南北 정상 만났지만…경협주는 '우수수'
南北 정상 만났지만…경협주는 '우수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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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진전된 비핵화 과정 보여줘야 경협주 모멘텀 발생"
'묻지마 투자' 뒤 주가 급등락 경험…'학습효과' 결과
시장 전반 끌어올리는 이슈보다 건설·철도 등 관련업 호재
사진=서울파이낸스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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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남궁영진 박조아 기자]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역사적인 3차 남북 정상회담이 성사됐지만, 기대를 모았던 경제협력주에 대한 투자심리는 얼어붙었다. 이전 회담 전후로 관련 종목이 달아올랐던 때와 사뭇 다른 양상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회담 이후 북한이 미국과 대화를 하고, 진전된 비핵화 과정을 보여줘야 비로소 경협주에 대한 모멘텀이 발생할 것이라고 지적한다. 

1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에서 대표적인 남북 경협주로 거론되는 현대건설은 전장 대비 1700원(2.47%) 떨어진 6만7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같은 기간 대아티아이(-6.23%)와 부산산업(-5.68%), 푸른기술(-5.40%), 현대로템(-2.37%) 등도 동반 하락했다. 

좋은사람들(-3.87%)이 나흘째 약세를 이어갔고, 남광토건(-4.14%), 신원(-2.93%), 제이에스티나(-1.01%), 인디에프(-0.91%) 등 개성공단 관련 종목도 일제히 떨어졌다. 이밖에 우원개발(-6.88%), 고려시멘트(-4.20%), 유신(-1.57%) 등 인프라 건설 관련주와 경농(-5.11%), 조비(-4.03%) 등 농업 관련주도 내렸다.

북한 출신 창업주를 뒀다는 것이 알려지며 전날 가격제한폭까지 치솟았던 샘표는 이날 8.50% 급락했고, 방북 수행단에 포함된 작곡가 김형석 씨가 회장으로 있는 키위미디어그룹도 전날의 강세를 뒤로하고 3.65% 하락 마감했다.

남북경협주는 올해 들어 한반도 해빙 분위기에 들썩였다. 특히 지난 5월26일 2차 정상회담 당시엔 경협주 전반적으로 훈풍이 불었고, 상한가로 거래를 마친 종목만 17개에 달했다. 건설과 전기전자, 철강 등 업종에 투자 심리가 집중됐다. 

레미콘 생산업체 부산산업은 남북 철도연결 관련주로 거론되면서 올초 2만 원대 후반이었던 주가가 가파른 상승세를 타며 현재 20만 원선에서 거래되고 있다. 같은 기간 현대엘리베이터와 △남광토건 △좋은사람들 △인디에프 △현대건설 등도 주가가 두 배 가까이 뛰었다. 

하지만 이전 회담에서 뜨거웠던 경협주에 대한 열기는 이번에 크게 식은 모습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3차 남북정상회담이 시장 전반을 끌어올릴 호재는 아니라고 지적한다. 긍정적 영향이 가시화되기까지는 적잖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는 이유에서다. 

회담에서 남북경협에 대한 논의가 구체화될 것으로 기대되지만, 비핵화 절차가 시작되기 전 대북 제재가 완화되기는 어렵다는 설명이다. 

조병현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결과적으로 남북 정상회담을 거쳐, 북미정상회담에서 북한에 대한 국제 제재가 해소된 이후에야 경제협력을 통해 실질적으로 국내 기업들의 이익이 발생할 수 있다"며 "남북정상회담은 시장 전반을 끌어올릴 수 있는 이슈라기보다, 건설이나 철도 등 관련 업종들에 있어서 긍정적인 이벤트 정도로 작용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영환 KB증권 연구원은 "남북정상회담이 국내 증시에 전반적으로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기 때문에, 특정 업종에 국한돼 반응할 것"이라며 "이번 남북정상회담에서 중요하게 살펴봐야 할 부분은 비핵화에 대한 북한의 의지가 아닌 행동"이라고 진단했다.

김 연구원은 "북한이 행동을 보이지 않는다면 경협이 더이상 진행될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원점으로 돌아간다"면서 "경협주가 모멘텀을 계속 받기 위해서는 북한 입장에선 미국과 대화를 하고, 진전된 비핵화 과정을 보여줘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번 남북정상회담이 긍정적으로 진행된다면 10월쯤 북미정상회담이 열릴 시기가 될 것으로 전망되고, 그때까지 경협주의 모멘텀은 이어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제언했다.

이와 함께 해당 종목이 롤러코스터 장세를 펼친 끝에 큰 손실을 입은 투자자가 증가하면서, 이에 대한 일종의 '학습효과'로 이어졌다는 진단도 나왔다. 

그간 두 차례의 정상회담 당시 남북경협 수혜 기대감에 '묻지마 투자'에 나섰던 투자자들은 해당 종목의 급등락을 경험하면서, 경협주에 대한 옥석을 가리고 있는 모습이다. 이와 함께 '오를 만큼 올랐다'는 시장의 평가가 주가에 반영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이전 남북경협에 따른 수혜 기대감만으로 섣불리 투자했다가 주가 롤러코스터를 경험했던 투자자들이 해당 종목에 다소 신중을 기하는 것 같다"면서 "여기에 대표적 경협주로 꼽혔던 대호에이엘이 분식회계 혐의로 거래 정지 조치를 받은 것도 투자 심리가 위축된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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