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조원 이상 공모 全無"…올해가 그해, "5년來 처음"
"1조원 이상 공모 全無"…올해가 그해, "5년來 처음"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大魚' 잇단 상장 포기…IPO시장 위축 우려 점증
HDC아이서비스 이어 카카오게임즈도 상장 자진 철회
'최대어' 현대오일뱅크도 감리 이슈로 상장 절차 '답보'
사진=서울파이낸스DB
사진=서울파이낸스DB

[서울파이낸스 남궁영진 기자] 기업공개(IPO) 시장이 또 다시 시련을 맞았다. 하반기 '대어'로 거론됐던 카카오게임즈가 돌연 코스닥 시장 상장을 자진 철회했다. 시장에 출사표를 내민 대형 기업들이 모종의 이유로 상장이 지연되거나 철회하는 경우가 잇따른다. 이에 하반기 공모규모가 사상 최고치를 기록할 것이란 당초 전망이 무색할 것으로 보인다.

2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카카오는 지난 18일 코스닥 시장 상장을 포기하고, 내년에 재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회사는 "올해 목표한 경영 전략상 핵심 사안과 게임 개발과 지식재산권(IP) 기업의 인수 합병(M&A) 등 과제들을 예정대로 추진하는 데 선순위를 뒀다"며 상장 철회 배경을 설명했다. 패스트트랙(상장 간소화 절차)을 적용받아 6월 말 상장 예비심사 승인을 받은 지 석 달 만이다.

카카오게임즈는 상장 예비심사 승인 뒤 한국공인회계사회의 일반감리를 받았을 때부터 시장의 우려가 나왔다. 통상 감리 소요기간은 2개월 안팎인데, 3개월 가까이 진행됐기 때문이다. 이에 일반감리에서 정밀감리로 넘어가면 연내 상장은 불투명할 것이란 관측이 나왔다. 상장 예비심사를 통과한 뒤 6개월 이내(12월21일)로 증시 입성이 이뤄져야 했지만, 감리 이슈로 증권신고서도 제출하지 못했다.  

대형주들이 잇달아 자취를 감추면서 IPO시장이 탄력을 잃고 있다. 앞서 코스피 시장 상장 절차에 착수했던 HDC아이서비스는 지난 12일 증시 입성을 스스로 포기했다. 최종 공모가 확정을 위한 수요예측을 했지만, 회사 가치를 적절히 평가받지 못했다. 상반기 초대어로 꼽혔던 SK루브리컨츠 역시 희망밴드에 못 미치는 공모가가 결정되자 코스피 상장을 자진 철회, 시장의 위축을 야기한 바 있다. 

이지훈 SK증권 연구원은 "하반기로 접어들수록 IPO 시장은 점점 탄력을 잃어가는 모습"이라며 "대어급 기업들의 상장이 계속해서 지연된다면 올해는 5년래 처음으로 1조원 이상 공모금액을 기록한 기업이 전무한 한 해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시장에선 공모 규모만 2조 원, 시가총액 10조 원으로 추정되는 현대오일뱅크의 등판으로 활기가 되살아나길 기대했다. 하지만 이달 본격 상장을 추진할 계획이었던 현대오일뱅크는 금융감독원의 회계감리로 관련 절차가 답보상태다. 현대오일뱅크가 합작투자사인 현대쉘베이스를 종속기업에서 관계기업으로 변경해 재무제표를 수정한 것이 발목을 잡았다.

하반기 들어 증시에 입성한 기업들의 흥행 실패와 수익률 부진도 IPO 시장의 침체로 이어지고 있다. 기대를 안고 등장했던 티웨이항공과 롯데정보통신은 희망 공모가 밴드 하단에 못 미치는 선에서 공모가가 확정되는가 하면, 저조한 청약률을 기록했다. 또, 7월 들어 상장한 18개 기업 가운데 절반인 9곳의 주가가 공모가를 하회하며 부진한 상황이다.

올 상반기 총 공모금액은 7800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4조7600억원)에 크게 못 미쳤다. 하지만 증권가에서는 하반기 공모액이 지난해 하반기(3조1000억원)를 넘어설 것으로 내다봤다.  대어급의 상장이 예정됐고, 코스닥 상장요건 완화 등 우호적인 정부 정책도 긍정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하지만 시장의 이러한 기대 요소들이 사라지면서 당초 전망치를 크게 밑돌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하반기 IPO시장은 수개월째 지속되는 증시 조정 속 회계감리 이슈 등에 따른 대어급의 상장 무산, 수익률 부진 등 여러 악재로 인해 갈수록 위축되는 양상"이라며 "대형주가 상장을 자진 철회하는 사례가 더 발생한다면 전체 공모규모는 예상을 크게 하회하는 수준으로 미끄러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 시간 주요 뉴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