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성 훼손 논란에…"금통위, 정부 압박 받아서 움직이는 조직 아냐"
[서울파이낸스 김희정 기자]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11월 금리인상을 기정사실화 했다.
이 총재는 이날 '통화정책의 완화정도를 조정할 필요가 있다는 발언이 시장에 금리를 인상할 것이라는 신호를 예고한 것이냐'는 물음에 "(금리) 인상 가능성을 열어둔 것"이라고 답했다. 모든 것을 종합할 때 금리인상 가능성이 크다는 뜻이냐는 질의에도 이 총재는 "여건만 된다면 금리인상 쪽으로 가겠다는 메시지를 준 것"이라고 금리인상 방침을 재확인 했다.
이 총재는 국감 전 인사말을 통해서도 금리인상 깜박이를 켰다. 그는 "완화적 금융여건은 가계부채 증가 등 금융불균형을 확대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이제는 금융안정에 보다 유의해야 할 단계에 이르렀다"고 했다. 금융불균형이 저금리 상태에서 가계부채 증가와 부동산으로의 자금 쏠림 현상을 의미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다음달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금리인상을 강력히 시사한 것이다.
지난 18일 금통위에서 한은은 연 1.50% 금리동결을 택했다. 지난해 11월 25bp(베이시스포인트·1bp=0.01%p) 인상 이후 일곱 번째 동결 결정으로 금리는 11개월째 같은 수준으로 묶였다. 대내외 경기둔화 논란과 미국과 중국의 무역분쟁, 부동산 가격급등과 가계부채에 따른 금융불균형 등 불확실성이 산재한 상황이지만 금리인상 여건은 어느정도 갖춰진 상태다.
한은은 10월 수정 경제전망에서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7%로 기존 대비 0.2%p 낮췄지만 잠재성장률 수준(2.8~2.9%)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한은의 기본 정책 목표인 물가의 경우 지난달 1.9%를 기록하며 목표치(2%)까지 도달한 상태다. 무엇보다 한국과 미국의 금리 격차가 0.75%p까지 벌어지며 자금유출 압박이 심해졌다. 올해 금리를 올리지 않는다면 우리경제가 감내할 수 있는 마지노선으로 여겨지는 1%p까지 금리차가 벌어진다. 이제 올해 남은 금통위는 11월30일 단 한번 뿐이다. 시장에서는 이날 이 총재의 금리발언으로 기준금리 인상이 '초읽기'에 들어갔다는 해석이 나온다.
한은의 독립성 훼손 문제를 놓고도 여야의 공방이 치열했다. 여당은 박근혜 정부 당시 안종범 전 청와대 경제수석의 수첩에 한은 금리 관련 내용이 언급된 뒤 한은이 금리를 인하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반대로 야당은 이낙연 국무총리와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의 금리발언들이 금리인상을 압박하는 것이나 다름없다며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라고 맞섰다.
이에 대한 이 총재의 해명도 이어졌다. 그는 "(안 전 수석의)금리인하 발언이 금통위의 금리결정에 전혀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며 "정부 압박이 있다고 해서 그대로 금통위가 움직이는 가능성을 생각조차 해본 적 없다. 금통위원들이 총재, 정부가 말한다고 움직이는 조직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이어 "2015년을 돌아보면 경기가 안좋은 상황으로 치닫고 있었다. 스태그플레이션(불황 속 물가상승)을 우려할 정도로 압박이 많았을 때"라고 해명했다.
이 총리 등 정부 여당 관계자들의 금리발언에 대한 부담감도 토로했다. 이 총재는 "시장에 혼선을 줄까 봐, 아무리 소신 있게 결정해도 그렇게 믿어줄까 하는 걱정이 있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 총리 등의 발언이 금통위에 영향을 준 것 아니냐는 질의에는 "(금통위원들 사이에서) 일체 얘기가 없었다. 본연의 책무에 맞게 의사결정을 했다"고 재차 반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