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發 '신흥국 금융위기' 현실화 되나…亞시장 '검은 목요일'
미국發 '신흥국 금융위기' 현실화 되나…亞시장 '검은 목요일'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아르헨티나·파키스탄 구제금융…신흥국 자금이탈 '비상'
코스피 연중 최저치 추락·원화값 지난해 9월 이래 최저
韓 경제 펀더멘털 견고, 영향 단기·제한적…낙관론 우세

[서울파이낸스 김희정 박조아 기자] 신흥국 위기설의 현실화인가. 일시적 쇼크인가. 전일 미국 증시가 3%대 폭락하며 우리나라를 비롯한 아시아 금융시장을 '검은 목요일'로 몰아넣었다.

미국의 급격한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이 미 국채 금리 급등 '충격'으로 이어지며 신흥국의 가파른 자금이탈 가능성을 경고하는 목소리에 힘이 실린다.

신흥국 위기설의 진원지인 아르헨티나에 이어 파키스탄까지 국제통화기금(IMF)에 구제금융을 요청하면서 한동안 잠잠했던 신흥국 금융위기에 다시 불이 붙는 모양새다. 

11일 미국 국채금리 급등에 간밤 미국증시가 폭락 하면서 아시아 금융시장 전반에 걸쳐 위험자산선호 심리가 위축될 것이란 공포가 확대됐다.

아시아 주요국 증시는 줄줄이 급락세를 보였다. 이날 오후 4시 기준 중국 상해종합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161.60p(5.93%) 하락한 2564.24에 거래를 마쳤다. 홍콩 항셍지수는 1048.99p(4.00%) 떨어진 2만5144.08에, 대만 가권지수는 무려 660.72p(6.31%) 폭락한 9806.11에 마감했다. 

우리나라를 보면 코스피지수는 7년 만에 가장 큰폭으로 하락했다. 이날 지수는 전날보다 98.94p(4.44%) 떨어진 2129.6에 장을 마치며 8거래일 연속 하락세를 이어갔다. 종가 기준 작년 4월12일(2128.91) 이후 1년6개월 만에 최저로 떨어졌다. 지수 하락폭은 2011년 9월23일(103.11p) 이후 약 7년 만의 최대치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시장에 4898억원어치 주식을 매도하며 8일째 '팔자'를 외쳤다. 
 
외환시장도 출렁였다.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 종가 대비 10.4원 급등하 1144.4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환율은 전일과 비교해 8.3원 오른 1142.3원에 출발해 장중 1144.7원까지 치솟기도 했다. 환율이 올랐다는 것은 그만큼 원화값이 하락했다는 뜻이다. 이날 7거래일 연속 환율이 상승한 데 따라 원화 가치는 작년 9월29일(1145.4원) 이후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확인되며 채권값은 올랐다. 이날 채권시장에서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전장 대비 4.7bp(1bp=0.01%p) 하락한 연 2.012%로 마감했다. 10년물은 5.2bp 내린 연 2.361%로 거래를 마쳤다. 5년물과 1년물은 각각 5.5bp, 1.5bp 떨어졌다. 채권금리 하락은 채권값 상승을 의미한다.  

전문가들은 이날 아시아 주식 시장 폭락과 한국의 증시·원화 가치 동반 급락의 근본적인 원인을 '미국 기준금리 금리인상'에서 찾는다. 가파른 미 금리상승→미 국채금리 급등(달러 강세)→미 증시 하락이 이어진 결과라는 것이다. 여기에 최근 미중 무역분쟁 격화와 유가 상승 등 대외적 악재가 겹겹이 쌓이면서 충격파가 더 컸던 것으로 보인다. 

실제 최근 급격히 진행된 미 금리상승 영향에 미 국채금리 10년물은 9월 이후 상승세를 지속하고 있다. 미 10년물은 전일 장중 3.24%까지 뛰며 약 7년 만에 최고치를 경신했고, 2년 만기 금리의 경우 장중 2.91%로 10년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 여파로 간밤 뉴욕증시에서 다우존스 30 산업평균지수(-3.15%),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3.29%), 나스닥 지수(-4.08%) 등이 일제히 급락했다. 김영환 KB증권 연구원은 "지난달까지만 해도 강달러 영향으로 주가가 하락했지만 현재는 미국 증시가 급락하면서 아시아 증시까지 다같이 끌어내리고 있다"고 평가했다.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지난달 기준금리를 2.00~2.25%로 기존 대비 0.25%p 올리면서 연말 한 차례, 내년에는 세 차례 더 올릴 수 있다고 언급했다. 미국이 기준금리를 올리기 시작한 데 따라 이날 폭락장이 나타났다는 점을 고려하면 향후 우리가 속한 신흥국에 다시 쇼크가 찾아올 가능성이 상존한다는 얘기다.

이는 신흥국에서 자금이 대거 이탈하며 통화 가치와 주가가 동시에 급락하는 신흥국 금융위기가 재도래 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안남기 국제금융센터 연구원은 "신흥국 금융시장은 올해 들어 실물경제 약화, 통화 약세 등으로 부진한 모습을 지속했다"고 평가했다. 

이미 지난 5월부터 신흥국에서 자본 유출이 본격화한 가운데 재정건전성이 취약하고 경상 적자가 상당한 국가 위주로 부채 위기가 엄습했다. 아르헨티나와 터키가 촉발시킨 소위 '쌍둥이 외환위기'는 브라질과 남아공, 인도, 인도네시아까지 위험이 전염되는 중이다.

버티다 못한 아르헨티나가 지난 6월 IMF에 구제금융을 신청한 가운데 파키스탄은 전날 구제금융 지원 협상에 나섰다. 앞서 IMF는 미국 금리가 인상에 따라 중국을 제외한 신흥국에서 약 1000억달러(약 113조4000억원)의 자금유출이 일어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IMF는 부채상환을 두고 곤경에 빠질 위험이 크거나 실제로 곤경에 빠진 저소득 국가들의 비율이 5년 전 25%였으나 현재 45%가 넘는 것으로 집계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견조한 경상수지 흑자, 높은 대내외 신용등급, 풍부한 외환보유고 등을 바탕으로 신흥국 금융불안이 우리나라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입을 모은다. 이날 급격한 조정을 거치긴 했지만 단기에 그칠 것이라는 낙관론이다.

황세운 자본연구원 연구위원은 "우리경제가 성장률 둔화세 접어들었지만 작년 3%, 올해 2.8~9%, 내년 2.5%내외의 성장률 전망은 급격한 경기하락을 의미하지는 않는다"며 "금리 격차가 자금이탈의 주 원인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한국은행의 '결단(기준금리 인상)'도 멀지 않아 보인다"고 했다. 



이 시간 주요 뉴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