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제약업계, 해외진출 전술 '투트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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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강국-신흥시장 동시공략 승부수…현지법인 세우거나 틈새 노려 수출 계약

[서울파이낸스 김현경 기자] 한국 제약사들이 전통 제약강국과 파머징(제약·Pharmacy+신흥·Emerging) 시장을 동시 공략하는 '투트랙 전술'을 들고 나왔다. 규제가 까다로운 미국시장을 뚫기 위해 현지 법인을 세우거나, 파머징 시장에서 수출 계약을 따내는 식이다. 다국적 제약사보다 인지도가 낮을 뿐 아니라 마땅한 대형 품목도 없지만, 상대적 우위를 확보하려 고군분투하는 모양새다. 

바이오벤처에 투자하면서 신약 파이프라인을 확보해온 유한양행도 미국 진출에 적극적인 제약사 중 하나다. 유한양행은 지난 3월 미국 서부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에 유한USA를 세웠다. 하반기엔 미국 동부 매사추세츠주 보스턴에도 법인을 추가한다. 현지 연구개발(R&D) 인력을 확보하고, 공동연구와 기술 도입을 통해 신약 후보물질을 찾기 위함이다. 

한미약품은 유망 바이오벤처들과 손잡고 신약 후보물질 확장에 힘을 쏟는다. 2015년 미국 안과 전문 벤처 알레그로와 2000만달러(약 220억원) 투자계약을 하면서, 알레그로가 개발 중인 망막질환 치료 신약 '루미네이트'의 한국·중국 개발·판매권을 따냈다. 한미약품이 개발해 미국 제약사 스펙트럼에 기술 수출(라이선스 아웃)한 항암 신약 후보물질 '포지오티닙' 임상도 순항 중이다. 미국 임상2상 중간결과 치료 효과를 확인했으며, 상피세포성장인자수용체(EGFR)·인간상피세포성장인자수용체 타입2(HER2)의 엑손20 유전자가 변이된 환자들을 대상으로 연구를 확장했다. 

대웅제약은 보툴리눔 톡신 제제 '나보타' 캐나다 발매를 앞두고 있다. 지난달 캐나다 연방보건부(Health Canada)로부터 미간주름 개선에 사용할 수 있도록 품목허가를 따냈다. 같은 달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나보타 품목허가 재신청 접수 소식을 듣고, 내년께 미국 입성을 기대한다. 

중남미에서 짭짤한 이익을 거둔 GC녹십자도 미국과 캐나다에 도전장을 냈다. 북미는 세계 최대 혈액분획제제 시장이다. 그 규모가 10조원에 이를 정도다. GC녹십자는 지난해 말 미국에 백신 회사 '큐레보(Curevo)'를 세우고, 대상포진 백신 'CRV-101' 개발에 힘을 실었다. 같은 해 캐나다 법인 'GCBT'에선 북미 혈액제제 사업을 위한 공장을 준공했다. 연간 100만리터(ℓ) 규모 혈액제제 생산능력을 갖춘 이 공장은 우수제조관리기준(GMP), 설비 적절성 검증을 거쳐 2020년부터 가동될 예정이다.

GC녹십자는 지난 4월 브라질 법인도 세웠다. 브라질을 포함한 중남미 시장에서 혈액제제 사업을 확장하기 위해서다. 브라질에선 선천성 면역결핍증, 면역성 혈소판 감소증에 사용하는 '아이비글로불린-에스엔(IVIG-SN)' 매출이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중남미 독감백신 입찰시장에선 'GC플루'를 통해 다국적 제약사를 제치고 수년째 점유율 1위를 지켰다. GC녹십자의 중남미 수출 실적은 연평균 1000억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캐나다 퀘벡주 몬트리올에 위치한 녹십자 캐나다 법인의 혈액제제 공장 전경. (사진=녹십자)
캐나다 퀘벡주 몬트리올에 위치한 GC녹십자 캐나다 법인의 혈액제제 공장 전경. (사진=GC녹십자)

동아제약은 동남아시아에서 'K팜' 열풍을 주도한다. 무기는 자양강장제 '박카스'다. 올해 1분기 베트남, 필리핀, 캄보디아, 미얀마에서 총 174억원에 이르는 매출을 거뒀다. 특히 캄보디아에서 박카스 사랑은 남다르다. 2011년 52억원이었던 박카스 매출은 6년 새 626억원으로 12배 늘었다. 캄보디아를 동남아 전초기지로 만들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각종 행사를 통해 제품 인지도를 높인 결과다. '샐러리맨의 피로회복법'을 내세운 게 큰 몫을 했다. 

2011년 6월 캄보디아에서 박카스는 '레드불'을 제치고 시장 점유율 1위에 올랐다. 동아제약 관계자는 "성공적인 캄보디아 박카스 판매엔 숨은 공로자가 있다. 현지 유통을 맡은 속 삼낭 캠골드 사장"이라며 "속 삼낭 사장은 이름도 생소한 박카스를 알리기 위해 밤낮없이 뛰어다녔고, 현지 첫 음료수 옥외광고는 물론, TV 광고를 시도해 큰 반향을 일으켰다"고 귀띔했다. 동아제약은 앞으로 진출 국가를 확대해 '박카스 세계화'를 이루겠다는 포부다. 

보령제약은 2014년부터 멕시코 의약전문 기업 스텐달과 함께 중남미 지역에서 '카나브 패밀리'를 팔고 있다. 카나브는 2010년 15번째 국산 신약으로 허가받은 고혈압치료제다. 지난 7월 싱가포르에서 발매됐으며, 4분기 중 러시아 판매도 앞두고 있다. 

JW홀딩스도 5월 중남미 시장 진출을 알렸다. 브라질 의약품 유통업체 '시프 파티시파코'에 종합영약수액제와 탈모·전립선비대증 치료제를 5년간 공급하는 계약을 성사시킨 것이다. 

JW홀딩스는 진입 장벽이 높은 파머징 국가 브라질에 수출을 성사시킨 비결로 제품력을 꼽았다. 한성권 JW홀딩스 대표이사는 "브라질은 성장 잠재력이 큰 시장으로 평가받고 있지만 국내 제약사의 시장 진입이 어려웠다"며 "이번 수출계약을 통해 JW의 우수한 제품력과 가격경쟁력을 인정받은 만큼 글로벌 신흥시장 공략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일양약품과 셀트리온도 각각 멕시코, 콜롬비아에서 의약품 판매에 나선다. 일양약품은 멕시코에 300만달러어치 역류성 식도염 치료 신약 '놀텍'을 공급한다. 셀트리온 해외 판매 계열사 셀트리온헬스케어는 글로벌 제약사 먼디파마와 혈액암 치료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 복제약) '트룩시마' 콜롬비아 내 유통·판매 계약을 마쳤다. 트룩시마보다 먼저 콜롬비아에 선보인 항체 바이오시밀러 '램시마'는 출시 2년 만인 지난해 시장 점유율 30%로 올라섰다. 

셀트리온헬스케어는 유럽 시장에선 램시마로 이미 원조 약을 눌렀다. 트룩시마도 네덜란드에서 58% 시장 점유율을 달성했다. 셀트리온헬스케어는 "지난 3년간 판매된 램시마 영향으로 유럽에서 셀트리온 브랜드 가치가 매우 높아졌다"며 "트룩시마 역시 의료진과 환자들이 믿고 신뢰할 수 있는 의약품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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