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어가는 서울 아파트값…줄줄이 하락세, 급매물 출현
식어가는 서울 아파트값…줄줄이 하락세, 급매물 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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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시장 하방압력↑…재건축 단지도 '속수무책'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서초구 일대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서초구 일대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서울파이낸스 이진희 기자] 뜨거웠던 서울 아파트값 상승세가 급속도로 식고 있다. 강남권을 비롯한 인기 지역의 집값이 일제히 떨어지는 것은 물론, 견고했던 매도자 우위 시장에 균열이 생기면서 급매물도 속출하고 있다.

시세 변화가 일시적인 하락인지, 본격 하향국면인지를 두고 의견이 분분하지만, '9·13 대책의 약발이 먹혔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일각에선 집값이 주춤하는 틈을 타 아파트를 매수하려는 움직임도 포착된다. 다만 대출규제가 본격적으로 강화되는 이달부터는 아파트값 추가 하락과 함께 거래 절벽이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9일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 5일 기준 11월 첫째 주 서울 아파트값 상승률은 보합(0.0%)을 기록했다. 지난해 9월 둘째 주 아파트값 변동률이 하락에서 상승으로 전환된 이후 60주 만에 상승세를 멈춘 것이다. 

강남3구(강남·서초·송파)는 3주 연속으로 하락세를 지속하고 있다. 강남구와 서초구는 지난주 하락폭과 비슷한 -0.07%의 하락세를 보였으며, 송파구는 이번주 0.10% 하락해 지난주(-0.05%)보다 낙폭을 크게 키웠다. 

감정원 관계자는 "종부세 등 세제강화, 임대사업자 혜택 축소 및 대출 규제를 담은 9·13 대책의 효과"라며 "강남3구는 재건축 단지 위주로 하락세가 번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확대되는 주택시장의 하방압력은 실거래가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대표적인 재건축 단지인 서울 송파구 '잠실주공5단지'의 전용면적 82㎡는 지난 9월 20억4000만원에 거래됐지만, 최근 들어 호가가 19억1000만원까지 내려갔다.  

같은 기간 19억1000만원에 손바뀜한 전용 76㎡는 '급매'라는 단어가 붙기 시작하면서 17억2000만원까지 호가가 내려앉았다.

잠실주공5단지와 함께 아파트값 상승세를 견인해온 강남구 '은마아파트'도 마찬가지다. 지난 9월 20억5000만원에 거래가 성사됐던 전용 84㎡는 18억원 중반대부터 20억원 초반대로, 전용 76㎡는 18억5000만원에서 16억원 후반대로 떨어졌다.

낙폭이 커지는 매맷값과 달리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견조한 흐름을 보였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10월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1만238건. 전달(1만2355건)보다 다소 줄었으나, 두 달 연속 1만건을 넘어섰다.

저평가된 지역을 중심으로 실수요와 갭투자를 하려는 외지인이 몰린 영향으로 분석된다. 노원구(1404건)의 거래건수가 가장 많았고, 강남4구의 아파트 거래도 비교적 활발했다. 강남구와 송파구는 지난달 580건, 839건씩 각각 거래돼 전달(559건, 788건)보다 더 늘었다. 

이는 신고일 기준으로 집계된 거래량이기 때문에 신고기간이 계약일로부터 60일 이내라는 점을 감안하면 8~9월 계약분이 다수 포함돼 있다.   

정확한 10월 거래량은 두달이 지나야 가늠할 수 있지만, 지난 10월 31일부터 강화된 총부채 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에 앞서 '막차타기' 수요가 적지 않았다고 중개업자들은 설명했다.

노원구 상계동 D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9·13 대책 이전만큼은 아니지만 대출규제 강화에 앞서 서둘러 계약을 한 사람이 적지 않았다"라며 "오히려 급매물을 잘 잡았다고 좋아한 사람도 있을 정도"라고 말했다.

문제는 이달부터다. 높아진 대출문턱에다 기준금리 인상, 공시가격 인상 방침 등 악재가 켜켜이 쌓인 탓이다. 여기에 매도자-매수자 간 관망세가 더욱 짙어진다면 집값 추가 하락과 '거래 절벽'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서성권 부동산114 리서치센터 책임연구원은 "9·13 대책 발표 이후 매수자들 사이에선 추가 하락 기대감이 형성돼 있다"면서 "매도호가는 점차 하향조정되고, 당분간 거래 없는 소강상태가 계속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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