공연을 선보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서울파이낸스 이호정 기자] 세계적인 팝그룹 방탄소년단(BTS)의 일본 음악 방송 취소가 해외 언론에서 주목받으면서 국제적인 이슈로 부각됐다.

특히 해외 언론들이 방송 취소 이유를 상세히 보도하는 과정에서, 불미스런 역사를 외면해 온 일본에게 자칫 '역사적(historical 또는 historic) 자충수'로 일이 커질 조짐마저 보이고 있다. 

해외 언론들은 이번 일을 주요 뉴스로 다루면서, 뿌리깊은 한일간 역사적 긴장관계가 숨겨진 진짜 이유라고 분석하고 있다. 이로 인해 과거 한일관계가 세계적으로 자연스럽게 재조명되는, 일본으로서는 결코 원치 않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음악의 힘'이 '잠자는 역사'를 깨우고 있다고나 할까.

문제의 발단은 일본 TV 아사히가 지난 8일 방탄소년단 멤버가 입은 티셔츠를 문제 삼아 음악 프로 출연을 돌연 취소하면서 시작됐다.

미국 빌보드는 9일(이하 현지시간) '티셔츠 그 이상: BTS 출연 취소는 한국과 일본의 어색한 K팝 관계를 보여준다'는 제목으로 이번 사태를 분석했다.

빌보드는 일본 TV아사히 '뮤직 스테이션'이 멤버 지민이 과거 입은 이른바 '광복절' 티셔츠를 문제 삼아 출연을 취소한 데 대해 "국가 간의 오랜 정치적, 문화적 문제에 뿌리를 두고 있다"며 티셔츠가 방송 취소의 유일한 이유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빌보드는 보아와 2세대 K팝 그룹 등 일본에서 K팝의 확장, 한국 가수의 인기에 균형을 맞추려던 일본의 노력, 방탄소년단과 트와이스를 통해 다시 인 K팝 붐 등을 소개했다.

빌보드는 이 과정에서의 '혐한(반한)' 움직임을 언급하며 "냉각 관계는 정치적 역사에 뿌리를 두고 있다"고 짚었다. 그 배경으로는 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의 한국 식민지배, 일본군 위안부 등 미해결된 전시 문제, 일본 제국을 상징한 전범기(욱일기) 문제 등을 지목했다.

CNN도 9일 인터넷판에서 '원자폭탄 셔츠에 대한 분노로 BTS 일본 공연이 취소됐다'고 방송 불발 소식을 전했다.

CNN은 "한국과 일본은 2차 세계대전 유산에 특히 민감하다"며 "1910~1945년 일본의 식민지배로 수백만 명의 한국인들이 고통받아 양국 관계에 계속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영국 BBC도 같은 날 인터넷판에서 'BTS 티셔츠: 일본 TV 쇼가 원자폭탄 티셔츠로 BTS 출연을 취소했다'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지민의 셔츠가 논란이 된 이유로 양국의 역사적 배경을 소개했다.

BBC는 "원자폭탄 셔츠에 한국의 독립 구호가 담겨있다"며 "일부 일본인들에겐 일본 식민 통치를 받은 한반도의 독립을 가져온 폭탄을 축하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지난달 말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 판결 이후 양국 관계가 냉각된 점이 이번 사태에 영향을 끼쳤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BBC는 "최근 한일 관계가 더 경색됐다"면서 지난달 말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피해자에 대한 일본 기업의 배상책임 판결을 거론하며 일본 정부가 이에 반박했다고 덧붙였다.

뉴욕타임즈(NYT)는 "강제징용 판결이 있었던 지난달 양국 간 역사적 긴장감이 최고조였다"라면서 "현재 한국과 일본 관계는 정치적 지뢰밭과 같다"고 지적했다.

이같은 논란의 불씨는 지난달 일본의 한 매체(극우 성향)가 지민이 과거 입은 셔츠를 문제 삼아 "반일 활동을 하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지펴졌다. 지민의 티셔츠에는 광복을 맞아 만세를 부르는 사람들의 모습, 원자폭탄이 터지는 장면의 흑백 사진과 함께 '애국심', '우리 역사', '해방' 등의 영문이 담겼다.

이후 TV아사히 '뮤직 스테이션'은 방탄소년단의 출연을 하루 전날 취소했고, 10일 일본의 또 다른 매체는 12월 31일 NHK '홍백가합전' 등 다른 프로그램들도 보류됐다고 전했다.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는 10일 SNS를 통해 "일본이 방탄소년단의 방송 출연을 막고, 극우 매체에서 이런 상황을 보도하는 것은 그야말로 '최악의 자충수'를 두고 있다고 본다"고 비판했다.

서 교수는 "CNN, BBC 등 세계적인 언론에 이번 일이 보도되면서, 오히려 전 세계의 젊은 팬들에게 '일본은 전범국'이라는 사실을 확실히 각인시키는 계기가 됐다"고 주장했다. 또 "특히 방탄소년단의 글로벌한 영향력에 큰 두려움을 느꼈기에 이런 어처구니없는 일들을 벌이고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다른 한편, 일부 일본 언론은 이번 사태를 계기로 최근 출연을 검토 중이던 일본 방송에 방탄소년단이 출연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보도하고 있다. 하지만 방탄소년단 일본 팬들의 팬심에는 이렇다할 변화를 감지하기 어렵다.

오히려 SNS에선 'BTS의 행복한 일본 활동을 응원합니다' 라는 글들이 확산하고 출연 취소에 실망하는 팬들의 댓글이 이어지고 있다. 또, BTS가 지난 7일 일본에서 낸 싱글 앨범은 일본 오리콘의 싱글 차트에서 여전히 정상을 지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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