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80원 붕괴, 이례적 엔低 행진…韓 수출전선 '경고음'
980원 붕괴, 이례적 엔低 행진…韓 수출전선 '경고음'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韓日 수출 경합도 높아 가격경쟁력 저하 우려
표= 네이버 원·엔 환율
표= 네이버 원·엔 환율

[서울파이낸스 김희정 기자] 미국 달러와 함께 대표적 안전자산으로 꼽히던 엔화가 이례적인 급락세를 보이면서 수출기업들에게 새로운 변수로 등장했다. 엔화 약세는 일본기업 제품의 가격경쟁력 강화를 동반하기 때문이다. 한국과 일본의 수출구조가 비슷한 탓에 우리경제의 유일한 버팀목인 수출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뒤따른다.

1일 금융권 등에 따르면 지난 3월 104엔대까지 내려갔던 엔·달러 환율은 지난달 마지막 거래일인 28일 113.25엔까지 치솟았다. 엔·달러 환율 상승은 엔화 가치 하락을 의미한다. 같은날 원·엔 환율은 980원이 붕괴되며 978원까지 내려갔다. 지난달 23일 100엔당 900원대로 떨어진 원·엔 환율이 10거래일 넘게 1000원을 밑돌면서 일각에선 970원대 붕괴도 초읽기에 들어갔다는 전망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최근 엔저(低)현상 가속화의 이유를 일본 정부의 '의도된 정책'에서 찾는다. 2016년부터 마이너스 기준금리(-0.1%)를 유지 중인 일본은행(BOJ)은 경기 회복세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는 우려에 금리동결을 고수하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인상 가속화 가능성에도 일본의 아베 신조 총리가 엔화 약세를 밀어붙이고 있어서다. 미국과 일본 간 금리 격차가 어느덧 최대 2.35%p까지 벌어졌지만 아베 총리가 3연임에 성공하며 대규모 양적완화를 골자로하는 '아베노믹스'는 더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엔화 약세 기조가 생각보다 장기화될 수 있다는 얘기다. 

엔저 현상이 심상치 않은 흐름을 보이면서 국내 수출업체들의 부담은 커지고 있다. 엔화 약세로 일본 기업들의 실적이 일제히 상향 되면서 수출 관련주를 중심으로 '사자'세가 몰리고 있는 것이 그 방증이다. 이날 도쿄증시에서 닛케이지수는 2만4245.76으로 전 영업일 종가보다 125.72p(0.52%) 상승 마감했다. 이는 1991년 11월13일 이후 26년 11개월 만에 최고치로, 거품경제 붕괴 이후 최고 수준까지 껑충 뛴 것이다. 

가뜩이나 미국과 중국의 무역분쟁 장기화로 움츠러든 우리 수출에 하방요인이 하나 더 늘어난 셈이다. 현대경제연구원의 올 초 분석에 따르면 원·엔 환율이 연평균 1% 하락할 경우 국내 기업들의 수출은 약 0.32%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엔화 가치가 원화 대비 5% 더 떨어지면 수출은 1.4%, 경제성장률은 0.27%p 하락한다고도 했다. 이는 △반도체 △석유화학 △자동차 △가전 △선박 등 우리나라 주력 수출 품목이 일본과 경합도가 높은 탓이다. 

무역협회는 한국과 일본의 수출 경합도가 0.5로, 우리나라 수출의 절반이 일본과 겹친다고 분석했다. 문병기 무역협회 동향분석실 수석연구원은 "일본은 한국과 수출 경합도가 높은 국가로 꼽힌다"며 "엔저 현상은 한국 제품의 가격경쟁력 저하로 이어지고 특히 대미(對美) 수출물량이 많은 자동차 업종이 고전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실제 현대·기아 자동차·르노삼성·쌍용자동차·한국지엠 등 5개 국내 완성차의 9월 판매 실적이 내수와 수출 모두 쪼그라들었다는 점도 엔저 장기화에 대한 우려를 한층 더 키우고 있다. 지난달 국내 완성차 업체 5곳은 국내·해외 시장에서 총 67만8739대를 판매했다. 이는 1년전 같은달 대비 8.5% 감소한 수치다. 

반면 엔화 약세 현상이 한국 수출에 미칠 영향력은 제한적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한국 기업들의 꾸준한 체질개선 노력을 고려하면 엔저가 과거 만큼 수출에 큰 변수가 되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하준우 DGB대구은행 수석 딜러는 "엔저가 국내 수출에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전망은 10년 전에나 통했던 얘기"라며 "다른 대내외 경제 요인들이 동일하다면 모를까, 환율만이 수출 경쟁력을 좌우하는 시기는 지났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이 시간 주요 뉴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