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다 남은 기내식 보관해 징계?'···"대한항공, 표적 직원사찰 중단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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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춘목 사무장 "회사, 근거 없는 제보만 듣고 대기발령해"
사측 "사실관계 확인하기 위한 조치···표적수사는 본질 호도"
공공운수노조를 포함한 대한항공직원연대지부가 19일 서울시 강서구 공항동 대한항공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사측의 '표적 직원사찰 행위'를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 (사진=주진희 기자)
공공운수노조를 포함한 대한항공직원연대지부는 19일 서울시 강서구 공항동 대한항공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사측의 '표적 직원사찰 행위'를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 (사진=주진희 기자)

[서울파이낸스 주진희 기자] "먹다 남은 기내식이 아까워 보관한 일이 징계를 받을 만큼 잘못된 일인가요? 이 말고도 회사는 사실 확인이 되지도 않은 제보만으로 노조활동을 하는 특정직원을 표적으로 삼아 팀원들을 상대로 지난 2년간 업무 안팎의 일들에 대한 정보를 수집해 음해할 목적으로 사찰을 포함한 부당노동행위를 자행 했습니다. 단지 노조활동을 했단 이유로요."

공공운수노조를 포함한 대한항공직원연대지부는 19일 서울시 강서구 공항동 대한항공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이 말했다.

이들은 "회사는 조사와 징계의 목적이 사규 위반에 대해 타당성 있게 엄벌해 직원들의 '사규준수'를 달성하는 것에 있지 않고, 오로지 회사 말을 듣지 않는 직원에게 선별적 불이익을 주기 위한 이유로 존재한다는 것을 확인했다"며 "이춘목 사무장의 자택대기발령을 취소하고 정상적인 업무를 할 수 있도록 즉각 복귀시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열린 기자회견에 휴가를 제출하고 참석한 이춘목 대한항공 선임 사무장은 회사의 부당노동행위에 대해 억울함을 털어놨다. 그는 팀장평가에서 나온 내용과 상습적인 기용품 반출과 자신이 여승무원들에게 반복적으로 수치심을 주는 언행을 했다는 등 주변 직원들의 근거 없는 제보만을 듣고 지난 10일 지원팀 인사와 노무 담당자 2명이 무려 5시간 동안 죄인 심문하듯 조사했고, 다음 날 바로 기한도 적시하지 않은 채 자택대기발령을 냈다고 주장했다.

이 사무장은 "개인적으로 기내식 중 가장 좋아하는 것이 된장덮밥과 양념간장소스다. 비행이 끝나면 남은 음식들이 다 버려지는 게 너무 아까워 보관했다가 귀국편에서 먹은 적이 있다. 여기에 대해선 정말 죄송하게 생각한다"며 "내가 실수도 한 번 안 하는 완벽한 사람은 아니다. 그러나 후배 직원들에게 인격적 모욕과 치욕감을 느끼는 언행은 맹세코 한 적이 없다. 내 모든 것을 포기할 정도로 징계 받을 행동은 하지 않았다"고 강하게 반발했다.

그는 자택대기발령이 내려진 뒤 회사가 언제 호출할지 몰라 교육도 듣고 병원도 다녀오려 휴가를 쓰겠다는데 그 또한 회사에서 '왜 쓰냐. 집에 있으면서 휴가가 왜 필요하냐'고 물으며 권리를 침해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직원들을 서로 감시하게 만들고 모함해 회사의 입맛에 맞지 않는 직원들을 협박하고 모멸감을 주게 하는 구시대적 인사관리가 아직도 자행되고 있다. 조작된 자료를 근거로 직원들을 추궁하고 벌하는 이 반칙들은 분명한 부당노동행위"라며 강조했다.

이날 규탄발언에서 김영관 민주노총법률원 변호사는 "회사가 제시한 대부분의 대기발령 사유들은 사실관계조차 확인되지 않았다. 세상에 어느 회사가 확인되지 않은 제보만으로 조치 등을 결정한다는 건가 싶다. 이로써 직원이 입은 급여, 시간, 정신적 등의 피해는 말로 다할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박창진 대한항공직원연대지부장도 "이 사무장을 조사한 직원들이 자신의 모든 행동도 일일이 감시하고 주변 승무원들에게 시켜 어디에서 무엇을 했는지 등 사사건건의 보고를 받아왔다"며 "만일 이 사무장과 나를 비롯한 이 사태들이 노조 탄압과 노조 와해를 위한 사측 활동이라면, 직원연대지부와 공공운수는 횃불을 들고 투쟁을 이어나갈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어 "노조관련 홍보물을 강제로 빼앗는 직원 간부가 있다. 그 행위가 노조 파괴나 사규를 위반했다면 회사는 그 간부도 이 사무장과 똑같은 절차를 밟아서 취조하고 징계해주길 바란다. 그것이 바로 대한항공 노사가 정당한 절차 및 바른 일을 하고 있는 지를 보여주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대한항공 측은 이 같은 의혹에 대해 2차 피해를 막기 위한 조치였다고 해명했다. 제보에 관한 사실관계는 확인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이 사무장에 대해 다수의 동료들이 직접 목격하고 알린 제보의 정확한 사실 관계를 확인하기 위해 지난 10일 불가피한 대기발령조치를 내렸다"며 "여러 직원들이 제보한 내용에 대한 사실관계 조사를 노조활동 방해나 개인사찰, 표적수사라고 주장하는 것은 본질을 호도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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