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승희 칼럼] 계급과 사회적 먹이사슬
[홍승희 칼럼] 계급과 사회적 먹이사슬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새삼스러운 일은 아니지만 근래 들어 부쩍 검찰과 경찰, 검찰과 법원 간의 기 싸움이 잦아 보인다. 경찰이 수사권 독립 문제로 검찰과 불편해지더니 경찰 수사결과에 검찰이 태클을 거는 일이 많아지는 게 아닌가 싶고, 그런가 하면 양승태 전 대법원장 문제에 손댄 검찰의 영장청구에 법원의 기각률도 믿기 힘들만큼 높다.

예전에 들은 말이지만 아마도 지금 역시 유효할 성 싶은 얘기가 있다. 경찰간부들은 자식이 검사가 되길 원하고 검사들은 자식이 판사가 되길 원한다고. 이유인즉 검사의 수사지휘가 종종 경찰의 자존심을 긁어내리고 검사는 판사들의 영장청구 기각이나 재판결과에서 열패감을 느끼기 때문이라고 했다. 물론 다분히 우스갯소리일 수도 있지만 하나의 먹이사슬을 보여주는 우화가 아닐까 싶다.

그런데 요즘은 사립유치원 비리문제가 사회적 큰 이슈가 되면서 그 분야 종사자들의 권력구조가 심각한 인권문제로 비쳐 보인다. 일반 유치원이나 어린이집 교사들의 급여수준은 놀라울 정도로 낮다. 3년 전쯤 들은 초임교사들의 경우 월 110만~120만원 수준으로 대학생들이 백화점 아르바이트로 받는 급여 수준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동안 얼마나 급여인상이 있었는지는 모르나 큰 차이는 없지 않을까 싶다.

그런데 이번에 사립유치원들 비리사태가 불거지면서 나오는 원장 일가의 급여가 월 5000만원 수준인 사례도 있어서 그 큰 격차에 충격을 느끼게 된다. 특히 경력도 없는 젊은 자녀들을 원장으로 앉혀두고 월 1000만원 이상, 거의 2000만원 가까이 지급하는 곳을 보면서 우리 사회에 한동안 유행했고 지금도 수그러들지 못하는 금수저, 흙수저 논란을 상기하게 된다.

게다가 유치원 운영자들 간의 결속력이 대단해서인지 운영비리나 장시간 노동, 사적 노동 동원 등 반인권적 요구에 반발하는 교사들에게 운영자들은 나가려면 나가라, 어느 유치원이나 어린이집에서도 못 받아주게 하겠다고 외려 겁박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는 얘기도 들린다.

이런 겁박은 사립유치원만의 문제가 아니라 국공립 어린이집에서도 발생한다는 얘기도 들었다. 보육교사를 원장 개인의 노예처럼 여기는 문화가 아예 유아교육계 전반에 퍼져있는 것은 아닌지 심히 걱정스럽다. 그런 문화가 교육을 받는 어린이들에게도 악영향을 미치지 않으리란 보장은 없어 보인다.

유치원, 어린이집 교사들의 경우 문제는 그 저임금이나 부당노동 등의 사례들도 문제지만 일부 유아교육기관에서 발생한 어린이 폭행 혹은 학대 사건으로 인해 촉발된 요즘 젊은 엄마들의 과민반응이 모든 보육교사들을 짓누른다는 것이다. 가정에서 절제와 통제를 전혀 받지 않고 자란 어린이들이 많은 요즘 그 많은 아이들에게 모두 엄마처럼 모든 걸 받아주는 보호와 교육을 요구하는 사회적 분위기까지 더해지면서 보육교사들의 피로도는 월등히 높아질 수밖에 없다.

물론 보육교사들의 경우 다른 직종보다는 빨리 원장 자격을 얻을 수 있다는 이점도 있는 모양이다. 인력수요가 급증한 까닭인가 싶다. 다만 그 자격을 얻기 위한 몇 년의 기간이 견디기 힘든 모멸감을 견뎌야 하고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나 극단적 피로를 이겨내야 하는 문제가 다른 어느 업종보다 높다는 것이 관련자들의 하소연이다.

교사가 힘들면 아이들도 힘들어진다. 그러나 아직 한국사회에서 최약자층 노동자나 다름없는 보육교사들의 처우문제까지는 신경 쓸 겨를도 없는 모양이다. 그런데도 사립유치원 운영자들은 국비 지원까지 받으면서 엄청난 급여 챙기기와 교사들에 대한 갑질까지 하고 있다.

사회를 이루는 여러 생태계마다의 먹이사슬은 저마다의 계급을 구성하고 있다. 그 각 생태계마다의 최하층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필요하다. 그 관심의 필요성은 나날이 커져가고 있다. 그 계급들의 존재가 바로 사회를 구성하는 토양이기 때문이다.

자연 토양이 오염되고 황폐해지면 인류의 먹거리가 위협받고 종국에는 인류의 생존 자체가 위기에 처하게 된다. 마찬가지로 사회 내 다양한 생태계에서의 토양을 이루는 최하위 노동자들의 상황이 열악해질수록 그 사회의 건강성 또한 나빠질 수밖에 없다.

현재 한국의 자본주의 단계는 불행하게도 각 생태계의 토양이 척박한 상태에서 매우 오염된 상태로 전화돼 있다. 경기가 나빠지면 사회공동체의 개입이 없는 한 이런 상황은 더 악화될 수밖에 없다. 지금 한국사회가 성장동력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는 원인의 하나일 수도 있다.


이 시간 주요 뉴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1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서재황 2018-10-22 02:02:26
[국민감사] '사법적폐 척결' 은 5천만 국민 모두가 '투사' 가 되지않고는 이기기 힘든 싸움입니다.

'양승태 사법농단' 수사에 대한 영장은 90%이상 기각되고 있습니다.

그러는 사이, 검찰청, 법원에 쏟아붓는 세금은
'밑빠진 독에 물붓기'
식으로 낭비되고 있습니다.

'특별법 제정', '국정조사' 를 해야할 국회는
꿈쩍도 안하고 세월만 보내고 있습니다.

이런 위기상황에 누가 난국을 타개할 것입니까?

5천만 국민 모두가 고발하고, 탄핵청원하고, 국정조사청원하고, 입법청원해야 합니다.

다른나라 국민이 이거 해주지 않습니다.

5천만 우리 국민이 해야 합니다.

그리고, 밥값 못하는 국회의원은 전부 '아웃' 시켜야 합니다.

박근혜는 '사법적폐 척결' 안하고 버티다가 '탄핵' 되었습니다.

'사법적폐 척결' 은 5천만 국민 모두가 '투사' 가 되지않고는 이기기 힘든 싸움입니다.


[국민감사] '사법적폐 척결' 은 5천만 국민 모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