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인상' 거세게 몰아붙이는 정부…韓銀 독립성 '논란'
'금리인상' 거세게 몰아붙이는 정부…韓銀 독립성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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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총리 이어 김현미 장관도 금리 발언, 불씨 키워
"부동산 과열 연대 책임" vs "'한은 흔들기' 과도"
'중앙은행 중립성 훼손→정책 불신' 부메랑 우려

[서울파이낸스 김희정 기자] 정부의 금리인상 주문이 갈수록 노골화하고 있다. 이낙연 국무총리에 이어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금기'로 통하는 금리정책을 건드리는 발언을 하면서 한국은행 고유의 금리 결정권을 침해하고 있다는 지적이 또 제기된다. 이주열 한은 총재의 연임 결정으로 중앙은행의 독립성과 통화정책의 중립성을 공언했던 정부가 '한은 흔들기'에 되레 앞장서고 있다는 쓴소리도 나온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부동산 시장 과잉을 막기위해 기준금리를 인상해야 한다는 정부 인사의 발언이 또 나왔다. 이번엔 주택 정책을 주관하는 국토부 장관이 나섰다. 

◆이낙연·김현미 부동산發 금리인상 압박 = 김 장관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경제분야 대정부질문에 참석해 '정부의 반시장적 경제정책으로 유동자금이 부동산 시장으로 쏠리고 있다'는 이언주 바른미래당 의원의 질의에 "지난 정부에서부터 지속돼왔던 저금리가 정권이 바뀌었는데도 변화가 이뤄지지 않는 게 유동성 과잉의 근본적 원인"이라고 답했다. 

이어 김 장관은 "금리에 대해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생각한다"며 "시중에 넘쳐나는 유동성을 정상화하는 게 주택정책의 중요한 요인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저금리로 인한 유동성 과잉이 부동산 가격의 급등시키는 요인 중 하나이기 때문에 기준금리를 인상해 이를 완화시켜야 한다는 얘기다. 

기준금리 인상을 압박한 정부 인사는 김 장관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달 이 총리는 "(금리인상에 대해) 심각하게 생각할 때가 됐다"며 "(박근혜 정부) 당시 금리인하가 나름의 이유는 있었겠지만 결국 '빚내서 집 사자'는 사회 분위기를 만들었고 가계부채 증가를 가져온 역작용을 낳은 것도 사실"며 금리인상을 은근히 주문했다. 

정부 부처 수장 뿐만 아니다. 여당 의원들도 지원 사격에 한창이다. 국회 기획재정위원장인 정성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한 라디오에 출연해 "금리가 낮아 시중자금이 떠돌아 다니면서 투기적 수요에 집중되고 있어 금리를 인상해 유동성을 끌어들이겠다는 취지는 충분히 이해한다"고 말했다. 같은 당 이철희 의원은 "현 정부가 들어선 뒤 가장 잘못한 인사 중 하나가 이 총재의 연임"이라며 직설적인 비판을 날렸다. 

이들의 말을 종합해 보면 메시지는 간단하다. 지난해부터 불거진 부동산 값 급등 현상에 저금리로 방관한 한은도 책임이 있기 때문에, 금리를 올려 부동산 수요를 끌어내리는데 기여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금융통화위원회를 주재하고 있다.(사진=남궁영진 기자)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금융통화위원회를 주재하고 있다.(사진=남궁영진 기자)

◆'척하면 척' 악몽…벼랑 끝 한은 = 문제는 정부와 여당이 금리인상 여론 만들기에 총력을 기울일수록 그에 못지 않은 반작용이 나올 수 있다는 점이다. 거시경제 상황, 금융불균형 축적 가능성, 내외 금리차, 물가 상승률, 대내외 불확실성 등을 두루 살피며 통화정책을 주관하는 한은에 부동산 가격만을 이유로 금리인상을 종용하는 것도 국민적 공감을 얻기 힘든 부분이다.이 총리의 금리 발언 이후 윤면식 한은 부총재가 "통화정책이 주택가격이나 거시경제 안정을 위해 중요하지만 부동산 가격만 겨냥할 수 없다"며 "경기와 물가 같은 거시상황, 부동산 가격을 포함한 가계부채와 금융안정을 종합적으로 감안해야 한다"고 즉각 반박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

부동산 시장 과열 책임을 한은에 떠 넘기는 데 대해서도 의견이 갈린다. 부동산 시장 과열에 저금리 기조가 한 몫했다는 주장이 틀린 것은 아니다. 하지만 통화정책이 부동산 경기 통제 수단이 아닌 탓에 오롯이 한은에 책임을 돌리는 것도 맞지 않다는 목소리도 팽팽하다. 

정부 당국자의 금리인상 압박 발언이 금리인상 깜빡이를 켠 한은의 스텝을 꼬이게 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최경환 전 기획재정부 장관의 '(금리인하는) 척하면 척' 발언으로 적잖이 시달린 이 총재가 구설수를 피하기 위해 이번엔 '시간끌기'에 나설 것이란 관측도 많다. 이미선 부국증권 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앞서 이 총리의 발언으로 금리인상이 10월보다 11월로 지연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며 "한은의 통화정책이 독립적으로 수립된다는 인상을 줄 필요가 있다"고 했다. 

무엇보다 큰 문제는 한은 흔들기 선봉에 정부가 서 있다는 점이다. 지난 3월 이 총재의 연임에 대해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한은의 중립성과 자율성을 보장하겠다는 대통령의 의지가 반영됐다"고 했지만 실상은 정부가 나서서 중앙은행의 독립성을 훼손하고 있는 모양새다. 금융시장 한 관계자는 "이미 사면초가 상황에 놓인 한은을 정부가 막다를 골목으로 몰고 있다"고 꼬집었다. 중앙은행에 대한 신뢰가 훼손되면 훼손될수록 한은의 금융시장 관리 능력은 약화되고 통화정책의 성과도 그만큼 떨어지게 된다. 더 정교한 폴리시믹스(policy mix·정책조합)가 요구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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