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한국지엠·산업은행, 그때는 맞았고 지금은 틀렸다
[데스크 칼럼] 한국지엠·산업은행, 그때는 맞았고 지금은 틀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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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전수영 기자] 모처럼 내수 자동차 시장이 활기를 띄었다. 완성차 업체 5사 모두 전년 대비 개선된 실적을 기록하며 오랜만에 주름살을 편 모습이다. 경기가 나아진 것은 아니지만 몇 년간 진행된 '코리아 세일 페스타'가 보편화되며 실속파 소비자들이 이 시기에 자동차 구매를 한 것이 한몫한 것으로 보인다.

한국지엠도 국내 시장에서 10월 한 달간 8273대를 판매해 전년 동기 7672대 대비 11.3% 신장했다. 비록 3위 탈환에는 실패했지만 실적이 개선된 것만으로도 위안을 삼을 만하다. 끝 모를 실적 추락에서 그나마 동아줄을 잡은 듯 보인다.

실적 개선은 분명 청신호지만 현재 한국지엠이 처한 상황은 결코 낙관적이지 않아 보인다. 한국지엠이 연구개발(R&D) 법인분할을 감행하자 노동조합은 한국을 떠나기 위한 수순이라며 크게 반발하고 있고 2대 주주인 산업은행도 반대하고 있다.

이에 카허 카젬 한국지엠 사장은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종합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해 "한국 철수 계획은 없다"고 철수설을 부인했고 메리 바라 GM 회장은 한국을 방문해 노조를 만나겠다고 했다. 그러나 아쉽게도 때가 조금 늦은 것 같다. 한국지엠이 산업은행에게서 지원을 받고자 테이블에 앉았을 때 이 얘기가 나왔어야 했다. R&D 법인 설립과 분할에 대한 충분한 사전협의가 이뤄지고 이에 대한 노조의 동의를 받았어야 했다. 이는 상도덕이자 예의다.

지원 받기 전에는 R&D 법인 설립에 대해 아무런 얘기도 없다가 갑작스럽게 진행을 했다면 이미 짜인 각본으로밖에 생각할 수 없다. 카허 카젬 사장이 한국에 부임하기 전에도 '한국 철수설'에 대한 소문이 돌았다. 그도 그럴 것이 앞서 GM은 유럽을 시작으로 호주·인도네시아에서 공장을 철수했으며 태국·러시아에서는 생산을 중단한 적이 있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카허 카젬 사장도 한국지엠 사장에 취임하면서 철수설을 강하게 부인했고 어려운 회사를 일으켜 세우기 위해 구조조정을 단행하며 한국에 남을 것이란 신호를 보냈다. 회사가 어려워지면 구조조정은 할 수 있다. 후일을 도모하기 위한 것이니 그때는 옳았다. 그렇지만 최근의 한국지엠의 결정은 분명 틀렸다. 2대 주주와 직원들에 대한 배려가 전혀 보이지 않는다.

일이 이 지경에 이른 데에는 산은의 책임도 작지 않다. 올해 초 산은이 국회에 제출한 문건에서도 산은은 한국지엠의 철수 기류를 감지했음에도 이를 수수방관했다. 일자리 창출이라는 정부 정책을 실행하기 위해 한국지엠에 대한 지원을 결정했지만 그들의 속내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 이제 와서 반대 목소리를 높이지만 국민의 혈세를 퍼붓기 전에 다방면으로 알아봐야  했어야 할 중요한 문제를 높인 것이다.

한국지엠의 말처럼 R&D 법인이 한국 철수를 위한 것이 아닌 것으로 판명이 된다 해도 이미 국민들은 한국지엠의 행위에 실망을 넘어 불신하고 있다. 제대로 일을 못한 산업은행에게도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결론은 어떻게 나든 지금 이 순간 분명 한국지엠과 산은 모두 '그때는 맞았고 지금은 틀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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