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롤러코스터' 타는 환율, 외환당국이 안보인다
'롤러코스터' 타는 환율, 외환당국이 안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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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원 치솟았다 다시 추락 '반복'…"변동성 크지만 상승폭 제한적"

[서울파이낸스 김희정 기자] 원·달러 환율이 연일 '롤러코스터'를 타고 있는 데도 외환당국의 개입강도는 예전에 비해 현저히 약화됐다. 과거 환율이 급변할 때 나왔던 외환당국의 경고성 구두개입도 슬그머니 자취를 감췄다. 왜 일까?

25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 대비 5.7원 오른 달러당 1138.0원에 거래를 마쳤다. 전일과 비교해 6.7원 상승한 1139.0원에 출발한 환율은 장 중 1140.5원까지 치솟았다가 오후들어 상승폭을 일부 반납했다. 종가 기준으로는 지난 11일(1144.4원) 이후 올해 들어 두 번째로 높은 수준이다. 

이달 들어 원·달러 환율 변동폭은 크게 심화됐다. 미 국채금리 상승, 미 증시, 중국 위안화, 미국과 중국의 무역분쟁 이슈 등 대내외 불확실성에 위험자산 회피(리스크 오프)와 위험자산 선호(리스크 온)가 교차하며 급등락을 반복하고 있다. 시작은 지난 4일부터 였다.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의 미 경제 호조 전망이 미 국채 금리를 급등시키면서 원·달러 환율은 전거래일 종가 대비 10.7원 뛴 1129.9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후 조정세를 보이며 안정을 찾던 환율은 지난 11일 전날 보다 10원 오른 1144.4원에 마감했다가 바로 다음날인 12일 13원 떨어진 1131.4원에 거래를 마쳤다. 다시 종가 기준 6.3원 하락(16일), 8.7원 상승(18일)을 반복하던 원·달러 환율은 23일 다시 전일 종가보다 9.2원 상승 마감했다. 하루에 최고 10원 넘게 상승했다가 이후 상승분을 꾸준히 반납하고 다시 8~10원 가까이 튀어오르는 장세가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환율 변동은 우리경제에 '양날의 칼'이다. 지금과 같은 달러 강세(원화 약세)가 확대될 경우 수출 기업에는 유리한 측면이 있다. 환율이 상승하면 상승할수록 1달러 어치 물건을 팔았을 때 가격도 같이 올라가기 때문이다. 다만 동시에 수입품 가격은 올라 민간소비나 설비투자는 줄어들게 된다. 반대로 달러 약세(원화 강세) 흐름으로 전환되면 수출에는 악재로, 소비와 투자에는 호재로 작용한다. 

이 때문에 변동폭이 커지면 경제주체들은 해외 소비, 수출입, 투자 등을 결정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환율 흐름을 예측해 상품 가격이나 판매 규모를 결정하는 게 사실상 불가능해지기 때문이다. 급격한 환차손익도 발생해 '환율 쇼크'로 이어질 수 있다. 환율이 급등락할 때 경제주체들이 환매나 신규 투자를 자제하는 이유다. 수출 중심의 개방경제인 우리나라에는 치명적인 부담이 될 수 있다. 

KEB하나은행 외환 딜링룸. (사진=연합뉴스)
KEB하나은행 외환 딜링룸. (사진=연합뉴스)

상황이 이런데도 외환당국의 행보가 너무 소극적이라는 게 시장 참가자들의 지적이다. 익명을 요구한 시중은행 외환담당자는 "최근에는 외환당국이 구두개입도 전혀 하고 있지 않다"며 "당국의 너무나 신중한 행보에 시장 참가자들이 포지션을 잡지 못하고 힘겨루기 싸움만 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의 10월 환율보고서 이슈로 당국이 적극 나설 수 없었다는 관측도 나온다. 미 재무부는 지난 17일(현지시각) 우리나라를 관찰대상국으로 유지했다. 경제제재를 받을 수 있는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진 않았지만 계속 외환시장과 통상문제에 대해 압박하겠다는 무언의 암시다. 여기에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은 지난 5월 '외환정책 투명성 제고 방안'의 일환으로 올해 하반기 외환시장 개입내역을 내년 3월에 공개하기로 했다. 

조영무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외환당국의 외환개입이 시장에 어느정도 영향을 미치는 지 측정하기는 불가능하다"면서도 "하지만 (미 환율보고서와 환시 개입 공개가) 외환당국이 외환시장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데 있어 굉장히 큰 제약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이어 "환율조작국 지정 근거도 미국의 자의적인 주장에 따르고 있다는 점도 언제든 우리가 환율조작국으로 지정될 수 있다는 우려를 낳는다"고 부연했다.   

다만 당분간 외환당국의 기조는 변하지 않을 전망이다. 현재 환율 레벨(1138~9원) 자체가 연간으로는 상단에 있긴 하지만 우려할 정도로 쏠림현상이 급격하지 않다는 판단에서다. 달러 강세에 따른 원화의 상대적인 절하폭도 다른 통화에 비해 심각하지 않은 데다, 급등·급락을 반복하며 레인지 안에서 일정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다시말해 변동폭은 크지만 일정한 레벨의 범주내에서 등락을 거듭하고 있기 때문에 굳이 개입할 필요가 없다는 지적이다.

권민수 한은 국제국 외환시장 팀장은 "외환시장에서는 (증시에 비해) 상대적으로 일방향 쏠림이 크지 않았다"며서 "외환당국은 지속적으로 시장의 흐름을 주시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또 "일반적인 미세조정(스무딩오퍼레이션)은 이미 합의된 사항이기 때문에 외환개입 내역 공개가 당국의 움직임에 제약을 주는 측면은 없다"고 일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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