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무종의 세상보기] 흥보가가 전하는 교훈
[김무종의 세상보기] 흥보가가 전하는 교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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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국립극장에서 김정민 명창의 흥보가를 시작으로 판소리 완창 무대가 열렸다. 이달에는 정미정 명창의 춘향가로 이어진다.

판소리는 우리 삶의 가치를 반영하고 그 가치는 시대에 따라 해석된다. 진부한 스토리같지만 애정을 갖고 지켜보면 해학 속 교훈이 이 시대에도 빛난다. 인간사의 공통적인 요소를 담았기에 지금도 의미있는 해석을 내놓는다.

흥보가는 익숙한 스토리다. 흥보와 놀부 형제지간에 갈등 구조는 전형적인 우리 이야기의 결론 구조처럼 놀부가 깨닫고 반성하며 형제애의 해피엔딩으로 끝난다.

흥보가는 부자와 빈자(貧者)의 대립을 담고 있다. 이중적 구도다. 다만 가난한 흥보는 형을 원망하지 않는다. 형의 반성을 이끌어 낸다. 형 놀부는 ‘내것은 내것이고 네 것도 내것’이라며 가진 자의 더 가지려는 욕심 그 자체였으나 결말은 개과천선이다.

최근 김성훈 의원이 공개한 상위 10대 임대사업자 개인이 평균적으로 보유한 주택수가 460채라 한다. 사연이 있을지라도 생산적 활동이 아님은 분명해 보인다. 이들은 누구인가. 욕심이 과한 놀부인가.

흥보가를 통해 고전 스토리의 단골메뉴인 삼강오륜에 대해 의미도 재해석해 볼 수 있다. 수직, 위계를 강조하는 삼강오륜이 시대에 맞지 않는 측면이 있지만 교훈이 없는 것도 아니다. 삼강오륜은 임금과 신하, 부자간, 부부간, 형제간, 친구간 관계를 규정한다. 부자간 ‘친함’, 군신간 ‘의리’, 부부간 ‘유별’, 형제간 ‘우애’, 친구간 ‘믿음’ 등이 그것이다.

자진모리 장단에 놀부의 행패를 수없이 나열하는 사설은 삼강오륜, 즉 기본적 윤리의 부재를 보여준다. 상대방 입장을 고려하지 않는 것이다. 가맹본부 사장의 횡령, 대한항공 오너 딸의 갑질 등 현 세태는 놀부의 행태와 다름없다.

흥보는 제비 다리를 고쳐준 보답으로 은금보화를 얻지만 지금 서민은 노력 만으로 신세를 바꾸기 어렵고 사실상 확률 제로인 로또에 기대하곤 한다. 집값은 고공행진을 해 다음 세대까지 정상적인 소득으로 주택 구입이 어려워지고 은행 등 금융기관 배 불리는 대출에 의존해 평생 이자 상납하며 인생을 그만큼 허비한다.

흥보가 제비에게 받은 선의의 대가에는 여러 비단 중 ‘함포단’이라고 가상의 비단이 있다. 함포(含哺)는 배불리 먹고 배를 두드리는 행위다. 가난한 흥보에겐 집보다 당장 끼니 때우는 게 급선무였을 것이다.

흥보가의 함포단은 ‘강구연월(康衢煙月) 격양가의 배 부르다 함포단’이란 사설에 나온다. 강구 노인은 격앙가(擊壤歌)에서 『해 뜨면 일하고 (日出而作)/ 해 지면 쉬고 (日入而息)/ 우물 파 물 마시고 (鑿井而飮)/ 밭 갈아 내 먹으니 (耕田而食)/ 임금의 혜택이 내게 무엇이 있다더냐 (帝力于我何有哉)』라며 태평성대를 노래한다.

기본적인 의식주를 크게 고민하지 않고 역설적으로 임금(정치와 법)에도 의지할 필요가 없는 요순시대가 2018년 지금도 회자되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김무종 금융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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