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60채 '임대수입 0원'...국세청, 1천5백명 '세무검증'
아파트 60채 '임대수입 0원'...국세청, 1천5백명 '세무검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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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임대차 정보시스템' 활용...혐의 발견되면 세무조사
강남구 대치동의 한 공인중개업소. (사진=서울파이낸스DB)
강남구 대치동의 한 공인중개업소. (사진=서울파이낸스DB)

[서울파이낸스 나민수 기자] 국세청이 세금 탈루가 의심되는 다주택자와 고액 임대소득자에 대해 집중적인 세무 검증에 나서기로 했다.

국세청은 16일 고액의 주택 임대소득을 올리고도 세금을 제대로 내지 않은 것으로 의심되는 고가·다주택 임대사업자를 대상으로 '현미경 검증'에 착수했다.

이번 1차 검증 대상은 탈루 혐의가 높은 1500여 명이다. 주택을 두 채 이상 보유하고 있으면서 월세 수입액을 적게 신고한 고액 월세 임대인이 다수 포함됐다. 외국인 주재원을 상대로 고액 월세를 받으면서 세금을 내지 않은 사람도 검증 대상에 올랐다.

국세청이 이날 공개한 주택임대소득 탈루 사례를 보면 친인척 명의를 활용한 탈세 사례가 주류를 이루고 있다. 

주택 임대사업자인 A씨는 전국의 아파트를 하나둘 매입하기 시작해 최근까지 60여 채를 보유하게 됐다. 이 가운데 상당수를 자신의 이름이 아닌 친인척 명의로 등록했다. 세금을 조금이라도 아끼기 위해서다.

아파트값이 많이 뛴 일부는 매도해 거액의 시세 차익을 남기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평소 알고 지내던 인테리어 사업자를 통해 건물수리비 등을 허위로 계상하는 방식으로 양도소득세도 줄였다. 국세청은 최근 A씨가 그동안 누락한 임대수입 약 7억원에 대해 소득세를 추징했다.

무역업체 대표 B씨는 수출대금을 개인계좌로 수취하거나 가공인건비를 계상하는 방식으로 법인자금을 빼돌렸다. 편취한 회삿돈으로 서울 강남지역의 고급 아파트 6채를 사들였다. 아파트를 산 자금의 원천이 은밀히 빼낸 법인소득이란 점이 신경쓰여 월세 소득조차 신고하지 않았다. 월세 약 6억원을 친인척 명의 계좌로 받았지만 결국 국세청에 덜미를 잡혔다.

외국인이 고액의 월세 수입을 신고하지 않은 경우도 적지 않았다. 월세를 내는 외국인은 내국인과 달리 월세 세액공제를 받지 않기 때문에 쉽게 숨길 수 있다고 판단하는 사례가 많았다. 서울 이태원동에 고급빌라 17채를 보유한 한 외국인 상대 임대사업자는 이런 점을 노려 외국인 주재원 등에게서 받은 고액 월세 총 7억원을 신고하지 않았다가 검증 대상에 올랐다.

특히 이번 세무검증에는 국토교통부가 구축한 '주택임대차 정보시스템'이 활용됐다. 확정일자 신고자료, 월세 세액공제 자료, 재산세 대장 등 정부부처에 흩어져있던 정보를 종합 연계한 시스템으로, 주택임대 현황과 임대소득 등을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다. 과거엔 전·월세 확정일자, 월세 세액공제 등에만 주로 의지해야 했지만 지금은 납세자들의 임대차 정보를 대부분 알 수 있다는 설명이다.

국세청은 세금 탈루 혐의가 크다고 판단되면 정식 세무조사로 전환해 탈루액을 추징할 방침이다.

국세청은 또 법원으로부터 전세권과 임차권 등기자료도 수집해 주택 임대소득에 대한 과세를 강화해 나갈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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