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승희 칼럼] 서울 집값은 왜?
[홍승희 칼럼] 서울 집값은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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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 식사차 들린 식당 옆 테이블에서 나누는 얘기들이 흥미롭게 귀에 들어와 박혔다. 지금 부동산 가격 폭등 문제는 서울에만 국한된 문제다. 그 이유를 옆 테이블 사람들 중 한 사람은 꽤 재미있게 풀어냈다. 아마도 관련 업종 종사자가 아닌가 싶었다. 그의 얘기를 요약하자면 이렇다.

첫째는 주택 부족이 결코 심각하지 않다. 이미 주택수요의 98%에 달하는 공급이 이루어져 있어서 공급 부족으로 인한 가격상승은 아니라는 것이다. 그러나 실제 주택소유자는 30% 대에 그친다. 그 원인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그는 시중 여유자금이 일부 계층에서만 넘쳐나는데 그에 비하면 투자대상으로서의 부동산은 부족하니 앞으로도 당분간은 어떤 정책이 나오든 가격의 하락이 쉽게 이루어지지 않을 것이다. 오를 만큼 더 올라야 비로소 가격 하락이 붕괴 수준으로 나타날 것이라고 분석한다. 그러면서 미국이나 일본의 예까지 들어 동석자들에게 설득했다. 강북 변두리이면서도 투기지역의 하나로 꼽히는 식당 인근 아파트 가격을 예로 들어 앞으로도 적어도 1억 원 이상은 더 오를 것 같다는 전망까지 제시한다.

두 번째로는 그동안 아파트 가격 상승에 부정적 전망을 하던 젊은 층에서 갑작스러운 가격 상승에 놀라 주택구입에 달려들었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는 마치 급등하는 주식시장 동향에 뒤늦게 개미투자자들이 달려드는 모습을 떠올리게 만든다.

세 번째는 가격 상승이 서울에서만 집중적으로 이루어지다보니 지방에서도 여유자금을 서울 아파트에 투자하려는 이들이 늘고 있다는 뜻밖의 소식을 전한다. 물론 요즘 투자를 하는 데 지역의 경계는 별 의미가 없지만 서울 집값 상승에 지방 자금들까지 몰려든다는 얘기는 꽤 심각한 경향으로 들린다.

이는 단순히 서울의 집값 상승만이 문제가 아니라 전국의 재화가 서울로 몰리는 집중현상이 더욱 심화되는 것이어서 국토 균형발전을 가로막는 수준을 넘어 한국사회의 안정성을 매우 심대하게 위협하는 현상이기도 하다.

그런데 식당에서의 그 대화 못지않게 아파트 우편함에, 혹은 현관문에 붙여지는 보험회사 명의의 주택담보대출 광고에 제시된 대출한도 광고가 심각한 상황을 부채질한다. 필자가 사는 변두리 지역 아파트의 담보대출 한도를 보면 실거래가격을 실제보다 적어도 5천만원 정도는 높게 책정하고 대출 한도를 제시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실거래 가격보다 높은 대출한도를 제시하는 그 대출광고 전단들이 정말 보험회사 대출은 아닐 수도 있다. 어쩌면 보험영업을 빙자한 대부업체 브로커들의 농간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소비자 입장에서는 보험회사 대출이라고 믿고 그런 대출에 손을 댈 경우 어떤 사단이 날지를 예측하기에는 매우 불길한 상상을 불러일으킨다. 이 경우 명의 사용을 허용한(?) 보험사들은 법률적으로 아무런 책임도 지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영업사원 개인의 일탈로 몰아가면 그만이니까.

그러나 정말 그럴까. 일개인도 아닌 국내 굴지의 대기업 보험사가 자사 명의를 도용 당했다면 그로 인해 야기된 결과에도 분명한 책임을 져야 마땅할 것이다.

아무튼 이런 대출광고 전단들도 서울의 아파트 가격 상승에 적잖은 역할을 하고 있는 게 아닌가 싶다. 그 전단을 곧이곧대로 믿는 주택 소유자들은 매매가격을 그만큼 끌어올리고 싶어 할 테고 그게 그대로 기준 가격처럼 작용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지적된 여러 원인들은 궁극적으로 부의 편재에 기인할 것이나 그 원인 자체가 제거되기는 쉽지 않다. 그건 다른 사회적 합의를 통한 장기적 대책으로 차츰 해소시켜 갈 문제이니 일단 중단기적 부동산 정책으로는 논외로 치자.

그렇다고 이대로 방치하기에는 사회적으로 치러야 할 값이 너무 커질 터다. 그렇다면 일단 일부 계층에게는 넘쳐나는 여유자금을 투기자금에서 생산적 자금으로 전환시키기 위한 새로운 저수지가 필요하다. 이 문제 해결을 위한 금리인상에 금융권은 인상 쓰며 거부감을 보이지만 이는 단순히 당장의 주택투기만 잡자고 보니 그럴 것이다. 사회 안전성의 근간이 위협받는 상황을 좀 더 거시적으로 바라보는 금리정책이 필요한 때가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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