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환율전망] 파월 '입'에 놀란 외환시장…1130원선 '눈치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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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전망 최하단 1115원, 최상단 1138원

[서울파이낸스 김희정 기자] 지난주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장이 미국 경제에 대해 강한 자신감을 나타낸 탓에 한주 간 20원가까이 뛰었던 환율이 이번주(8~12일)에는 1130원 부근에서 다소 진정세를 나타낼 전망이다. 상·하방 재료가 복잡하게 혼재돼 있지만 전문가들은 아직까지는 환율에 하락 압력을 가할 요인들이 더 많다고 본다. 이번주 환율 레인지는 1115~1138원으로 제시됐다.

8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지난주(1~5일) 환율은 1111.8원에 시작해 1130.4원에 마감했다. 한주 간 무려 18.6원 상승했다. 지난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비교적 무난하게 마무리 됐다고 생각했던 시장에 파월 의장이 예상치 못한 일격을 가한 탓이다. 그동안 시장은 연준이 '완화적 통화기조'라는 문구를 제거한 이유를 점진적 통화 정상화 기조의 유지, 혹은 금리인상 사이클이 막바지에 들어선 것이라고 해석했다. 

하지만 현재 미 기준금리(2.00~2.25%)가 인플레도 디플레도 야기하지 않는 소위 중립금리(3%)와 아직 거리가 있다는 파월 의장의 발언은 추가 금리인상 폭과 속도가 시장의 생각을 넘어설 수 있다는 경계감을 유발했다.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는 지난 3일 3.2%대로 훌쩍 뛰며 2011년 이후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파월 의장의 발언은 글로벌 금융시장 전반에 부담을 주지만, 특히 중국과 연계한 아시아 신흥시장에 보다 불안감을 야기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4일 코스피 시장에서 외국인 투자자들은 5284억원어치 주식을 순매도 했다. 현·선물을 합치면 무려 1조6000억원에 육박한다. 이 여파로 같은날 원·달러 환율은 전일 대비 10.7원 급등해 마감했다. 

지난 주말 발표된 지난달 미국 실업률은 3.7%로 1969년 이후 반세기 만에 최저치를 기록하면서 미국 경제 호조를 확인했다. 연준이 완전고용수준으로 보고 있는 실업률(4% 이하)가 6개월 연속 이어졌다. 글로벌 경기에서 미국의 독주가 당분간 유지될 것이란 예상이 힘을 얻는다. 이는 원화를 비롯한 신흥국 통화의 하락 재료로 사용될 공산이 높다.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 (사진=연합뉴스)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 (사진=연합뉴스)

이번주 환시는 점진적 상방 압력과 하방 압력이 팽팽히 맞서는 형국을 보일 전망이다. 미 국채금리 상승, 글로벌 달러 강세, 9월 미 실업률 호조 등 신흥국 시장에 부정적 시그널이 감지되며 당분간 연준의 행보와 미국 금리 및 신흥국 자금 시장을 예의 주시해야 한다는 경고가 나온다. 반대로 1130원선 고점을 인식한 네고(달러 매도)물량이 번번히 출회해 환율 상단을 제한할 것이란 전망도 강하다. 전문가들은 이번주 원·달러 환율 레인지로 최하단 1115원, 최상단 1138원로 제시했다. 구체적으로 △우리은행 1115~1135원 △DGB대구은행 1120~1153원 △NH투자증권 1115~1130원 △삼성선물 1120~1138원을 내다 봤다.

일단 현재까지는 원·달러 환율 하락 재료가 더 많다는 평가다. 전문가들은 오는 10일(현지시각) 나오는 미국의 9월 소비자물가(CPI)를 환율 하락 재료로 본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9월 CPI가 전월 대비 0.2%, 전년 대비 2.4% 올랐을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지난 8월 각각 0.2%, 2.7% 상승 대비 둔화된 수치다. 

미국의 인플레이션 지표가 7월을 기점으로 둔화되고 있는 점을 감안할 때, 달러화의 가파른 추가 강세를 기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민경원 우리은행 이코노미스트는 "이미 9월 미 서비스업 구매관리자지수(PMI)와 미 실업률 호조가 미 국채 금리에 반영된 상태이며 사상 최고 수준으로 쌓여있는 10년 국채 선물 순매도 포지션의 차익실현을 위한 재료가 필요하다"며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 탄력이 전달 대비 낮아질 확률이 높기 때문에 미 국채 금리가 진정되는 모습을 보이며 달러화 하락을 이끌 것"이라고 내다 봤다. 

수급에서도 공급 우위가 점쳐진다. 원·달러 환율이 1130원에 근접하면서 수출업체가 다시 공격적인 매도물량을 쏟아내는 중이다. 하준우 DGB대구은행 과장은 "시장에서 달러가 고점 레벨에 도달했다는 관측이 나고오 있다"며 "업체 등 시장 참가자들은 1135원에서 매도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위안화 추가 약세 제한, 한반도 지정학 리스크 완화 등 현 레벨이 고점이란 인식이 강해 이번주는 네고를 비롯한 수급상 매도 위가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 

연내 국내 기준금리 인상에 대한 기대심리도 살아있다. 지난주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기자단 워크숍에서 오는 18일 수정경제전망에서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하향조정할 것을 시사했다. 하지만 전망치 하향 조정에도 금융안정을 위해 연내 금리인상에 나설 수 있다는 뜻을 밝혔다. 지난달 25∼26일(현지시간) 연준이 정책금리를 연 1.75∼2.00%에서 연 2.00∼2.25%로 인상하면서 한미 금리차는 0.75%p까지 벌어졌다. 이달 혹은 오는 11월 한은이 금리인상에 나선다면 한미 금리차는 단기간이나마 0.50%p로 좁혀진다. 

아울러 지난주 국경절로 휴장했던 중국 위안화 역내 시장이 이날부터 문을 연다. 휴장 동안 달러화 가치가 크게 올랐지만, 중국 인민은행이 지난 7일 시중은행의 지급준비율(지준율·RRR)을 1%p 인하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간밤 역외 위안화(CNH) 환율이 상승한 가운데 시장에서는 중국이 위안화 안정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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