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 제주본부서 ESS 사고···산업계·학계 '촉각'
한전 제주본부서 ESS 사고···산업계·학계 '촉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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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1년간 화재·폭발 8건, "배터리 분야는 풀어야 할 숙제 산적"
에너지저장장치(ESS) 개념 (사진=LG화학 홈페이지)
에너지저장장치(ESS) 개념 (사진=LG화학 홈페이지)

[서울파이낸스 김혜경 기자] 최근 국내 에너지저장장치(Energy Storage System) 설비에서 화재·폭발 사고가 연이어 발생하고 있다. 이미 알려진 7개소를 포함해 지난주에도 제주 지역 ESS 1곳에서 배터리 과열로 추정되는 사고가 발생하면서 관련 업계는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이전 정부에서 시작된 에너지 신산업 핵심으로 ESS 보급이 늘어났지만 리튬이온배터리에서 파생된 각종 문제가 사고로 이어지면서 정부 차원의 실태 조사와 안전 기준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14일 오전 4시께 한국전력 제주지역본부 지하 1층에 위치한 ESS에서 연기가 났다. 제주소방본부 관계자는 "해당 사고는 배전반 화재"라면서 "큰 사고는 아니었기 때문에 직원들이 신고 후 소화기를 이용해 자체 진화했다"고 밝혔다.

한전 관계자도 "배터리 과열로 인해 연기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면서 "전력연구원에서 현장을 방문해 과열 원인 등 정밀 조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SS는 쉽게 말해 전기를 저장해 둘 수 있는 일종의 충전지다. 남는 전기를 모아놨다가 전력소비가 높은 시간대 보조로 사용할 목적으로 개발됐다. 일반적으로 리튬이온배터리가 포함된 ESS가 중심이다. 배터리와 배터리제어시스템(BMS), 전력제어시스템(PMS), 전력변환장치(PCS)로 구성된다. 리튬배터리와 BMS는 삼성SDI와 LG화학에서, PMS와 PCS는 LS산전 등에서 주로 생산한다.

ESS는 세계적으로 성장세가 두드러지고 있다. 국내에서도 현 정부의 에너지전환 정책과 맞물려 판이 커지는 추세다. 그러나 올해 전국에 설치된 ESS 설비에서 각종 사고가 잇따르면서 안전성이 뒷받침되어야만 시장도 확대될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산업통상자원부가 김규환 자유한국당 의원실에 제출한 ESS 보급 현황을 보면, 전국 1008곳에 2928MW 규모의 설비가 구축됐다. ESS의 중요 부품인 리튬배터리 제작은 대기업 계열사 A사와 B사를 비롯해 몇몇 중견·중소기업에서 맡고 있다.A사가 580곳, B사 400곳이다. 지난주 한전 제주본부 ESS를 포함해 지금까지 총 8곳에서 화재·폭발 사고가 발생했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고창 변전소(C사) △경산 변전소(A사) △영암 풍력(A사) △군산 태양광(B사) △해남 태양광(B사) △거창 풍력발전소(A사) △세종 아세아제지 피크제어용(A사) 등이다. 한전 제주본부 ESS에 배터리를 공급한 업체는 A사가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산업부 조사 결과, 경산 변전소와 영암 풍력의 사고 원인은 BMS 오류였다. 경산 변전소의 경우 한전은 메인 부스와 제어케이블 간 절연 이격거리 근접문제 등 제품 설계 문제를 지적했다. B사 배터리가 공급된 태양광 시설 두 곳은 현재 사고 원인을 조사 중이다.

김규환 의원실에 따르면 A사는 지난 7월 ESS 화재로 인한 충전 잔량 운영조건을 70% 이내로 감축해달라는 공문을 고객사에 발송했다. 해당 공문에는 "최근 발생한 사고 원인을 다각도로 검토하고 있다"면서 "원인이 명확하게 규명될 때까지 70% 이내로 감축해달라. 손해는 회사 측에서 보상하겠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이에 A사 측이 리튬배터리의 취약점을 사실상 인정한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일각에서 제기되면서 논란이 일었다. 

A사 관계자는 "해당 공문을 배포한 이유는 최근 몇몇 설비에서 사고가 발생하니 당사 제품을 사용하고 있는 고객들도 불안해했다"면서 "불안감 해소 차원에서 점검 시작 전 70%로 출력을 낮춰주면 담당자가 순차적으로 점검을 하게 되고, 조사 결과 이상 없으면 출력 상태를 원상 복구하기 위한 취지"라고 해명했다. 이어 "현재는 모두 100% 출력을 유지하고 있다"면서 "배터리에 영향을 주는 요인들은 다양하기 때문에 사고가 발생한 설비를 대상으로 구체적인 원인 분석 결과가 나와 봐야 안다"고 덧붙였다.

현재 산업부는 ESS 화재 관련 대책을 마련하고 이를 이행하기 위한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운영 중이다. 배터리 업계도 최근 발생한 일련의 사고를 주시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에너지전환 관련 기술 지원이 늘어나면서 ESS가 양적으로 많아졌다 . 배터리 자체 문제인지 BMS 결함인지 혹은 이상 고온과 어떤 연관성이 있는지 등 정확한 조사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는 언급하기 조심스러운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교수는 "전력계통에 신재생에너지를 포함시켜 효과를 극대화하려면 ESS는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면서 "배터리 분야는 사실 풀어야 할 숙제가 산적해 있기 때문에 이 같은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업계가 서로 머리를 맞대고 문제를 해결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민간에만 맡기지 말고 정부가 확실한 안전관리 기준을 마련할 것을 주문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김규환 의원실 관계자는 "경산변전소 건만 하더라도 당초 산업부가 아닌 지방경찰청이 국과수에 의뢰해 조사가 진행됐다고 알고있다"면서 "현재 ESS 관련 안전관리 기준이 전무하기 때문에 사고가 발생해도 책임 주체조차 모호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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