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시장-기준금리 차이만큼 깊어지는 은행권 고민
[초점] 시장-기준금리 차이만큼 깊어지는 은행권 고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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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 눈치 때문에 시장금리 맞춰 금리 인상 못해"
"기준금리-시장금리 격차 커지면 금리산정 불신" 우려도
한 고객이 은행 대출 창구에서 상담을 받고 있다. (사진=우리은행)
한 고객이 은행 대출 창구에서 상담을 받고 있다. (사진=우리은행)

[서울파이낸스 박시형 기자]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영향으로 시장금리가 연일 오르지만 한국은행은 아직 기준금리를 지난해 11월 이후 동결해 격차가 벌어지고 있어 시중은행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는 지난 26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를 열고 기준금리를 2.00~2.25%로 0.25%p 인상했다.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은행권의 주요 자금 조달 수단인 금융채 등 채권을 발행할 때 미국의 기준금리보다 높은 금리를 제공하지 않으면 채권 발행에 실패하기 때문에 미국이 금리를 인상하면 시장금리도 오르게 된다.

이번에는 금리 인상이 예상됐던만큼 시장에 이미 선반영돼 채권 금리의 변동폭이 크지 않았다. 다만 연말 또 한 차례 기준금리 인상이 예고되고 있어 상승세는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신한은행에 따르면 변동형 금리를 산정할때 사용하는 지표 중 하나인 금융채 5년물 3영업일 평균 금리는 지난 14일 2.2780%에서 이날 2.4107%로 10여일만에 0.1327%p 올랐다.

시중은행이 주택담보대출에 사용하는 코픽스(자금조달지수, COFIX)도 잔액기준의 경우 12개월 연속 상승하면서 총 0.30%p 인상된 1.89%를 기록했다. 2년 9개월만에 최고치다.

시장금리가 오르면 은행들은 인상분을 반영해 대출금리를 산정하게 된다.

한 시중은행의 경우 금융채를 기준으로 하는 혼합형 주택담보대출 가이드금리를 이날 지난주보다 0.16%p 인상한 3.52~4.72%로 설정했다.

문제는 시장금리가 오르는데 반해 한국은행의 기준금리는 지난해 11월 이후 계속 동결 중이라는 것이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는 금융기관과 자금조정 예금·대출 등 거래를 할 때 기준이 된다.

그렇다보니 은행들이 금리를 인상하게 되면 국내 조달금리가 낮은데도 시장 상황만 앞세워 이자장사를 한다는 역풍을 맞을 수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미국발 금리 인상에 따라 시장금리가 상승세를 보이고 있지만 국내 은행들은 당국의 눈치 때문에 금리를 올리는데 제한적"이라며 "그 격차가 커지고 있어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정부는 이날 오전 미국 기준금리 인상 영향과 관련해 고형권 기획재정부 제1차관 주재로 열린 거시경제금융회의를 통해 "가계와 기업부문에의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선제적으로 취해온 조치들을 지속적으로 보완하겠다"며 "가계부문의 경우 대출금리 산정체계를 개선하고, 기업부문은 정책금융 확대 등으로 통해 자금조달 여선을 지속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금리차가 심화할 경우 국내 금리 산정체계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은행권 다른 관계자는 "향후 미국 금리가 한 차례 더 인상하면 시장금리는 또 오르게 되는데 한국은행 기준금리와 격차가 벌어지면 이는 결국 금융시장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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