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파이낸스 박조아 기자] 중국 에너지기업 중국국저에너지화공집단(CERCG)의 자회사가 발행한 채권이 내일 만기가 다가와 이를 기초자산으로 국내에서 발행된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의 동반 부도(크로스 디폴트)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이날 중국 CERCG의 자회사가 발행한 1억5000만 달러 규모 채권이 만기를 맞지만, 상환 가능성이 크지 않아 부도 처리될 것으로 보인다. 해당 채권이 부도 처리되면 이 채권을 기초자산으로 국내에서 발행된 1650억원 규모의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도 9일 밤 자동 부도 처리되고, 투자금이 손실 처리된다.
앞서 지난 5월 한화투자증권과 이베스트투자증권은 CERCG가 지급 보증한 CERCG캐피탈의 1억5000만 달러 규모 달러표시 채권을 기초자산으로 한 ABCP 1645억5000만원을 발행했다. ABCP엔 현대차증권(500억원)을 비롯해 KB증권(200억원), BNK투자증권(200억원), 유안타증권(150억원), 신영증권(100억원) 등 5개 증권사를 비롯해 총 9곳이 매입했다.
CERCG는 오는 2025년까지 국내 채권단에 원금을 분할 상환하겠다는 자구안을 제시하고 국내 채권단과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채권단은 해당 ABCP가 부도 처리된 이후에도 중국 CERCG 측과 협의를 계속 진행하겠다는 방침이다.
ABCP를 매입한 일부 금융사는 이미 상각 처리를 했기 때문에 손실 처리가 나더라도 충격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증권은 지난 2분기 투자금 500억원 중 절반 가량인 225억원을 손실 처리했다. KB증권도 200억원 전액에 대한 대손처리를 마쳤다.
ABCP의 만기가 코앞으로 다가왔지만, 이번 사태의 책임 소재를 둘러싼 법정 공방은 아직 해결되지 않은 상황이다. 현대차증권은 발행을 중개한 한화투자증권에 책임이 있다며 담당자를 고소했고, 신영증권과 유안타증권은 현대차증권에 매매계약 이행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한 상황이다. 신영증권과 현대차증권은 내일 서울남부지방법원에서 이 소송의 첫 변론을 시작한다.
시장 한 관계자는 "부도가 확정되면 금융사들이 ABCP 발행을 담당한 한화투자증권이나 이베스트투자증권, ABCP의 신용등급을 담당했던 NICE신용평가 등에 소송을 벌일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