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수동 에스팩토리에서 개막…환경오염, 비윤리적 노동 문제 관심
10일 오후 찾아간 패션코드 행사장은 입구부터 남달랐다. 올해 처음으로 '지속가능성'을 주제로 삼은 만큼 '업사이클링(재활용품에 디자인·활용도를 더해 가치를 높이는 것)' 의류와 친환경을 전면에 내세웠다. 한 마네킹이 걸친 하양 재킷을 들여다보니 깨알 같은 글씨들이 적혀있었다. 영수증을 이어 붙인 뒤 비닐로 감싼 상의다. 바로 옆 검은색 드레스는 비닐봉지와 폐가죽, 스타킹으로 만들어졌고, 버려진 청바지를 엮은 재킷도 전시됐다.
패션코드 관계자는 "지속가능 시연 부스를 통해 참가 브랜드와 바이어, 일반 관람객들이 한뜻으로 지속가능 패션에 대해 경험하고 생각해 볼 수 있는 행사로 기획했다"며 "소비자들이 '착한 소비'와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원하게 되면서 지속가능 브랜드들은 더 다채로워지고 빠르게 성장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패션 선진국에선 친환경 소재 개발, 낭비 최소화에 힘이 실리고 있다. 현수막, 방수포로 만든 스위스 가방 브랜드 프라이탁의 경우 지속가능 의미를 넘어 패션으로도 수많은 지지층을 확보했다"고 덧붙였다.
D동에서 쇼를 갓 마친 양윤아 비건타이거 디자이너를 만났다. 양 디자이너는 산 채로 가죽이 벗겨지는 동물 고통을 종식시키기 위해 '비건 패션'을 제안하고 있다. 동물성 소재 대신 인조모피와 인조가죽을 쓴다. 패션코드에 처음 참가하는 양 디자이너는 "산업이 발전해 대체재도 많은데 굳이 생명을 착취할 필요가 있을까. 누에를 희생시키는 면을 쓰기보단 대체할 소재를 찾는다"며 "이번 컬렉션에는 오락산업에 이용되는 동물인 호랑이와 돌고래, 코끼리 그림을 넣어 의미를 담았다"고 설명했다.
취지는 좋지만 마땅한 디자인의 옷이 없어 직접 브랜드를 만든 만큼, 화려한 디자인으로도 주목을 받는다. 양 디자이너는 "의식의 전환이 이뤄진 사람들이 실제 입을 수 있는 옷들이 나와야 패션으로 희생되는 동물 수도 줄겠다 생각했다"며 "브랜드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비건에 관심이 많은 분인데, 비건 브랜드인 줄 몰랐다가 사후 알게 되는 구매자가 더 많다"고 말했다.
국내에선 지속가능한 패션에 대한 인식이 낮아 아쉽다는 목소리도 있었다. 버려진 의류나 친환경 소재로 신발을 만드는 이재림 12일이 디자이너는 "한국 사회에선 리사이클, 업사이클 상품엔 지불을 안 하려 하기 때문에 브랜드 출시 초반엔 업사이클이란 표현을 최대한 자제했다. 국내시장에서 디자인을 먼저 내세우는 것도 같은 이유"라고 설명했다. 그는 "독일 베를린엔 친환경을 비롯해 지속가능한 패션을 다루는 페어가 따로 있다. 관련 상품들만 모아서 파는 셀렉숍도 많이 늘어나고 있는데, 성장 속도가 놀라울 정도"라며 "조직도 많다 보니 행사도 자주 이뤄지고, 브랜드끼리 협업하는 경우도 많지만, 국내에선 가끔 있어 혼자 목소리 내기 힘들고 효과도 없다"고 덧붙였다.
바이어도 좀처럼 찾아볼 수 없어 한 브랜드 직원은 "이렇게 사람이 없는 패션 행사는 처음"이라고도 푸념했다. 이에 패션코드 관계자는 "싱가포르와 필리핀, 인도네시아, 중국 2선 도시 바이어 500여명을 초대했는데, 오전에 단체로 왔다가 한산해 보이는 것"이라며 "친목을 도모하는 행사엔 중국인 바이어들도 참가했고, 중간중간 국내 바이어들도 있었다"고 해명했다.
한편, 패션문화마켓을 표방하는 이번 패션코드 '국제 패션 수주회'에는 국내외 120여개 디자이너 브랜드가 참가한다. 12일까지 이어지는 행사에선 10개 국내 브랜드 패션쇼와 특별 연합 패션쇼가 열리고, 상시 운영되는 코드 마켓에선 30여개 브랜드를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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