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3대책 첫날] 은행 창구 너무 조였나...고객들 '혼선'·'분노'
[9·13대책 첫날] 은행 창구 너무 조였나...고객들 '혼선'·'분노'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전세대출 거절에 이사 앞두고 '동동'..국토부 콜센터 마비
한 고객이 은행 대출 창구에서 상담을 받고 있다. (사진=우리은행)
한 고객이 은행 대출 창구에서 상담을 받고 있다. (사진=우리은행)

[서울파이낸스 김희정 기자] 9·13대책 시행일 첫날, 은행 대출 창구는 상담을 마친 일부 고객의 탄식의 목소리가 나온다. 국토교통부 콜센터는 상담원 연결이 전혀 안되는 등 마비다.

금융위원회가 14일부터 은행 등 금융기관에 행정지도를 내려 주택담보대출과 전세대출을 죄기 시작하자 은행 창구는 대출 고객 응대에 어려움을 빚고 있다. 대강의 규정만으로는 사례별 해석이 애매하고 고객 사정이 딱한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하나은행 한 지점 관계자는 “언론에 발표된 대로 대강의 내용은 숙지하고 있지만 고객 사례별로 해석이 불분명한 경우가 있어 대출을 못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또다른 은행원은 “(자신도) 대출담당이지만 새 규정을 미처 숙지 못해 다른 전담 직원에게 고객을 안내한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투기, 투자와 상관없는 실수요자마저 대출거절을 받는 등 선의의 피해가 나타난다는 점이다. 특히 전세대출 자격여부와 시행시기 등과 관련해 창구일선에서 혼선을 빚는 모습이다. 

이날 전세대출을 받으러 은행 창구를 찾은 한 고객(49·남양주)은 대출 거절을 받았다. 그는 시가 3억원 남짓하는 24평 소유의 집을 전세 주고 자녀 문제로 인근 30평대 월세로 살다, 집주인 요구로 이날 계약서를 들고 전세전환 하려다 2주택 이유로 대출자격이 안될 것 같다는 말을 들었다. 시골에 10평도 안되는 노후 목조의 상가(건축면적 29㎡)에 부모님이 생계를 위해 살고 계신데, 2층 다락방이 주택으로 돼 있는 게 화근이었다.

그는 “투기, 심지어 투자 목적도 아니고 순수한 거주 목적인데 이사조차 못가 거리에 나 앉게 돼 어이가 없고 화가 난다”고 분을 터트렸다. 시가 2억원이 안되는 지방(非조정대상지역)의 ‘근린상가 겸 주택’이 발목을 잡을지 몰랐던 것이다. 더욱이 은행 직원은 시행일 여부에 대해서도 혼란스러워 했다.

이러한 이유로 대출 수요자들은 규제 대상 여부 등 문의를 위해 국토교통부 콜센터(1599-0001)에 전화를 시도했으나 종일 연결이 안되고 있다.

전세대출의 경우 국민은행 내부문건에 따르면 시행시기에 대해 ‘공적보증 제공기관(주금공, HUG) 규정 개정시’라고 돼 있지만 대부분 은행이 정부 가이드라인대로 이날부터 다주택자와 합산 1억원 이상 소득자에 대해 무차별적으로 대출 거절하는 등 보수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민간보증회사인 SGI서울보증보험을 통해 전세대출의 길이 열려 있으나 금리가 높아지고 이마저 일부 은행들은 정부 눈치를 보느라 몸을 사리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법무사는 “이번 대책은 1주택자와 전세대출 수요자에 대해 과한 느낌이 든다”며 “투기 목적이 아닌 경우 선의의 피해자가 없도록 보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은행 각 영업점에는 주택담보대출 관련 문의와 임대사업자 대출금이 기존보다 얼마나 줄어들게 되는지, 다주택 보유자의 경우 세금을 얼마나 더 내야 하는지, 전세자금 대출을 받을 수 있는지 여부 등에 대한 문의가 잇따랐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정부가 큰 틀에서 정책을 발표한 만큼 다음주 쯤 은행연합회를 중심으로 은행들도 디테일한 방안을 마련할 것 같다”고 전했다.


관련기사

이 시간 주요 뉴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