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이 직접 CMA 판다?
은행이 직접 CMA 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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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한·우리·외환銀 등 종금합병으로 판매권
신한-판매채널 확대 요구에는 금감원 '난색'
 
[서울파이낸스 박민규 기자] <yushin@seoulfn.com> 은행권 자금이탈의 주역으로 꼽히는 자산관리계좌(CMA)가 은행에서 직접 판매되는 재미있는 사례가 있다. 그 주인공은 바로 신한·우리·외환은행. 이는 은행이 종금사와 합병하는 과정에서 라이센스(license)를 물려받았기 때문에 가능한 일.

신한은행은 구 조흥은행이 현대종금과 합병하면서 현대종금의 CMA 상품을 물려받아 판매해오고 있다. 현재 규정상 은행에서 CMA를 취급할 수 없도록 돼있지만 종금사(종합금융사)와의 합병으로 라이센스도 같이 넘어왔기 때문에 자행내에서 판매가 가능하다. 다만, 일반 영업점에서 판매되는 것이 아니라 본점 종합금융시장부에서만 판매가 되고 있다. 증권사의 CMA와 달리 카드발급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

우리은행 역시 과거 네 개 종금사와 합병하는 과정에서 CMA 상품을 취급하고 있다. 하지만 일반 영업점이 아닌 독립된 지점 두 군데에서만 판매되고 있다. 기업이나 개인 고객은 거의 없고 주로 금융기관을 대상으로 판매되고 있다. 외환은행도 본점내 머니마켓팀에서만 CMA가 취급된다. 대부분 거래 대상은 기업고객이다.

신한은행은 지난 6월 금융감독원에 질의서를 보내 일반 영업점에서도 판매가 가능한지에 대해 질의·요청했다. 현재 신한은행측은 자행내 다른 부서의 질의가 먼저 처리되도록 질의를 잠시 보류해놓은 상태다. 금감원에서는 선행 업무가 처리된 뒤 본격적으로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만약, 신한은행의 요청이 허용될 경우, CMA의 영업점 판매와 함께 카드발급허용으로 인한 자동화기기 이용 등이 가능해지면 자동화기기 이용수수료 면제는 물론, 은행의 막강한 판매채널을 이용해 고객들의 상품 접근성이 높아질 것이다. 또한 현재는 종합금융시장부에서만 취급이 가능한 CMA 입출금서비스도 전 영업점으로 확대될 것이다. 하지만 금감원이 신한은행의 CMA 상품을 자행내 전 영업점에서 판매가 가능하도록 허락해줄 경우, 타 은행 및 증권사들이 반발할 것은 자명하다. 형평성에 문제가 제기될 수 있기 때문이다.

종금업 라이센스는 없지만 증권사를 자회사로 둔 은행의 경우 모회사인 은행에 판매권을 줄 것인가 하는 문제도 논란의 여지가 될 수 있다.
신한은행의 CMA는 가입기간에 특별한 제한은 없지만 기본 1년 단위로 만기가 돌아오며, 만기시 자동으로 재예탁된다. 이율은 최대 4.8%다. 통장으로 거래되며 자유 입출금식이다. 영업시간내에는 수시입출금이 가능하다. 종합금융업감독규정에 의거 부실자산 발생시 즉시 우량자산과 교체해 원본을 보존하도록 하는 제도적 안전장치가 마련돼 있다. 특히 은행간 지준이체 방식으로 운영돼 안정성과 편리성을 갖췄다. 현재 이 상품의 가입고객들은 대부분이 자금운용 규모가 큰 기업고객이다. 현대종금 시절 가입했던 개인고객들도 일부 남아있다. 신한은행 종합금융시장부 관계자에 따르면 현재 잔액규모가 그리 크지는 않다.
외환은행의 CMA는 최저 100만원 이상 가입가능하며 최소 180일 이상 수탁해야 한다.

기본적으로 세 시중은행의 CMA는 종금사의 CMA였기 때문에 5천만원 한도내에서 원금과 이자가 보장되는 예금자보호대상 상품이다. 개인을 위주로 판매되는 상품이 아니기 때문에, 최근 은행권 자금이탈의 주범으로 대두되고 있는 증권사의 CMA와는 그 성격이 조금 다르다.

자본시장통합법이 2009년부터 시행될 경우 각 금융회사의 고유 업무를 제외하고는 금융회사 간의 벽이 무너져 시중은행에서 CMA를 취급하게 되는 상황이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 그렇게 되면 현재 은행권의 ‘주적’ 격인 CMA가 은행의 품안으로 들어오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연출될 수도 있을 것이다. 어제의 적이 오늘의 동지가 되는 상황이다.
 
물론 자통법의 세세한 시행령들이 아직 규정되지 않았기에 시장의 상황이 어떻게 될지는 더 지켜봐야할 것이다.
만에 하나 시중은행의 CMA 자행내 영업점 판매가 허용된다 해도, 그 허용 시기는 자통법 시행에 따른 금융회사 간 전반적인 장벽이 허물어진 뒤에나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금감원 비은행감독국 관계자는 “현재 신한은행의 질의에 대해 검토 중”이라며 “아직 무어라 얘기할 단계는 아니지만, 형평성의 문제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박민규 기자 <빠르고 깊이 있는 금융경제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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