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승희 칼럼] 미국에 올인 할 필요 있나?
[홍승희 칼럼] 미국에 올인 할 필요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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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한반도 정세와 관련해 미국의 입김에 국내 정치권마저 일희일비하는 모양새를 보게 된다. 굳이 근래 들어 보이는 새삼스러운 일은 아니다.

현실적으로 미국의 힘이 여전히 세계를 들었다 놨다하는 데 우리가 그런 미국을 외면하고 생존할 방법도 없다. 그건 현재 어느 나라라도 비슷한 형편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트럼프 집권 이후 미국이 보여주는 타국에 대한 배타적 태도는 분명 우리에게 경각심을 일깨워준다. 우리는 다방면에서 우리의 생존을 위한 끊임없는 선택을 해야 한다는 점을 트럼프의 미국 우선주의를 넘어선 미국 우월주의적 태도가 역설적으로 깨닫게 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북한에 대한 미국의 적대적 태도는 북미협상이 진행되고 있는 현재까지도 변하지 않고 있다. 따라서 한민족의 민족내부 문제를 원만히 풀어가고자 하는 한국정부의 선택에도 강력한 제동을 걸고자 하는 태도가 기본베이스로 한국정부를 압박하고 있다.

군사`외교적 분야에서만 이런 문제들이 튀어나오는 게 아니라는 것이다. 군사`외교적 문제는 한반도 정세를 경색되게 만들지만 우리가 딱히 미국에 거부권을 행사할 여지가 없다. 여전히 남북한은 휴전상태인데다 그 휴전의 주체에서 한국 정부는 빠지고 미국과 중국, 북한이 주체라는 사실이다.

그러니 남과 북이 독자적 협력관계로 발전해 나가며 민족문제를 풀어가기 위해서도 휴전협정을 종전협정으로 바꿀 필요가 있다. 그 과정에서 우리 정부가 할 일은 고작해야 중재자 역할 뿐이라는 점에서 참으로 답답한 상황이긴 하지만.

문제는 군사`외교적으로는 선택의 여지가 별반 없지만 적어도 정치`경제적 부문에서는 꼭 미국에 똑같이 휘둘릴 필요가 있는가 하는 점이다. 트럼프 정부의 일방주의는 경제문제에서도 유감없이 휘둘러지고 있지만 그 칼날은 적절히 피하면서 우리의 짧은 칼날이 파고 들 새로운 루트를 마련할 여지가 있지 않은가 싶은 데 여전히 우리 사회는 미국 일방주의에 혼비백산하는 모습만 보인다.

당장 미국이 세계 최대의 소비시장이라는 점에서 미국 시장의 중요성을 간과할 수는 없지만 다른 부문에 비해 경제는 그나마 일방주의의 칼질이 상대적으로 약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사업가 트럼프는 그 누구보다 그 사실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그 약함을 미국의 큰 소비시장을 무기 삼아 관세 등 각종 규제로 타국을 압박함으로써 감추려 하고 있다. 대북 강경조치 또한 그런 상업적 약점을 가리는 데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공식적으로는 드러내지 않으면서 미국의 소리(VOA) 같은 미디어를 통해 한국의 은행들에 대한 제재조치를 내릴 거라는 둥 풍문을 퍼트리며 비공식적 압력을 가하려는 술수로 나타나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은 미국과의 관계에서 군사`외교적 문제로는 최우방의 입지를 강화해 나가야 하겠지만 정치`경제적으로는 미국의 압박을 최소화하기 위한 대책들을 거침없이 세워 나가야 할 필요가 있다. 특히 미국의 압박이 아시아 전체를 향한 패권주의 확장으로 이어지는 것을 억제시키기 위한 전력투구가 요구되고 있다.

그런 점에서 사드의 한반도 배치 이후 아직도 다 해소되지 못한 갈등을 안고 있는 중국을 비롯한 동아시아 시장과의 친화력을 높여 나가야 한다.

이제까지 중국은 고속성장으로 넘치는 자신감에 아시아의 이웃인 한국에 대해서도 오만하기 그지없는 태도를 보였지만 트럼프의 악의적 경제 공세에 당장 경기둔화의 조짐마저 나타나고 있는 상황이다. 물론 정부 입김이 강한 중국 내 매체들은 경기 둔화 우려를 잠재우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며 진화에 나섰지만 매체들을 총동원한 진화작업이 오히려 중국 정부의 당혹감을 드러내고 있다.

이런 현상은 우리로서는 경제적 관계 개선의 적기로 활용할 만하다. 물론 중국을 넘어 중앙아시아와 동남아시아 등으로 범 아시아 경제권의 중심을 지향해 나가는 큰 그림과 함께. 미국에만 올인하는 대신.

그렇게 한국의 외교 또한 다각화될 수 있고 국제정치무대에서의 발언권도 키울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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