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승희 칼럼] 제 3자의 눈으로 보는 미·중 갈등
[홍승희 칼럼] 제 3자의 눈으로 보는 미·중 갈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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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무역기구(WTO)의 지난달 말 보고서에 따르면 무역전쟁이 고조되어가는 영향으로 올해와 내년 세계 무역은 다소 위축될 전망이다. WTO교역이 꾸준히 확대되겠지만 당초 예상했던 것보다는 성장 속도가 둔화할 것으로 예상했다. 당초 4.4%, 4.0%로 예상했던 올해와 내년 상품 교역 성장률 전망치가 3.9%3.7%로 낮아질 것이라고 수정 전망된 것이다.

이미 세계의 양대 강국인 미국과 중국 간 무역전쟁의 시동이 걸린 상황에서 당사국들은 장기간의 그림을 그려놓고 서로 밀고 당기기를 하겠지만 많은 개발도상국들은 고래 싸움에 새우등 터지듯 애꿎은 피해를 당하고 있는 셈이다. 양국의 갈등 덕분에 부문별로는 자동차산업 같이 수출전략에 타격을 입는 업종이 있는가 하면 겨우 되살아날까 싶던 조선`해운업은 파편에 맞아 주저앉을 판이다.

미국과 중국 사이의 무역전쟁은 아직 본격적으로 시작됐다고 보기 힘들다. 물밑으로 어떤 교섭들이 오가는지는 명확하지 않지만 일단 현 상태에서는 지금의 갈등 원인을 서로 네 탓하기에 바쁘다. 중국은 미국이 원하는 바를 명확히 하지 않은 채 계속 입장을 바꾸고 있다고 비판하고 미국은 중국이 미국을 속이고 있다며 불공정 무역관행을 중단하라고 요구한다.

중국 정부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불만의 핵심인 무역적자를 줄이기 위한 개혁을 약속할 준비가 돼 있으나 최근 몇 달 동안 양국간 잠정적 합의가 이뤄져도 하룻밤 사이에 이 합의가 거부되고 미국의 요구도 바뀌었다. 미국이 입장을 바꾸고 합의 기회를 포기했다고 비난하고 있다. 이에 반해 미국은 중국에 지식재산권 보호 강화를 계속해서 요구하고 있으나 진전이 거의 없다고 공격하고 있다.

서로가 내놓을 카드가 너무 차이가 나서 쉽사리 접근하기 어려워 보인다. 미국은 자국 기업이 핵심기술을 이전하지 않아도 중국에 진출할 수 있기를 원하지만 중국은 익히 알고 있듯이 외국 자본이 중국에서 독점적 이익을 취하지 못하도록 철저히 막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알리바바 설립자인 마윈 같은 이들은 이 전쟁이 향후 20년까지 갈지도 모른다는 매우 비관적인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물론 이 두 나라가 지금 벌이는 갈등이 단순히 무역적자만의 문제는 아닐 수도 있다는 세계인의 시선이 있다. 개혁개방 이후 빠른 속도로 성장하며 미국과 더불어 세계 양강 구도를 성립시킨 중국에 대한 미국의 견제가 바탕에 깔려 있다고 보는 것이다.

한반도 문제를 둘러싸고도 표면상으로는 협력을 말하면서도 양국 모두 진영논리로 배수진을 치고 있어서 한민족의 딜레마를 심화시키고 있다. 근래까지 별 관심을 드러내지 않던 휴전 주체로서 자국의 입장을 강력히 제기하기 시작한 중국이나 한반도 평화의 최종 결재권자는 자국이라는 미국의 태도나 모두 다 저마다의 힘을 과시하기 위한 갈등임을 드러내고 있다.

남중국해에서의 갈등 또한 양국이 서로 양보할 여지가 보이지 않는 현안이다. 미국은 남중국해에서의 제해권을 확실히 함으로써 중국을 포위하려는 의지를 분명히 보이고 있으며 중국은 하나의 중국 논리와 더불어 자국 앞마당에서 영유권을 주장하는 일본과의 갈등까지 해소해야 하는 입장에서 결코 물러설 가능성이 없어 보인다.

그러나 미국은 중국에 대해 무역과 군사문제를 넘어 정치, 사회, 인권 문제 등까지 전방위적 압박을 강화해나가고 있다. 대만에 무기를 판매하고 중국에 세컨더리 보이콧을 실행하며 남중국해 자유항행 작전을 수행하는 것 외에도 중국이 위구르족 캠프를 설치해 소수민족을 탄압하고 있다고 비난하며 이에 대한 제재도 준비하고 있다.

이 전쟁을 합리화하는 의미인지는 분명치 않으나 미국이 중국에 가하는 압력은 다른 성장 중인 국가에도 비슷하게 가해지며 한국은 미국이 가장 많은 수입규제를 가하는 나라의 하나가 됐다. 브라질과 인도에도 선전포고 비슷한 말폭탄을 터트린 상태다.

이 때문에 무역전선에서의 반미전선이 형성될 가능성까지 점쳐지고 있다. 물론 세계 최대 소비국가인 미국시장을 두고 그런 반미동맹이 성사될지는 미지수지만.

다만 이번 무역전쟁을 통해 중국이 미국의 요구를 수용하면 할수록 미국과 중국의 위상이 뒤집어질 가능성도 커질 것이라는 점을 양국이 진지하게 생각했으면 싶다. 미국의 요구를 수용하면서 중국은 좀 더 글로벌 스탠다드에 가까워지며 세계 지도국의 위상을 세울 뿐만 아니라 기업의 자력 성장 기반을 다질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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