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제재' 복원됐지만 유가는 '뚝뚝'···하락세 장기화 조짐 
'이란 제재' 복원됐지만 유가는 '뚝뚝'···하락세 장기화 조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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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 등 주요 산유국 감산카드 '만지작’

[서울파이낸스 김혜경 기자] 미국 정부가 지난 5일 자정(미 동부시각)을 기점으로 이란산 원유 수입 금지를 비롯해 경제·금융 제재를 전면 복원했다. 당초 미국이 이란 제재를 본격 시행할 경우 국제유가가 뛸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었지만 9일째 하락세를 지속해 이른바 '하락장(Bear Market)'에 진입했다. 하락장은 일반적으로 고점 대비 낙폭이 20% 이상 넘어서는 때를 의미한다. 

미국이 8개국에 한시적인 제제 면제를 인정하면서 상승폭이 상쇄됐다는 분석이 이어진 가운데 시장에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60달러대로 하락 안정되거나 상승 모멘텀은 여전하기 때문에 70달러 재상승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달 말 열릴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동에서 감산 여부가 의제 테이블에 올려질지 주목된다. 

8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거래된 12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전날보다 1달러(1.7%) 내린 배럴당 60.67달러를 기록했다. 지난달 76.90달러까지 올랐던 것에 비해 21%나 하락한 셈이다. 이날 런던 ICE 선물거래소의 브렌트유 선물도 비슷한 시각 50센트 하락한 71.57달러에 거래됐다. 브렌트유는 2014년 말 이후 최고를 기록했던 지난달 3일(86.74달러) 이후 17.5%의 하락세를 기록 중이다. 

유가 하락 지속과 관련해 눈에 띄는 요인은 미국의 원유 생산량과 재고 증가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은 올해 7월 이후로 미국의 산유량 전망치를 하향 조정해왔지만 지난달부터 다시 원유 생산량을 상향 조정했다. 최근 발표한 11월 단기에너지전망보고서에서도 상향 조정이 언급됐고, 오는 2019년에는 일간 1200만 배럴이 넘어설 것으로 예상됐다. 

미국은 이미 지난 8월 사우디아라비아(일평균 1070만 배럴)와 러시아(일평균 1140만 배럴)를 제치고 원유 생산량 기준 세계 1위 자리를 차지했다. 일각에서는 이란 제재에 따른 공급 축소보다 공급 과잉에 대한 우려를 고려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한국·중국·인도·이탈리아·그리스·일본·대만·터키 등 8개국에 한시적인 면제 조치가 부여된 것도 유가 상승을 억제하기 위한 미국의 의도로 풀이된다. 도날드 트럼프 대통령은 중간선거가 끝난 직후 연 기자회견에서 “해당국들이 도움을 청하기도 했지만 사실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나 150달러로 오르길 원치 않았다”면서 “최근 몇 달 간 유가가 매우 상당한 수준으로 내려갔는데 그건 나 때문”이라고 말한 바 있다. 

김훈길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현재 상황에서 70달러를 넘기는 어려워 보이고 60달러 초중반 선에서 당분간 크게 벗어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이란 제재 영향은 지난 5월부터 이미 반영됐기 때문에 영향이 크지 않을 것이며, 올해 8·9월부터 늘어난 원유 공급으로 초과 공급이 일어나고 있어 단기적으로는 반전이 일어나기 힘들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유가 변동 주요 변수는 미국의 증산 속도와 지속성"이라면서 "만약 배럴당 60달러대가 붕괴될 경우 사우디 등 산유국들이 감산 조치를 비롯해 취할 수 있는 입장들이 큰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덧붙였다. 

손영주 교보증권 연구원도 60달러대에서 유가가 안정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손 연구원은 "사우디 등이 감산을 통해 유가를 올리려는 시도는 하겠지만 공격적인 감산을 하지는 못할 것이기 때문에 유가가 큰 폭으로 상승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본다"면서 "원유 수요 자체는 꾸준하므로 점진적인 상승은 예상할 수 있겠지만 70달러를 넘지는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미국은 석유 생산을 늘릴 예정이지만 OPEC은 감산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지난 6월 이란 제재 복원 우려와 베네수엘라의 정치 혼란 등으로 원유 공급 차질이 예상되자 OPEC은 석유 생산량을 일평균 100만 배럴 늘리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최근 유가가 연일 하락하면서 가격을 올리려는 산유국들의 내부적인 움직임이 감지된다는 것. 현재 유가는 사우디가 러시아와 증산 합의를 했던 당시보다 현저히 낮은 수준이기 때문에 상승 모멘텀은 여전하다는 분석이다. 

심혜진 삼성증권 연구원은 "향후 WTI 기준 70달러 초반까지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면서 "미국의 원유 재고가 7주 연속 늘어나고 있는 것은 계절적인 요인이 큰데 11월 셋째 주부터는 감소로 전환되는 것이 데이터 상으로 확인이 된다"고 전망했다. 

심 연구원은 "이란발 공급 차질은 이어질 수밖에 없는데 예외 조치는 수입량의 전체를 면제해준 것이 아니라 수입하는 양에서 20~30% 정도를 뺀 후 180일 기간 동안 면제를 해준 것"이라면서 "이후 갱신을 할 때도 동일한 양으로 다시 갱신하는 것이 아니라 다시 축소를 해야 된다. 구체적인 내용이 공개되지 않았지만 과거 오마바 행정부 사례를 미뤄봤을 때 20% 기준에서 다시 또 20%를 깎고 이 같은 방식을 통해 수입량을 0으로 만들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광우 LG경제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상승 모멘텀이 많이 줄었다고 분석하면서도 60달러대에 머물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연구원은 "글로벌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투자가 많이 위축된 상황"이라면서 "8개국국 예외 조치로 제재 효과가 완화되면서 전반적으로 유가가 햐향 조정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어 "유가가 70달러 밑으로 계속 떨어지게 되면 산유국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친다"면서 "60달러대가 지속될 경우 상반기처럼 사우디가 공급 조절을 하면서 유가 방어에 나서지 않을까 예상하기 때문에 70달러 햐향 수준 안착은 힘들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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