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경제, 보기 드문 호황…파월 '입'에 흔들린 韓 환율·증시
美 경제, 보기 드문 호황…파월 '입'에 흔들린 韓 환율·증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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强달러에 환율 1130원대 턱밑…코스피 2270대 추락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 의장. (사진=연합뉴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 의장. (사진=연합뉴스)

[서울파이낸스 김희정 박조아 기자]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 의장의 연이은 '매파(통화 긴축 선호)적' 발언과 미국 국채 수익률 급등이 맞물리면서 4일 국내 외환·주식시장이 출렁였다. 그간 비둘기(통화 완화 선호)파 적으로 해석됐던 연준의 스탠스가 파월 의장의 미국 경제에 대한 강한 자신감 표명으로 확 조여지면서 외국인 투자자들의 '셀 코리아' 행진이 이어졌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10.7원 오른 1129.9원에 마감했다. 전일 대비 6.6원 오른 1125.8원에 출발한 환율은 장 중 1130.5원을 찍기도 했다. 장중 1130원대를 넘긴 것은 8월16일(1130.10원) 이후 약 두달 만이다. 전일 주요 6개국 통화 대상 달러화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화 지수가 0.34% 상승한 95.784를 기록하며 지난 8월20일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한 가운데 원·달러 환율은 지난 3거래일 동안 20원 넘게 올랐다. 
 
시장 전문가들은 이날 강(强)달러 기조를 파월 의장이 연일 미국 경제를 긍정적으로 진단한 데 따른 것으로 봤다.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연준이 '완화적'이라는 문구를 삭제하며 금리인상 사이클이 막바지에 들어섰다고 안도한 시장이 파월 의장의 잇단 긴축적 발언으로 잔뜩 긴장한 탓이라는 분석이다. 전승지 삼성선물 연구원은 "주 초 완만한 하락흐름을 예상했지만 파월 의장의 깜짝 발언들에 시장이 많이 놀란 모습"이라며 "미국 국채 금리 인상으로 국내 시장에 대한 투자심리도 약화돼 달러 강세(원화 약세)에 우호적인 환경이 됐다"고 말했다. 

파월 의장은 지난 한주 동안 4차례에 걸쳐 미국 경제를 긍정적으로 판단하면서 점진적 기준금리 인상 의지를 재차 강조했다. 그는 3일(현지시각) 싱크탱크 애스펀연구소 주최 애틀래틱 페스티벌에서 "미국 기준금리는 현재 중립금리 수준에서 먼 거리에 있다(Long way)"고 밝혀 추가 금리인상 가능성을 시사했다. 미국의 현재 기준금리는 연 2.00~2.25%다. 장기적 중립금리로 여기는 미 금리는 3% 수준이다. 

고용지표와 서비스업 구매관리자지수(PMI) 등 미 경제지표는 실제 양호한 수준이다. 특히 지난달 미국의 민간 부문 신규 고용은 23만건으로 지난 2월(24만1000건) 이후 최대치를 나타냈다. 중견기업과 서비스업체들의 고용이 큰폭으로 늘어나며 견조한 경기 성장세를 뒷받침했다. 파월 의장은 전날 전미실물경제협회(NABE) 강연에서 "미국 경제는 이례적으로 실업률과 인플레이션이 모두 낮은 상황"이라며 "미 경제가 보기 드문 호황을 맞고 있다"고 언급했다.  

파월 의장의 발언에 미 국채금리는 훌쩍 뛰었다. 3일(현지시각) 뉴욕에서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는 3.18%로 전 거래일 보다 0.12%p 올랐다. 이는 2011년 7월 이후 최고치다. 미 국채 30년물 금리도 3.32%로 4년 만에 최고를 기록했다. 미 국채 2년물 금리는 이날 2.87%까지 치솟았다. 미 국채 2년물은 연준의 통화정책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 국채 수익률이 가파르게 상승하면서 글로벌 투자자들은 신흥국 시장으로 통하는 우리 증시에서 돈을 빼냈다. A은행 외환딜러는 "이날 수출업체들의 네고(달러 매도) 물량이 많이 풀렸는데도 원화를 팔고 달러를 매수하는 세력의 힘이 더 컸다"며 "그만큼 증시에서 위험자산 회피 심리가 강화된 것"이라고 했다. 김예은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환율이 급박하게 상승하면서 현·선물 시장에서 외국인의 순매도가 늘어나 증시 전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진단했다. 

이날 코스피지수는 전일 대비 38.08p(1.53%) 급락한 2274.49에 거래를 마쳤다. 종가 기준 8월22일(2273.33) 이후 한달여 만에 최저치다. 장 초반만 해도 하락폭이 크지 않았으나 외국인과 기관의 공격적인 매도세에 지수는 낙폭을 확대했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5284억원어치 주식을 시장에 팔았다. 현·선물을 합치면 1조6000억원에 육박한다. 이날까지 4거래일 연속 팔자 행진이다. 한지영 케이프투자증권 연구원은 "업종별로 유가급등에 따른 실적 부담우려로 정유·화학주가 하락했고, 중국투자 효과가 예상보다 좋지 않을 거라는 전망에 화장품 주를 비롯한 중국 소비주가 대거 떨어졌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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