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에어로스페이스 노사, '노조활동권'과 '시설보호권' 대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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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전 현수막 철거에 社 "단협 근거", 勞 "단체행동권 침해"
한화에어로스페이스 관계자가 금속노조가 게제한 현수막을 철거하는 모습.(사진-금속노조 경남지부)
한화에어로스페이스 관계자가 금속노조가 게제한 현수막을 철거하는 모습.(사진-금속노조 경남지부)

[서울파이낸스 윤은식 기자] 사업장 내 선전 현수막 게재로 한화에어로스페이스(구 한화테크윈)와 금속노조가 '기업의 시설보호권'과 '노동조합 활동권'을 두고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노동법 학계는 사용자의 업무지휘권과 시설보호권은 헌법에서 보장하는 단체행동권으로 보는 '수인의무설'과 단체협약이나 사용자와 합의한 경우 기업시설을 이용할 수 있다고 보는 '협정설'로 나뉘고 있다. 학계 의견이 갈리는 만큼 수사당국이 어떤 처분을 내릴지 관련 업계의 이목이 쏠린다.

금속노조 경남지부는 지난 10일 신현우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표이사 등 37명을 선전 현수막 훼손 및 절도, 특수손괴 등 혐의로 청원중부경찰서에 고소장을 접수했다.

금속노조는 고소장에서 "조합원들의 의사와 요구를 알리고자 생산활동에 지장이 없는 곳에 선전 플래카드를 설치했다"며 "사측은 헌법상 보장된 노동자의 단결권과 단체교섭권 및 단체행동권 행사를 방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사측은 조합원들의 단결과 2017~2018년 임단협 체결지연에 대한 조합원들의 성토를 표시하기 위해 설치한 선전 플래카드를 단체 위력을 보이며 절취하고 이 과정에서 손괴하고 또 차량에 은닉하는 등 위법사항을 실행했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측은 "단협 규정상 게시물은 지정된 장소에 있는 조합전용 게시판에 설치해야 한다고 돼 있다"며 "노조가 이를 위반해 시설보호 측면에서 선전물을 철거한 것"이라며 "단협 규정에 따라 고소사건에 대응해 나갈 방침이다"고 반박했다.

서울파이낸스가 한화에어로스페이스에 요청해 확인한 단협 규정 중 홍보게시물에 관한 규정 일부는 "노사 간 협의하여 사내 지정한 장소에 조합전용 게시판을 설치한다. 노동조합은 게시물 및 유인물의 사본을 사전에 회사에 제시하고 지정된 장소에 게시 또는 배포할 수 있으며 반드시 해당 조합의 대표자가 날인을 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관계자는 "내부 사정상 단협 규정 전체는 공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법원 판결례도 엇갈린다. 대법원은(96.4.23. 대법원 95누6151) 홍보물 부착장소가 정해져 있는 경우 지정장소 외의 곳에 임의로 벽보 등을 부착하는 것은 정당성이 없고 철거요구에 불응 시 징계 사유에 해당한다고 판시하고 있다. 또 노동부 행정해석도 게시 장소가 정해져 있는 경우 사용자 승인 없이 다른 장소를 이용하는 것은 정당하지 않은 것으로 본다.

노동부가 지난 2008년 9월 발간한 '정당한 노동조합 활동의 허용범위와 한계'에 대한 지도지침에 따르면 정해진 게시장소 이외에 장소를 사용하고자 하는 경우 원칙적으로 사용자의 동의를 받아야 하며 시설관리권을 침해하지 않아야 한다.

하지만 대전지방법원 서산지원은 단체협약의 이행 등을 촉구하는 현수막 등 설치는 그 내용이나 설치장소 등을 고려해 사용자의 업무를 적극적으로 방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는 정당한 쟁의행위라고 평가될 수 있다고 봤다.

법원은 "근로자가 헌법이 보장하는 단결권·단체교섭권 및 단체행동권에 기해 쟁의행위를 한 경우 불가피하게 정상적인 업무를 저해할 수밖에 없고 노사 간 대립, 긴장 속에서 유동적으로 발전하기 마련이어서 어느 단면만 뽑아 전체를 불법적인 쟁의행위라고 판단할 것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금융권 전 노조 관계자는 "홍보물 게시는 단협 규정에 따라 지정된 장소에 게재되는 것은 타당한 것으로 보이나, 홍보물 게시 규정을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므로 수사 당국이 이를 어떻게 해석하고 사건 처리를 하느냐가 이번 사건의 열쇠가 될 것 같다"고 전망했다.

이에 대해 고용노동부 창원지청 관계자는 "이 사안은 기업의 시설보호권과 노조 활동권이 충돌한 사안이다. 노사 갈등은 원칙적으로 노사가 자율적으로 해결하는 것이 원칙이기 때문에 노동법 위반 사례가 없는 한 노동부 개입 여지는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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