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조사 중인 현대중공업, 증거인멸 시도 의혹 '증폭'
공정위 조사 중인 현대중공업, 증거인멸 시도 의혹 '증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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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아 있는 로그파일 분석해 사실 관계부터 따져야"

[서울파이낸스 김혜경 기자] 하도급법 위반 혐의로 공정거래위원회 조사를 받고 있는 현대중공업이 '블랙매직'이라는 보안 프로그램을 이용해 파일을 삭제하는 등 증거 인멸을 시도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현대중공업은 기밀 유출 방지 목적으로 사용했다는 입장이지만 원청이 직접 나서 특정 시기의 파일·메일을 파기하도록 하청업체에 지시했다는 점, 견적서를 끼워 맞춘 정황까지 드러나면서 향후 파장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공정위가 로그 파일 분석을 통해 정확한 사실 관계를 파악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김종훈 민중당 의원이 공개한 하청업체 직원 A씨와 다른 협력사 관리자 B씨의 통화녹취 파일에는 현대중공업이 블랙매직 프로그램을 설치해 직영·하청업체들이 주고받은 메일이나 컴퓨터 내 저장된 파일들을 삭제한 내용이 포함돼있다.
 
협력업체 관리자 B씨는 통화에서 "메일, 파일 같은 것들 직영에서 깔아준다(설치해준다)"면서 "블랙매직 돌렸다는 건 아는데 무엇을 삭제한지는 모른다"고 말했다. 직원 A씨가 "공정위 때문에 돌렸냐"고 묻자 "다 돌렸다. 메일은 자체적으로 지운 거고, 파일의 경우 보관하다가 안 되는 것들 (다 지웠다)"고 B씨가 답했다.

하청인 대한기업이 하도급 갑질 관련 청와대 청원을 올린 후부터 회사가 이 같은 행위를 준비해온 정황도 녹취에서 확인된다. A씨가 "그쪽은 나중에 공정위에서 나와도 걸릴 것이 없네"라고 말하자 B씨는 "8월 전 자료들은 안 본다고 하더라. 위에서 8월 달부터 맞추라는 지침이 내려왔다. 물밑작업 이미 다했다"고 말했다. 

특정 시기를 대상으로 견적서 조작도 지시한 듯한 내용도 확인됐다. 녹취에서 "견적서 같은 경우 공정위 조사 때문에 다 맞춘 것이냐"란 A씨 질의에 B씨는 "우리만 아니고 전부 다 맞췄다. 없는 부분은 간이 견적서도 만들었다"고 답했다. 본사 특정 부서에서 직접 점검한 정황도 확인됐다. B씨가 "담당자가 지운 것이 아니라 중공업에 무슨 부서 있지 않나. 그런 곳에서 (직원들이) 나와서 직영 PC를 들여다봤다. 삭제할 것은 삭제했다"고 언급했다. 노조와 업체들은 정보통신운영부를 지목했다. 
 
해당 프로그램은 개인정보 보호와 산업정보 유출 방지를 목적으로 에스엠에스(SMS)라는 보안 전문기업에서 만들었다. 파일을 열어보지 않더라도 특정 키워드 검색으로 파일을 축출해 삭제가 가능하다. 서미숙 SMS 대표는 "기관·기업에서 부서 간 이동으로 사용자가 바뀔 경우 컴퓨터 내에 남아있는 개인정보를 찾아서 영구 삭제하는 프로그램"이라면서 "현재 나온 내용만을 살펴봤을 때 기밀정보 삭제가 아닌 다른 용도로 쓰인 것으로 보이는데 당초 계약과는 달리 다른 업체에서 프로그램을 돌렸다면 무단 복제로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현대중공업은 지난 2010년 9월 SMS 측과 블랙매직 라이선스 118 유저(사용자)를 계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정 부서에서 사용할 목적으로 계약을 했다면 라이선스 내용에 부서명이 별도로 기재되는데 '현대중공업' 이름으로만 계약이 되어있다고 서 대표는 설명했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블랙매직 프로그램은 공정위 조사와는 무관하다"면서 "함정, 잠수함 등을 건조하는 특수선 사업본부에서만 군사 기밀 보안을 위해 사용하는 프로그램"이라고 해명했다. 기밀 자료를 삭제했을 뿐이지 증거 인멸과는 관계없다는 것. 그러나 이 같은 해명은 석연치 않는 부분이 있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김도협 대한기업 대표는 "지난해에도 본사가 이와 비슷한 행위를 시도해 의혹이 제기된 적이 있었지만 구체적인 프로그램 이름까지 언급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면서 "해당 녹취 파일이 의원실에 전달되기 전부터 사측은 '우리는 벌금 맞으면 그만이다'는 식으로 일관했다"고 강조했다. 

대한기업 직원 A씨는 "일반적인 업무 차원에서 프로그램을 실행했다면 굳이 지금 와서 특정 시기의 자료만을 대상으로 삭제를 지시하고, 원청 직원들이 재차 확인까지 하는 것은 선뜻 이해가 안 된다"면서 "현재 해당 녹취가 나간 후 사측에서 B씨를 찾아내려고 혈안이 되어있는 것도 분명히 문제가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또 기술탈취를 당했다고 주장하는 한 업체도 "수사기관에서 압수수색을 했을 당시 현대중공업에서 1년치 자료밖에 못 가지고 왔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면서 "일부러 삭제하지 않았다면 대기업이 1년치 자료밖에 없는 것이 말이 되는가. 이번 건도 비슷한 경우가 아닌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정확한 사실 관계 파악을 위해서 로그 기록을 봐야한다고 지적한다. 서 대표는 "남겨진 로그 기록으로 언제 어떤 방식으로 지웠는지 혹은 어떤 드라이브에 있는 파일을 지웠는지는 확인이 되지만 내용은 파악이 불가능하다"면서 "다만 버전에 따라서 조금씩 로그가 변형되기 때문에 일단 로그를 봐야 파악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 보안 전문가는 "파일 삭제 후 남아있는 로그 파일을 지우고 회사에 유리한 키워드를 새로 입력해 다시 지운 후 해당 로그를 제출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겠지만 로그 기록은 봐야한다"면서 "프로그램 설치 시점과 남아있는 로그의 간격이 뜬금없이 벌어져있을 경우 로그를 새로 만들었다는 의혹도 제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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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중공업 2018-10-19 07:47:38
누가 지웠는지 다 안다. 와서 물어보면 다 알거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