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에 덜미 잡힌 産銀…中企 지원금 '이자놀이' 전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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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개대출 부당차익 챙겨...금융중개지원대출 실적 부풀려 한은에 보고
감사원 "산은, 거짓 중개대출 자금 6428억원· 부당이익 140.5억원"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사진=산업은행)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사진=산업은행)

[서울파이낸스 김희정 기자] KDB산업은행이 중견·중소기업이 저리로 이용할 수 있는 한국은행의 금융중개지원대출(이하 중개대출)을 사실상 '돈벌이 수단'으로 악용하다 꼬리를 잡혔다. 감사원이 한은의 중개대출 업무 전반을 따져보다 산은이 중개대출 취급실적을 과도하게 부풀려 거액의 이자차익을 챙긴 정황을 포착한 것이다. 

18일 감사원이 공개한 한은 기관운영감사 결과에 따르면 산은은 중개대출 설비투자지원 프로그램을 취급한 2014년 9월부터 2017년 10월 기준 총 1857건(3조2068억원)의 '중개대출 설비투자지원 프로그램' 지원대상 대출 중 94.1%에 해당하는 1772건(3조163억원)의 대출을 일반대출로 취급해 중개대출 관련 금리인하를 적용하지 않았다. 금리인하를 적용한 대출은 5%도 채 안되는 85건(1905억원)에 불과했다. 

그러면서도 산은은 한은에 보고할 때는 일반대출까지 모두 중개대출 설비투자지원 프로그램 취급실적으로 잡았다. 설비투자지원 프로그램에 25%를 지원하는 한은은 산은이 보고한 전체 대출액(3조2068억원) 중 3조192억원을 지원대상으로 판단하고 지난해 12월 7548억원의 자금을 산은에 지원했다. 산은이 한은으로부터 받을 수 있는 정당한 중개대출 자금은 448억원 수준이라는 게 감사원의 설명이다. 결국 산은이 한은을 속여 7100억원의 자금을 더 받아챙긴 셈이다. 

표=감사원
표=감사원

감사원에 따르면 산은은 지난 2014년부터 이번 감사기간인 2018년 3월 현재까지 평균 5144억원의 중개대출 자금을 과다 수령했다. 이에 따라 산은은 은행 자금조달 비용 차익으로 140억5000만원의 이익을 얻은 반면 중견·중소기업들은 같은 금액만큼 이자비용 절감 기회를 놓쳤다는 지적이다. 

감사원은 이동걸 산은 회장에게 사실과 다르게 보고해 부당하게 챙긴 중개대출 자금 6428억원(올해 3월말 기준)과 관련 이자차액 140억5000만원을 한은에 반납토록 방안을 마련하라고 통보했다. 산은은 상반기 당기순이익 5204억원을 기록한 상황. 이를 토해낼 경우 결국 헛장사했다는 평가를 벗어날 수 없게 된다. 

감사원은 또 이와 관련된 업무를 처리한 A, B, C씨 중 특히 B씨에 대해서는 산은의 상벌세칙 규정에 따라 '정직'에 처할 것을 요구했다. 감사원은 B씨가 "중개대출 설비투자지원 프로그램 취급실적에 금리인하 미적용 대출이 있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으면서도 바로 시정하지 않았고, 담당 팀장으로 있을 시절 부당하게 얻은 이자차익이 106억6000만원으로 가장 크다"고 설명했다.  

산은은 금리인하 미적용 대출 차입자금을 조속히 한은에게 반환하고, 향후 중개대출 관련 금리인하가 적용된 대출만 한은에게 보고하는 등 제도운영에 만전을 기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군색한 변명도 뒤따랐다. 중개대출을 심사하면서 산은이 관련 자금을 과다 수령한 데 대해 별다른 지적을 하지 않은 한은에게도 일부 잘못이 있고, 때문에 중개대출 자금을 부당하게 지원받은 것으로도 보기 어렵다는 주장이다. 감사원은 "한은이 감사원 감사기간 중 해당 사실을 알게됐고 산은의 중개대출 관련 금리인하 미적용 현황에 대해 정적한 조치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냈다"며 "별도의 지적 사항이 없어 부당지원을 받은 것이 아니라는 산은 주장은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답했다. 

한편, 감사원은 한은이 금리인하 미적용 대출에 대해 사후적 금리감면 등의 조치를 할 필요가 있었다는 것을 인정했다고 설명했다. 감사원은 "한은이 앞으로 공동검사 등을 통해 은행의 중개대출 관련 대출의 실제 대출금리 적용 현황을 점검하고, 은행과의 간담회 및 모니터링 등을 통해 관련 대출의 금리가 인하되도록 적극 노력하겠다는 의견을 제시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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