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캐피탈사, 車할부금융시장 두고 '갈등 심화'
카드-캐피탈사, 車할부금융시장 두고 '갈등 심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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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개 카드사 할부금융 6兆 육박…2년 새 두배↑
카드 "할부금융업은 합당" vs 캐피탈 "업권침해"
금융당국 캐피탈사 규제완화 시사, 신사업 기대감
(사진=금융감독원)
(사진=금융감독원)

[서울파이낸스 윤미혜 기자] 국내 자동차 할부금융시장에 카드사들이 진출하면서 기존 자동차금융을 주도하던 캐피탈사와 마찰을 빚고 있다. 8개의 전업카드사 가운데 5개가 자동차할부금융 상품을 잇따라 출시하고 할부금융자산을 늘려나가자 캐피탈사들은 업권침해라며 반발하고 있다.

17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국내 5개 (신한ㆍ삼성ㆍKB국민ㆍ우리ㆍ롯데) 카드사들이 자동차할부금융 시장에 뛰어들며 입지를 넓히고 있다. 신한카드는 지난 2007년 '다이렉트 오토플러스'를 선보인 이후 최근 모바일로 4분만에 이용할 수 있는 비대면 자동차할부금융 플랫폼 '신한카드 My AUTO'를 출시하고 할부금융 신청 프로세스를 대폭 개선해 간편 로그인 등을 통해 할부금융 신청을 4분만에 가능하도록 했다.

삼성카드도 할부금융 시장을 강화하고 있다. 지난 2016년 모바일로 24시간 이용 가능한 자동차금융 플랫폼 '다이렉트 오토'를 시작으로, 지난해 중고차 매물 조회에서부터 금융상품 신청까지 한번에 가능한 시스템을 개발했다. KB국민카드는 지난 2016년 신금융사업부를 신설하고 국내 국산·수입차 구입 시 최대 1억원까지 할부 가능한 '이지오토론'을 선보이는 등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실제 각 카드사들의 할부금융자산 뿐만 아니라 할부금융 수익도 증가했다.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신한ㆍ삼성ㆍ우리ㆍ국민ㆍ롯데 5개 카드사의 할부금융 자산은 2016년 3월 기준 2조4430억원에서 올해 1분기 기준 5조9103억원으로 2배 이상 늘어났다. 특히, 올해 1분기 5개 카드사의 할부금융 수익은 521억3900만원에서 자동차 할부금융 수익이 505억4200만원으로 97%에 달했다. 할부금융의 시장성이 확보된 셈이다.

KB국민카드는 2015년 말 3억7100만원에 그쳤던 자동차 할부금융자산을 지난해 12월 1조189억원까지 확대하며 할부금융 시장 내 입지를 굳히고 있다.

이처럼 카드사들이 자동차 할부금융 자산을 성장시키면서 캐피탈사들은 큰 부담을 지게 됐다. 초기 카드사의 영역 확대가 캐피탈사에 미칠 영향은 미미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점차 영역이 겹치고 있어서다. 현행 여신금융업 자본금요건에 따르면 여신금융업 3개(리스ㆍ신기술ㆍ할부)가운데 2개 영역을 겸업 시 200억원, 3개이상 겸업 시 400억원이 필요하다. 이에 따라 카드사들의 경우 자본금 요건만 충족이 된다면 할부금융업을 영위할 수 있다.

국내 캐피탈사 관계자는 "초기 업권이 겹치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최근 양상을 보면 기존에 수수료를 떼가는 옵션 개념이 아닌 자동차 할부금융서비스 상품을 내놓고 있다"며 "시중은행부터 카드사까지 이렇게 계속 가다보면 캐피탈사들은 정말 막막하다"며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고 해도 도의적으로 맞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정부의 수수료인하 정책과 업황 악화로 인해 신용카드사업 외 카드론ㆍ현금 서비스 등 대출사업, 리스사업, 자동차 할부금융사업 등에서 수익을 다각화하는 데 힘쓰고 있다"며 "할부금융업은 카드사로서 하는 것이 아닌 리스ㆍ할부금융업을 등록하고 합법적으로 진행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여신업법 상 카드사의 경우 할부금융ㆍ리스업을 등록하고 영업하는 건 큰 문제가 없다"며 "오히려 은행들이 자동차 대출업에 진출하고 있어 캐피탈사들에겐 더 큰 부담일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자기자본 규모가 작은 캐피탈사는 은행ㆍ카드사에 비해 규모의 경쟁력에서 뒤쳐질 수 밖에 없어 향후 캐피탈사의 신사업 확장이 주요 변수가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캐피탈사들이 자동차금융 외 보험업 등 틈새시장을 개척하려면 여신전문금융업법 시행령을 개정해야하고, 금융당국의 도움이 필수적이다. 때문에 금융당국도 캐피탈사의 규제완화를 점차적으로 시사한 바 있다.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8월 말 간담회에서 "캐피탈 업계가 어려워서 앞으로 틈새 시장을 찾아서 발전하는 방향으로 갔으면 좋겠다"며 "캐피탈사의 신사업 진출을 유도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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